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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예술, 박선영의 미술아이(misuleye)

    박선영은 그의 시선이 닿는 것들에 대해 씁니다. 미술, 건축, 음악, 패션, 가구 등. 예술이 수많은 가지를 뻗고 있는 나무라면, 박선영은 그 가지 하나하나 정성스레 가꾸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들은 모여서 박선영의 일상을 이룹니다. 항상 자신이 본 것에 대해 쓰지만 그의 글을 계속해서 읽다 보면 결국 박선영이 누구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그가 보고 쓰며 여기저기 흘려놓은 그의 조각을 한데 모아봤습니다. 박선영의 일상은 어떻게 촘촘히 예술로 짜여 있을까요.

    칼럼니스트 박선영 ⓒprint bakery


    2008년, 휴학을 결심하고 파리에 잠시 살기로 한 대학원생 박선영은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람을 인터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직접 인터뷰이를 섭외하고 한국 하퍼스 바자에 기획안을 보냈죠. 박선영은 그렇게 칼럼니스트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첫 인터뷰이는 이화여자대학교 ECC를 설계한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였습니다. 그 이후로도 줄줄이 이어지는 인터뷰이들은 이름만 들어도 놀라운 예술가입니다. 소피 칼, 엠마뉴엘 페로탕, 올라퍼 엘리아슨, 줄리엣 비노쉬, 알랭드 보통…

    박선영은 사람뿐만 아니라 그의 시선이 닿는 것들에 대해 씁니다. 미술, 건축, 음악, 패션, 가구 등. 예술이 수많은 가지를 뻗고 있는 나무라면, 박선영은 그 가지 하나하나 정성스레 가꾸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들은 모여서 박선영의 일상을 이룹니다.

    항상 자신이 본 것에 대해 쓰지만 그의 글을 계속해서 읽다 보면 결국 박선영이 누구인지 알 수 있습니다. 바깥으로 펼쳐진 시선은 다시 박선영이라는 사람에게 모여들죠. 저는 그가 보고 쓰며 여기저기 흘려놓은 그의 조각을 한데 모아봤습니다. 박선영의 일상은 어떻게 촘촘히 예술로 짜여 있을까요.



    여행에서 미술관에 방문한 날들 ⓒ박선영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선영입니다. 스스로 매혹적으로 느끼는 예술, 디자인, 건축, 여행, 인물에 대한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입니다. 글을 쓰는 일을 넘어 공간과 물건, 사람들의 이야기가 관계되는 순간을 기획하기도 합니다. 아티스트와 관객의 만남, 작가와 독자의 조우를 집이나 작업실 같은 친밀한 환경에서 만들어 보는 거죠. 직접적인 만남이라는 장으로 확장을 시도하며, 혼자 일하는 글쓰기와는 사뭇 다른 즐거움을 경험하고 있어요.

    Q. 요즘은 뭐 하고 지내세요?
    올 초, 3개월 동안의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어요. 프랑스 중부, 북부 이탈리아, 독일 전역에 이르는 긴 여정이었죠. 일과 여행이 절반씩 차지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래전부터 독일이란 나라에 대한 알 수 없는 끌림이 있어 지난 수 년간, 집중적으로 독일 여행을 많이 해왔는데요. 독일에서의 여정을 사적인 관점에서 기록한 에세이를 준비 중입니다. 여행지에서의 흥분감보다는 돌아와서 기억이 가라앉는 시간을 보내며 천천히 기록하는 과정이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더구나 정보를 담은 글이 아니기에, 제 감정과 감흥을 잘 추적하고 보듬어 집필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박선영의 인터뷰이들. 왼쪽은 마우리치오 카텔란, 오른쪽은 소피 칼 ⓒ박선영


    Q. 보고 들은 다음, 쓰는 일을 하시고 계세요. 예술가를 인터뷰하고 유명한 건축물, 미술관도 자주 방문하세요. 다양한 경로로 예술을 흡수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그중 특히 어떤 방법이 대표님께 많은 영향을 미치나요?
    무엇 하나를 꼽기 어렵네요. 보는 것과 듣는 일 그리고 쓰는 행위가 모두 종으로 횡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봅니다. 공식적으로는 예술가를 인터뷰하는 방식이 그 시작이었지만, 전시장을 찾고 예술을 감상하는 일은 그전부터 지속해오던 일이었고요. 다만, 인터뷰와 글쓰기가 모든 경로의 예술을 흡수하는 일에 더욱 깊이 있는 맥락을 만들어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Q. 대략 몇 명과 인터뷰하셨는지 짐작 가세요? 큰 영감을 받았던 인터뷰가 있으신가요?
    그동안 100명이 넘는 인터뷰이를 만났습니다. 각 인터뷰마다의 친밀감이나 이야기, 함께 했던 공간 모두 인상이 짙지만, 그중 유독 강렬한 기억도 있지요. 아티스트 마우리치오 카텔란, 네오 라우흐입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2009년 파리 페로탕 갤러리에서 만났는데 포트레이트를 찍으며 장난스럽게 공간을 장악하던 그가 인터뷰에 임하자 너무 진지해지는 거예요. 두 개의 자아를 보는 듯 기분이 묘했어요. “예술은 환기할 뿐이지 실제의 파워는 없다”라는 카텔란의 말은 악동 같은 이미지의 그에게서 예상치 못한 진지한 답변이었어요. 네오 라우흐 역시 너무 만나고 싶었던 아티스트라 기억에 남아요. 그림 그리는 행위를 “회화가 나를 정복하고 나를 통해 힘을 발휘하며, 나를 단순히 그리는 행위만 수행하는 일종의 물리적 기관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라는 그의 표현은 아직도 제 마음을 울리는 말입니다.



