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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예술, 원형들의 수집

    프린트베이커리가 디저트바 ‘원형들’의 일상예술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원형들의 대표 김지나, 박용준은 허허 웃으며 귀여운 것을 열심히 찾습니다. 사실 뭐, 귀여우면 된 거죠. 걷다가 만나는 건물, 매일같이 드나드는 재래시장에서 귀여운 영감을 얻고 틈틈이 수집하는 ‘원형들’의 대표님은 일상, 식문화, 예술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8월 멜론케이크 ⓒ원형들


    인간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의식주’라고 합니다. 그중 패션과 건축은 시각적인 부분에서 ‘예술’ 안에 속한 역사가 꽤 오래 되었죠. 한편, 음식 문화는 맛으로서 ‘예술이다’라는 인식은 공공연하지만 그것의 실험적인 비주얼이나 아름다움이 ‘예술’로 인식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생활에서 가장 가까운 먹는 일은 종종 누군가의 시도로 특별하고 감각적인 것, 예술적인 것이 되기도 하죠. ‘원형들’의 케이크가 그렇습니다. 원형들의 디저트는 정형화된 모양을 벗어나 참신한 재료와 모양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매달 선보이는 케이크는 ‘이게 케이크 맞나’ 싶기도 하고요. 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원형들’의 디저트는 하나의 예술 작품 같습니다.

    프린트베이커리가 디저트바 ‘원형들’의 일상예술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원형들의 대표 김지나, 박용준은 허허 웃으며 귀여운 것을 열심히 찾습니다. 사실 뭐, 귀여우면 된 거죠. 걷다가 만나는 건물, 매일같이 드나드는 재래시장에서 귀여운 영감을 얻고 틈틈이 수집하는 ‘원형들’의 대표님은 일상, 식문화, 예술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7월 살구케이크 ⓒ원형들


    Q. ‘원형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대표님들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김지나(이하 김): 저는 원형들에서 전체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베이킹하는 김지나라고 합니다.
    박용준(이하 박): 원형들의 전체적 기획과 운영을 하는 대표 박용준입니다. 원형들은 디저트 바고요, 케이크와 다양한 디저트로 재밌는 작업을 하는 브랜드예요.

    Q. ‘원형들’이 컨셉을 짜고,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합니다.
    김: 정형화된 케이크를 좋아하지 않으니, 무언가를 정하고 시작하기보다 컨셉은 매번 자연스럽게 탄생하는 것 같아요. 주로 그 당시에 꽂혀 있는 것들이 케이크 디자인으로 나타나죠. 저번 달까지는 바닷속 화려한 것들에 빠져 있었어요, 해조류 같은 것들이요. 그런 관심사가 색이나 달라진 형태로 케이크에 표현돼요. 이미지 수집을 좋아하는데, 사진첩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요.
    박: 매달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해요. 근데 열심히 하려고 컨셉을 정해놓고 시작하니까 하나도 안 귀여운 거예요. 저희끼리 자연스럽게 이것저것 해보다가 내부 반응이 좋으면 팔고, 그때 손님들도 반응이 좋아요.



    원형들 공간 전경 ⓒ전혜림


    Q. 인스타그램에 특징과 맛을 표현해두신 부분이 재밌었어요. 이를테면 ‘변형물 네온 케이크’에 특징을 ‘높다, 컬러풀, 혼란하다, 지구색, 초록털’ 맛은 ‘속은 청순’이라고 하셨고요. 마치 작품을 키워드로 설명한 ‘캡션’같다고 생각했어요. 육안으로만 알아채기 어려운 부분들을 쉽게 설명했다는 점에서도 ‘캡션(작품설명)’과 그 역할이 유사하고요.
    김: 제가 애니메이션을 많이 봐서 그런 설명이 나왔을 수도 있어요. (웃음) 포켓몬 설명하듯 케이크의 특징을 설명한 거죠. 케이크를 표현할 때, 만화적인 부분이 들어가 있긴 하거든요.
    또, 물론 케이크 예약을 받거나 판매할 때 뭐가 들어가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분명히 있어요. 그럴 때는 상세하게 시트, 크림을 다 말씀드리죠. 그치만 비주얼만 보고 먹었을 때의 반전의 맛을 좋아하시는 손님도 있어요. 사실 구구절절 설명하기 부끄럽기도 해요...



