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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예술, 이종원의 관찰

    영화, 음악, 사진, 패션. 뭐 하나 빠질 수 없이 배우 이종원에게 중요한 카테고리입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압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세상을 세심히 관찰하기도 하지만 그를 둘러싼 예술에 대해 솔직하고 대담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내면의 모습을 면밀히 들여다보죠. 프린트베이커리가 자신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배우 ‘이종원’의 일상예술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배우 이종원 ⓒ에코글로벌그룹


    웹드라마 ‘XX(엑스엑스)’의 왕정든과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김건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이종원은 맡은 배역을 완전히 흡수하고 또 하나의 자신으로 만드는 배우입니다. 그리고 여러 분야의 예술을 생활과 마음에 장착한 예술인이기도 합니다. 영화, 음악, 사진, 패션. 뭐 하나 빠질 수 없이 그에게 중요한 카테고리입니다.

    이종원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압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세상을 세심히 관찰하기도 하지만 그를 둘러싼 예술에 대해 솔직하고 대담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내면의 모습을 면밀히 들여다보죠. 프린트베이커리가 자신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배우 ‘이종원’의 일상예술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Q. 요즘 근황을 알려주세요.
    최근 주연으로 참여한 드라마 ‘금수저’ 촬영이 마무리됐어요. 몇 달간 드라마에 몰두했던 지라, 무사히 잘 마쳤으니 이제 마음을 다시 다져보려고 푹 쉬고 있습니다. 집에서 노래도 듣고, 사진을 찍으러 다니기도 하고, 친구와 담소도 나누며 최대한 덜어내고 가볍게 지내려고 노력해요.



    이종원의 필름사진 ⓒ이종원


    Q. 평소에 사진 찍기를 좋아하시죠. 어떤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세요?
    필름과 디지털 두 가지 모두 사용해요. 필름 카메라는 주로 야시카 FX-3를 써요. 예전에는 집에 암실을 만들어두고 직접 현상했는데 이사하고 나서는 암실이 없어지기도 했고 바빠지면서 필름을 사용한 지 조금 오래된 것 같네요. 대신 라이카q를 구매한 후로 웬만하면 빼먹지 않고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있어요.
    사진을 계속 찍고 싶은데 시간이 없으니, 촬영부터 확인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필름보다 결과물을 바로 볼 수 있고 촬영 쉬는 시간에 툭툭 찍을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에 손이 자주 가더라고요. 물론 필름을 아예 놓아버린 건 절대 아니에요.



    라이카q를 메고 있는 모습 ⓒ이종원


    Q. “흑백은 필름으로, 컬러는 디지털로 찍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찍은 흑백 필름 사진을 보면 좀 빈티지해요. 선명하거나 깔끔하지 않죠. 먼지 낀 것도 보이는데, 전 그게 좋아서 따로 보정을 안 해요. 그런 흑백의 질감에 맞는 피사체를 찾다 보니 현대적인 것은 점점 사라졌어요. 도심 안에 있는 것은 어울리지 않았거든요. 옛날부터 존재해온 무언가를 찍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오래된 건물, 자연, 현대답지 않은 것이 제 앵글 안으로 들어오게 된 겁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컬러에 대한 갈증이 생겼어요. 필름으로 컬러 사진을 찍고 싶지는 않았고, 마땅한 카메라를 찾던 중 이 ‘라이카q’를 샀죠. 이제는 디지털로 현대적인 것들을 담아요. 흑백과 컬러, 색감도 대비되지만, 제가 각각의 사진에 담는 피사체가 달라서 두 가지 시대를 찍는 느낌이에요.



    이종원의 필름사진 ⓒ이종원


    Q. 연기를 하는 것만큼이나 사진 찍는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사진은 내 손으로 시작해서 다시 내 손으로 끝난다는 점에서 엄청난 매력이 있어요. 특히 필름 사진이 그렇죠. 초점, 셔터스피드, 조리개 다 직접 조절해서 찍고 필름을 감아 뺀 다음 (원래는 집에 암실이 있었으니) 그 필름을 집에 가져가서 용액으로 하나하나 시간 들여 현상하는 것.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순수하게 내 손으로 결과물을 만든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딱 이거 밖에 없더라고요. 어떤 일을 하든 시작과 끝에 내가 있는 게 경이로운 경험인 것 같아요. 더 이상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경험을 이미 해버렸고, 그래서 놓치고 싶지 않아요.




    라이카q로 찍은 사진 ⓒ이종원


    Q. 어떤 순간에 셔터를 누르시나요?
    덩그러니 놓인 것이나 홀로 다른 성질을 가진 피사체를 발견했을 때 셔터를 눌러요. 그 친구들이 외로워 보여서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저를 투영하는 것 같기도 해요. 누구나 가끔 혼자 있고 싶을 때, 외로울 때가 있잖아요. 그런 본질적인 외로움을 담게 돼요.