    집에서 가장 아끼는 조명인 스틸노보 플로어 램프와 김혜나 작가의 작품과 함께 선 박선영 ⓒprint bakery


    Q.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미술아이’입니다. 20년 넘게 사용하고 계신 아이디라고 알고 있어요. 이 아이디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2000년도에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작은 모임을 만들었어요. 함께 그림을 보고 이야기하고, 이따금 사적으로도 예술적 만남을 이어가는 모임. 거기서 제 아이디가 '미술아이(misuleye)'였어요. 당시 '미술을 보는 눈'이라는 의미로 작명했죠. 눈이라는 의미의 아이(eye) 말고도, 미술을 보는 아이라고도 읽힐 수 있어서 맘에 들었어요. 22년째 사용하다 보니, 이제는 저와 뗄 수 없는 이름이 되어 버렸네요. 언젠가 인스타그램에 '미술아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이라는 질문을 올렸는데, 정말 다양한 메세지가 도착했어요. 따듯한 글 한 줄, 노란색 드레스, 회화, 아티스트, 멋진 미술관, 공예작가들. 보내주신 메세지를 읽으며 '미술아이'안에 참 다양한 궤적과 이미지가 존재하는구나 느꼈어요. 앞으로 그 이름에 담긴 뉘앙스가 더 다채로워지고 넓어지면 좋겠어요.



    버스를 타고 한참을 어딘가로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독일의 인셀 홈브로이히 뮤지엄 ⓒ박선영


    Q. 한 인터뷰에서 대표님이 보시는 아름다움의 영역은 주류나 센터보다 ‘살짝 경계 밖에 있는 것들’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예를 들면 어떤 것일까요?
    제가 본능적으로 끌리는 것들은 큰 소리로 주장하는 것이라기 보다 소리 없이, 조금은 숨어서 존재하는 것들이에요. 예술가도 주류의 경향 밖에서 자기만의 중심을 바꾸며 만들어가는 작가들을 더 좋아하죠. 독일 추상화가 하인리히 지프만(Heinrich Siepmann)에게서 보이는 색과 면과 감각 같은게 그렇죠. 그리고 어떤 면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20세기 초반 유겐트슈틸 공예가들의 유리잔과 유려한 접시 같은 것들에 끌려요. 모던의 광풍에서 너무 일찍 사라져버린 유겐트슈틸 양식은 잠시 폈다가 져버린 식물 같아 애정으로 대하는 대상이에요.

    여행을 할 때도 대도시의 유명한 미술관보다는, 기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들어가 한참을 걸어야 만날 수 있는 작은 전시장을 선호합니다. 컨셉이 아니라 그냥 저는 그런 곳이 궁금하고 더 끌려요. 사진 한 장만 보고 일곱 시간을 찾아가기도 하죠. 힘든 여정 끝에 마주치는 애틋함 있고, 공간과 내가 무한한 만족감으로 대등해지는 짜릿함을 느껴요. 현재적 시점에서 남들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예술, 물건, 공간에 더 큰 애정과 제 어텐션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경계 밖에 있는 것들'이라고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여행에서 미술관에 방문한 날 ⓒ박선영


    Q. 살며시 숨어있는 곳에 가는 일은 참 짜릿하죠. 저도 그런 여행을 즐겨요! 요즘 지난 독일 여행에 관한 글을 쓰고 계신다고요. 독일을 자주 가셨으니 그 나라의 문화에도 익숙하실 것 같아요. 독일 사람들이 예술을 즐기는 방식은 한국의 그것과 다른가요?
    예술과 삶이 밀착된 역사가 우리보다 긴 나라이다 보니 예술을 두고 사고하는 방식이나 그걸 향유하는 방법이 훨씬 다채롭다는 걸 느낍니다. 독일의 미술관에 가보면, 노인은 물론 아이를 안은 엄마, 아이들까지 너무도 진지하게 작품을 대합니다. 언뜻 들리는 대화에서 사색과 표현의 깊이가 느껴지기도 하죠. 추상화를 보면서 색, 형상, 움직임 같은 표현을 하는 걸 보고 매우 흥미로웠어요. 구체적으로 작품을 감상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박선영의 취향과 손길이 깃든 집 ⓒprint bakery