    원형들의 수집, 가까운 곳에서 귀여움을 발견하는 일 ⓒ김지나


    Q. 소개라는 건 만든 사람의 ‘시야’를 보여주는 것이잖아요. 그런 캡션을 보면서 대표님들의 시선에서 이런 요상하고 아름다운 케이크는 어떤 모습인지도 궁금했어요.
    김: 제가 애니메이션을 많이 봐서 그런 설명이 나왔을 수도 있어요. (웃음) 포켓몬 설명하듯 케이크의 특징을 설명한 거죠. 케이크를 표현할 때, 만화적인 부분이 들어가 있긴 하거든요.
    박: 저희의 시선에서 원형들 케이크… 사실 ‘귀엽다’로 끝나긴 해요.
    김: 그쵸. 귀여우면 된거죠. 맛도 많이 신경 쓰긴 하지만요!
    박: 새로운 시도를 했을 때, 어울리지 않던 것이 모여있을 때 귀여운 것 같아요. 저는 원형들의 결과물을 그렇게 보는 것 같네요. 저희가 원래 베이킹을 하던 사람이 아니니까, 오히려 이상한 걸 많이 가져올 수 있지 않았을까요. 케이크에 고수를 꽂는 것처럼요.



    ⓒ원형들


    Q.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원형들’ 케이크는 하나의 예술작품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사실 최근 들어 식문화의 예술화가 활발해졌죠.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 중 ‘식’이 ‘예술’과 가까워졌다는 건 굉장히 의미 있는 일 같습니다. 이런 흐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 우리 디저트를 작품으로 받아들여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죠. 동시에 조금의 압박감은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게 어느 정도는 당연한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디저트가 단순히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작품이나 오브제처럼 인식되고 있어요. 저도 디저트를 필수적으로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 앞에서 식욕보다는 소유하고 싶은 마음, 사진 찍고 싶은 마음이 앞설 수 있죠.
    김: 저희도 원형들의 디저트가 화병이나 오브제 같은 것이길 원했어요. 한 장면에 얼마나 아름답게 담길 수 있느냐가 중요했죠. 사람들이 테이블 위에서 이렇게, 저렇게 디저트와 음료의 위치를 옮겨가면서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장면을 만드는 것. 그런 걸 원해요. 모든 것이 조화되어 아름다운 한 장면이 될 수 있도록 말이죠. 먹기 전까지 한참 동안 전시장에서 작품을 보듯 내 앞 테이블 위에 올려진 디저트를 봤으면 좋겠어요.



    원형들 공간 전경 ⓒ전혜림


    Q. 사람들이 디저트를 오브제로 인식하고 하나의 장면을 연출하길 바라셨군요. 그런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김: 제가 예전에 쇼핑몰을 했었거든요. 옷을 팔다 보니 패션과 같이 소비되는 다른 것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고 살피게 됐어요. 그래서 네모 화면 안에 나오는 것을 항상 의도하는 편이에요. 같이 있을 때, 걸쳐 보일 때 나올 비주얼을 많이 생각하죠. ‘원형들’ 접시에 신경 쓴 것도 그 이유에서입니다.
    ‘원형들’ 이전에 ‘섬광’을 운영하면서 사람들이 사진을 엄청나게 찍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리고 감사했죠. 사진을 찍는다는 건 그 순간, 그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해서 간직하는 거니까요. 그들이 수집한 이미지 중에 한 장이 된다는 것이 참 기분 좋은 일이에요.
    박: 그렇지만 오로지 사진을 위하는 것보다는 서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들에게 더 잘해드리고 싶어요. 이 공간의 모든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요.



    재래시장에서 수집한 장면들 ⓒ김지나


    Q. 방금 ‘수집한 이미지’라고 하셨죠. 마침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었어요. 김지나 대표님의 SNS를 보면, ‘수집가’라는 말이 자연히 떠올라요. 식물, 치즈, 식사 등을 찍어 카테고리별로 모아 하이라이트에 저장해 두시기도 하고, 케이크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시는 것도 다 아카이빙 하시더라고요.
    김: 맞아요. 그렇게 평소에 틈틈이 수집하는 것들이 결국 원형들의 일부가 되는 것 같아요. 저희가 재래시장도 자주 가요. 거긴 제철 식재료도 쉽게 알 수 있고 귀여운 것들이 정말 많거든요. 이상한 콩이나 나물 같은 것들이요. 또, 바구니, 채소 이것저것 막 쌓아두고 손으로 가격을 적어두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요. 그런 장면이 케이터링 레퍼런스가 되기도 해요. 타이포 레퍼런스기도 하죠. 오늘도 오는 길에 시장 들렀다 왔어요.
    박: 김지나 대표는 단어도 수집해요. 매 순간 마음에 드는 단어를 메모장에 적어둬서, 아주 빼곡해요. 그렇게모인 단어들 중 하나가 영감이 되고요. ‘원형들’도 수집된 단어 중 하나예요. 처음 디저트바를 기획할 때, 메모장에서 ‘원형들’이라는 단어로 아이디어 회의를 했거든요. 저희가 종종 단어 하나 정해두고 거기서 기획을 시작하기도 해요.