    Q. 그런 장면을 포착하려면 주위를 잘 살피고, 관찰해야겠네요.
    네, 저는 카니발을 타면 거의 창밖만 보고 있어요. 찍고 싶은 게 너무 많거든요. 창에 대고 사진을 찍을 때도 있고, 창문을 열고 찍을 때도 있어요. 평소에 핸드폰은 그냥 충전기 꽂아놓고 웬만하면 밖을 보죠. 카메라를 항상 챙기다 보니 핸드폰은 사진 찍는 용도가 아니거든요. 그렇게 차를 타고 가다가 ‘이건 무조건 찍어야겠다’ 싶으면 매니저님께 잠깐 멈출 수 있는지 여쭤보고 내려서 찍어요. 물론 차도가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요! 또, 촬영하다가도 담고 싶은 장면들을 발견하면 기억해두고 쉴 때 혼자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요.



    이종원의 필름 사진 ⓒ이종원


    Q. 따로 사진 계정(@wannaradicallove)도 있으시죠. 혼자 보기 정말 아까운 사진이잖아요.
    맞아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동시에 제가 배우지만 사진에 굉장한 열정이 있다는 걸 드러내고 싶기도 해요. 언젠가 제가 사진에 대한 무언가를 했을 때 사람들이 갑작스럽다고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저는 사람들에게 제 취미, 취향까지 자세히 공유하는 것까지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배우의 캐릭터, 연기를 보고 좋아하기 시작하지만, 그 다음엔 그 사람 자체에 관심이 가게 되잖아요. 그때 저를 잘 보여주고 표현하고 싶기 때문에 사진으로 제가 보는 세상을 공유하고 음악을 추천하며 음악 취향을 나눠요. 정말로 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같이 나누고 싶은 마음이에요. 무엇보다 꾸준히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며 진정성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진심을요.



    강원도 에어비앤비 ⓒ이종원


    Q. 종원님의 사진을 보다 보면 ‘많이 걸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진 찍으며 혼자 여기저기 많이 걸어 다니셨죠?
    네, 여행을 누군가와 함께 가게 되면 온전히 혼자 쉬거나 사진 찍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강원도 해발 700m에 있는 작은 오두막 에어비앤비를 자주 찾아요. 내비는 찍지 않은 채로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차를 잠깐 정박해두고 엄청 걸어 다녀요. 계곡, 산, 숲속을 주로 배회하죠. 최대한 도로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촬영하려고 해요. 그렇게 오래 찍다가 배고플 때가 되면 다시 숙소로 가서 불 지피고 고기 구워 먹죠. 거기 가면 사진 찍으러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집 안에 스피커가 곳곳에 있는 게 좋아요. LP도 플레이할 수 있고요.



    이종원이 모은 lp들 ⓒ이종원


    Q. 음악을 듣는 걸 많이 좋아하시나 봐요.
    어디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마음이 편해요. 음악은 제 인생에 빼놓을 수 없는 카테고리 중 하나거든요. 여행갈 때 도 무조건 자그마한 스피커를 들고 가요. 음악이 없는 건 상상이 잘 안되네요… 또, 저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이 음악을 소장하기 위해 LP를 모아요.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실제로 ‘소장’한다는 게 특별한 일 같아요. 그래서 집에 LP가 꽤 많죠. 살 때마다 포장 비닐에 붙은 작은 스티커를 조심스럽게 뜯어서 노트북에 붙이기도 해요.



    1960-90년대 이미지들, 이종원 세계관의 레퍼런스가 된다


    Q. 종원님에 대해서 말하려면 사진, 음악뿐만 아니라 패션도 빠질 수 없죠. 개인 SNS는 그 세 가지 것들로 꽉 채워져 있잖아요.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가깝게 즐기시는데, 각각의 카테고리는 서로 어떻게 닮아있나요?
    저는 6, 7, 80년대의 이미지를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 듣는 음악, 옷 입는 스타일도 그쪽 연도에 가깝게 느껴져요. 그 시기에 나온 디자인들은 어느 시대에 견주어도 다 멋지더라고요. 유행을 탈 것 같지 않아요. ‘클래식은 영원하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제가 빈티지 옷을 사는 이유도 거기 있어요. 물론 6-80년대 분위기를 가진 옷이지만 저는 그걸 5년, 10년 입을 생각으로 사거든요. 유행 없이 오래 내 것으로 세월을 간직해줄 것들만 모아요. 옷을 사는 건 ‘수집’의 개념에 더 가깝죠. 또, 제가 ‘윌리엄 이글스턴’이라는 미국 사진 작가를 참 좋아하는데, 그 사람의 사진에도 7-80년대가 아주 멋지게 담겨있어요. 그 이미지들이 제 사진에 영감을 줘요.