    Q. 가구, 의류, 미술, 건축, 음악 등 대표님의 관심과 지식이 닿지 않는 예술 분야가 없는 것 같아요.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영역의 예술을 즐기게 되셨어요?
    가장 처음은 미술이었어요.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적성에 맞지 않아 미술책이나 읽자는 생각으로 늘 궁금했던 예술사를 훑기 시작했죠. 관심이 깊어져 결국 대학원에 가서 미술이론을 공부했습니다. 현대미술을 공부하던 중 건축과 미술이 동시에 시대를 추동하고 변혁하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그렇게 건축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어떤 공간을 경험하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요. 같은 맥락에서, 현대로 올수록 디자인과 패션이 자본주의와 맞물려 우리 삶에 더욱 구체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 가구나 패션에도 관심이 생긴 이유에요. 사실 모든 이유를 떠나서 가구, 패션, 건축, 미술, 음악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좋아하고 그것들이 삶에서 서로 직조되어 드러나는 풍경에 매료되기 때문이에요.



    집에서 가장 아끼는 조명인 플로어 램프와 김혜나 작가의 작품과 함께 선 박선영 ⓒprint bakery


    Q. 예술에 조예가 깊으신 만큼 대표님의 공간도 스튜디오같이 정갈하고 예쁘네요. 빈티지 가구나 작품도 눈에 띄고요. 좋아하시는 작품과 가구를 하나씩 소개해 주세요.
    가구를 무척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조명에 대한 애착이 있어 하나씩 모아왔습니다. 모빌리티가 드러나는 가벼운 조각 같은 형태의 조명을 특히 좋아합니다. 이탈리아 스틸노보(stilnovo)사에서 제작된 플로어 램프는 특별히 애정을 갖고 있는 제품이에요. 브라스 사선과 받침의 구 부분이 절묘하게 만나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게 특징인데, 그 불안정한 느낌이 좋습니다. 밤에 거실을 밝혀주는 따스한 조도도 맘에 들고요. 이탈리안 디자인의 과감함과 실험적인 무드를 사랑합니다.
    또, 거실에 걸린 김혜나 작가의 페인팅 'papillon de nuit'을 좋아합니다. 집의 규모에 비해 큰 작업이라, 저희 집 무드를 지배하는 느낌이지만 조용한 충동과 따스함이 공존하는 화면의 감각이 늘 좋은 자극을 줍니다.



    김동욱의 작품을 든 박선영 ⓒprint bakery


    Q. 생활 공간에 들여올 작품을 고르실 때 기준이 있으세요?
    우선 제가 아는 작가님의 작업이었으면 해요. 제 일의 성격과 관련이 있는 건데, 인터뷰를 통해 대화를 나누었거나 어떤 기획을 통해 교류를 나눈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는 편이에요. 그 작가의 생각, 삶에 대한 태도 혹은 미학적 관점에서 어떤 공감이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그의 작업을 소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아직까지는 추상화의 비율이 더 높은 것도 특징인데, 그건 제 개인적인 취향이기도 합니다.



    여행에서 미술관에 방문한 날 ⓒ박선영


    Q. 잡지, SNS 등 다양한 경로로 대표님의 눈(시선)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으세요. 바로 그 지점에서 타인의 일상에 예술적 영감을 제공하시죠. ‘공유’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계시나요?
    에디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서인지, 제가 아는 정보나 생각들을 오픈하는 태도는 지극히 자연스러워요. 더 좋은 것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어쩌면 저를 매체 일로 이끈 것 같습니다. 요즘은 인스타그램 팔로어들이 일종의 독자인 셈인데, 늘 좋은 사진 혹은 생각, 순간을 잘 정제해서 피드로 올려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이 있습니다. 최대한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의 퀄리티로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지금은 일로서라기 보다 제가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것을 주로 따라가는데요. 제 경험의 결과물이 누군가에게 자극과 영감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거실에는 김혜나 작가의 대형 페인팅 'papillon de nuit'이 걸려있다. ⓒprint bakery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예술은 대표님의 삶 그리고 일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예술은 제 자신의 내면을 견인하고 동시에 저를 사회 안에 있도록 해줍니다. 예술가의 입장에서 예술은 자신을 불편하게 하거나 상기시키는 어떤 지점을 자꾸 생각하고 들여다보며 그 불확실성에 몰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그 잠정적인 자리에서 삶의 의미와 방향을 나름대로 모색하고 각성하는 것이 관객의 입장이랄까요. 표현하신 대로, 예술을 보고, 읽고, 듣고 쓰는 사람으로서 예술은 제 자신의 큰 주제이며 제 내면을 추동 시키는 주체예요.



    EDITOR 전혜림  DESIGNER 제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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