    원형들이 수집한 식물들 ⓒ김지나


    Q. 단어 수집까지… 정말 수집가 맞으셨네요. 또 뭘 수집하세요?
    김: 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오래된 건물들 사진을 자주 찍어요. 영감도 많이 받고요. 무심한 건물들이 예뻐 보여요. 창문도 막 이상하게 크고. 건물을 가져와서 수집할 수는 없지만, 사진 찍어두고 간직할 수는 있죠.

    Q. ‘원형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김: 조금 부끄럽지만 사람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요.
    박: 원형들이 이상한 걸 많이 시도하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상업적으로는 이 가게가 유지되어야 하잖아요. 그 균형을 잘 유지하고 싶어요. 저희와 취향이 비슷한 분들은 소수니, 그들에게 사랑 받는 게 가장 중요하죠. 그분들이 저희를 꾸준히 좋아할 수 있도록 새로운 걸 시도해도 그 본질적인 무드는 유지하려고 노력하고요. 무엇보다 공간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너무 마이너하기 보다 상업적인 부분까지 신경 쓰면서 취향과 그것이 공존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덜 벌어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꾸준히 많게끔요!



    김구림, 음양 4, Embossed and textured UV printing, Image75.5x94cm, Frame79x97.5cm ⓒprint bakery


    Q. 미술 또는 예술이 원형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나요?
    박: 좋은 소재가 되어줍니다. 영감을 주고요.
    김: 예술과 상호작용하는 것이 원형들에게는 다양한 시도의 발판이 되는 것 같아요. 특히, 겨울에는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새로운 시도도 기획중이에요. 디저트와 음악과 조형예술이 하나가 되는… 그런 재밌는 일이 일어날 예정입니다. 기대해주세요.
    박: 개인적으로는, 예술이 원형들에 모이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집합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일하는 직원들이 서로 다른 고향에서 왔고 다른 분야에 있었지만, 영화나 음악, 미술처럼 예술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면 공통점이 생기거든요. 원형들 안에서 각자 존재하던 사람들이 예술 덕분에 집합을 형성한다고 해야 할까요.

    Q. 아티스트와 협업하신다고요! 그렇다면 혹시 예술작품을 ‘케이크화’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신 적은 없으세요?
    김: 추상적인 작품으로 케이크를 만들면 재밌을 것 같네요! 김구림 작가님의 작품으로 도전해 보고 싶어요. 비슷한 컬러감을 내고 터프한 질감으로 표현하는 거죠. 특히, 작가님의 설명하는 단어들이 좋아요. ‘음과 양’, ‘전위’, ‘평면’ 이런 것들이요.



    '웁서울' 원형들 팝업 부스 ⓒ원형들


    Q. 여전히 단어를 파고드시는군요! 작품에서 보이는 이미지, 색 거기에 그 작품을 설명하는 단어에서 영감을 받는 건 너무 ‘원형들’다워요. 이제야 왜 케이크를 설명하실 때 그런 색다른 단어들을 사용하셨는지 완벽히 이해되네요. 그리고 이번에 ‘웁서울’과 협업하셨어요. ‘비주얼 아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된 행사입니다. 브랜드뿐만 아니라 여러 아티스트와 한 자리에서 팝업을 진행하셨는데 이번 경험은 어떠셨나요?
    박: 일단 거기 분들이 정말 열심히 준비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웁서울’을 통해 처음으로 공간 하나를 맡아서 기획, 구성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제는 전시에 자신감도 생기고 관심이 커졌습니다. 케이크 전시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디저트가 예술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 하에, 먹지 못하는 케이크 조각 같은 것도 만들어 보고 싶고요. 어쨌든 누군가에게 아름답게 보여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많이 고민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어요.



    ⓒ원형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원형들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박: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하면서 원형들만의 세계관을 만들고 싶어요. 이번 ‘웁서울’에서 티셔츠나 모자를 만든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것에도 도전하는 거죠. 말씀드린 아티스트 협업도 준비중입니다. 이외에도 3D를 활용하거나 다른 공간을 준비하는 것처럼 ‘원형들’이 여기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만의 무드를 가지고 확장되는 곳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EDITOR 전혜림  DESIGNER 제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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