    Q. 한 시대의 이미지가 종원님의 세계관을 묶어주고 있군요! 어떻게 그 시대의 이미지를 흡수하게 되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랑 영화를 정말 많이 봤어요. 저녁 시간만 되면 영화를 봤던 것 같아요. 그때 같이 보던 영화에서 7-80년대 이미지가 많이 나와서 익숙해졌을 거예요. 제 깊숙한 곳에 심어져서, 자라나며 그때의 옷 스타일을 찾고, 음악을 찾게 되더라고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나오는 것처럼, 한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저는 60년대에서 80년대 사이로 가고 싶어요.



    왼쪽부터 김희수, 마우즈의 전시장 ⓒ이종원


    Q. 전시회는 자주 다니세요?
    혼자 적극적으로 전시를 보러 다니진 않아요. 그치만 그림을 그리는 지인이 많아서 지인의 전시회를 자주 다녀요. 특히, 김희수 작가님과 마우즈 작가님을 좋아해요. 지인의 작품 앞에서는 깊이 있는 감상을 할 수 있어요. 왜냐면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뭘 원하는지 알기 때문에 캔버스 위에 그런 것이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 해석하며 파고들게 되거든요. 게다가 그림은 제가 잘 모르는 분야라 더 열린 태도로 접근하게 되기도 해요.



    아키 쿠로다, Nuit de la Fondation Maeght 1985, Offset print, Image88x55.5cm, Frame89x56cm ⓒprint bakery


    Q. ‘옷을 수집하듯이 산다’고 하셨고 LP 모으는 것도 좋아하신다고 하셨어요. 수집을 좋아하시네요. 혹시 미술품 컬렉팅도 하시나요?
    제가 원래 이것저것 수집하는 걸 좋아해요.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 넓은 집으로 가야 할 텐데, 아마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야 할 것 같아요. (웃음) 그런데 아직 미술품 수집은 시작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아트 포스터는 자주 사는 편이에요. 마음에 들어 사 놓고는 아직 지관통에 들어있는 아이들도 많아요.

    최근에는 아키 쿠로다의 ‘Nuit de la Fondation Maeght 1985’가 딱 눈에 들어왔어요. 제가 찍는 사진들은 추상적인 게 하나도 없어서, 오히려 그림을 볼 때는 추상적인 것이 늘 더 좋더라고요. 이 포스터는 추상적인데다가, 제가 좋아하는 원색이 들어가 있고 알 수 없는 모양을 한 사람이 서 있는 것이 좋았어요.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은 모습 ⓒ이종원


    Q. 현재 하는 일이 예술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1차원적으로 배우는 보여주는 직업이에요. 제 모습을 다른 것에 투영해서 보여주는 거죠.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거지만 제가 연기했던 모든 캐릭터들은 원래 제 안에 있었다고 생각해요. 내 안에 잠재된 알맹이를 발견해서 그것을 극대화해 연기를 하죠. 그래서 마지막에는 ‘내가 이런 모습이 있었구나’하고 느끼게 되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배우는 없는 모습을 만들어내는 직업이 아니에요. 자기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걸 열심히 키워 연기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자신에 대해서 탐구하고 그걸 바깥으로 발전시켜 보여주다 보니 사람 자체가 예술이 되는 것 같아요. 연기 하다 보면 문득 느껴지는 예술성에 놀라거든요. 물론 혼자서 하는 것도 있지만, 많은 사람과 합을 맞춰 결과물을 만든다는 점에서 예술적이고, 경이로울 때도 많아요.

    무엇보다 ‘이토록 몰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예술과 많이 닮아 있어요. 예술가는 공통적으로 ‘몰입’을 통해 예술에 진입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가끔 연기하다가 정신 차렸을 때, 제가 엄청나게 몰두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기도 해요. 몰입하는 과정에서 예술의 실행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 같네요.

    Q. 타인에 자신을 투영하여 연기하는 직업이지만 역설적으로 자신에 대해 잘 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네요.
    내 안에 어떤 알맹이가 존재하는지 발견하려면 나에 대해서 공부해야 하잖아요. 그 공부를 통해서 다양한 모습이 나오게 되고요. 그리고 내 일부가 극대화된 인물을 연기한 후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연히 드러나기도 해요. 오늘 저의 취미나 작업에 대해 길게 설명할 수 있었던 이유도 평소에 고민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아요. 되돌아 보고, 탐구하면서 성장하는 거죠.



    ⓒ이종원


    Q. ‘이종원’으로서 원하는 삶에 대해 자세히 말해주세요.
    평화롭고 재밌게 살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배우’라는 직업이 저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언젠가는 사진가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예술을 할 수도 있죠. 마음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어요. 잘 준비해서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 해보고, 그 과정에서 좋은 예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거든요.



    EDITOR 전혜림  DESIGNER 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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