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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넌 모르잖아, 힙스터 노부부의 세계

    파란 리본이 감긴 선물상자로 변신한 PBG한남, 첫 개인전 <사랑의 장면들>을 찾은 작가 그레타프리든이 들고온 이야기 꾸러미가 선물 상자를 가득 채웠습니다. 사랑스러운 청중들을 초대해 ‘함께, 멋지게 나이 드는 법’에 대해 때로는 장난스럽게, 또 진지하게 깊은 공감을 나누었던 시간을 기록해보았습니다.

    그레타프리든, 일을 사랑하는 사람, UV printing, 510x720mm, limited ed.30, 2022


    파란 리본이 감긴 선물상자로 변신한 PBG한남, 첫 개인전 <사랑의 장면들>을 찾은 작가 그레타프리든. 그가 들고 온 이야기 꾸러미가 선물 상자 내부를 가득 채웠습니다. 그레타프리든 작가와 수줍은 첫인사를 나누던 중 작가의 발목, 빼꼼히 고개를 내민 쨍한 오렌지색 양말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그림 속 그레타가 신고 있는 양말이다!’ 차분한 베이지톤 패션 아래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던 그 오렌지색 양말이 마치 온화한 표정 속에서도 확고한 눈빛이 빛나던 그레타프리든 작가의 첫인상을 대변하는 듯했습니다.

    ‘작가님은 작품 속 그레타와 얼마나 닮았을까?, ‘그레타와 프리든처럼 나이 들기 위해 어떤 삶의 태도를 유지하고 계실까?’ 궁금한 이야기가 한가득이었지만, 잠시 마음에 묻어두기로 했습니다. 아티스트토크에 참석해 주신 소중한 청중들도 같은 궁금증을 품고 오셨을 것 같아서요.



    그레타프리든 개인전 '사랑의 장면들'을 담은 선물상자로 변신한 PBG한남


    그날 전시장에 걸음해주신 청중들은 제각각의 모습으로 사랑스러운 커플들이었습니다. ‘스우파부부’로도 유명한, 재기발랄한 모습이 사랑스러운 ‘얼미부부’. 연애부터 결혼까지! 한결같이 알콩달콩 꿀떨어지는 모습으로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연스커플’, 그리고 각각 영상 감독과 사진 작가로서 전시장에 핑크빛을 더해준 청중들과 함께한 시간은 훈훈함이 가득했습니다. 그레타프리든 작가, 청중들과 ‘함께, 멋지게 나이 드는 법’에 대해 때로는 장난스럽게, 또 진지하게 깊은 공감을 나누었던 시간을 기록해보았습니다.





    “삶의 모든 부분들이 나이가 들수록 잎이 지는 것 같더라고요. 잎이 지는 것보단 좀 더 청청해지고 끝으로 갈수록 결실을 맺는 그런 나이 듦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나이 듦’이란 어떤 것인지, 질문의 답으로 시작된 작가님의 이야기에서 작품 속 그레타와 프리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들이 앞으로 살아가게 될 나날까지도 살짝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진혜민(이하 진): 작가님에게 ‘나이 듦’이란 어떤 걸까요? 작품 속의 노부부가 워낙 개성 넘치다 보니, 작가님이 추구하시는 ‘나이 듦’이 궁금합니다.
    그레타프리든(이하 그): 나이를 먹을수록 나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때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여정 배우나 장명숙 디자이너처럼 개인이 가진 고유함을 잃지 않는다면, 나이가 들어도 주도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젊었을 때 가졌던 불안함, 두려움, 이런 안정적이지 못한 감정들이 오히려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정돈이 되는 것 같아요. 나이의 성숙과 함께 내면이 강인해지는 여정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작품에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진: ‘내면이 강인해지는 여정’에 대해 말씀하실 때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으시더라고요. ‘함께 늙어간다는 것’이 작가님에게는 어떤 의미인가요?
    그: 살면서 어려움을 안 만날 수는 없잖아요. 크든 작든 말이죠. 나이를 먹으며 여러 역경을 지나칠 때, 서로 의지할 수 있고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감각이 좋아요. 굉장히 큰 힘이 됩니다. , 저는 이제 30대 후반인데요, 30대, 40대, 50대, 70대, 각 시기마다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분명 다르잖아요. 함께한다는 건 ’그 유일한 때‘를 더 풍요롭게 누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좌)그레타프리든, 희망을 찾아서, 420x594mm, Pigment printing on Paper, 2021, (우)그레타프리든, 친애하고 친애하는, 420x594mm, Pigment printing on Paper, 2021


    진: ‘나이 듦’을 모험으로 표현하시더라고요. 앞으로 어떤 모험을 하고 싶은가요?
    그: 저는 저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아빠, 남편, 직업인으로서 균형을 잘 이룰 수 있는 삶이 지금 저희에게 중요한 모험 중 하나예요.

    진: 작가로서의 모습과 부모로서의 모습. 작가님을 이루는 여러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모험이겠네요.
    그: 네, 제가 생각하는 나이 듦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정체성’이에요. 정체성을 지키면서 나이들 때, 비로소 ‘성장하는 나이 듦’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엄마’로서의 저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생활했던 때가 있었는데 ‘나’라는 사람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어요. 여러 상황들에 따라 지켜야 할 의무와 행동이 따르겠지만, 그 중심에는 제 정체성이 확고히 있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진: 작가님 그림은 삶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 같습니다. 나이 듦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가도 작품을 보면 ‘이렇게 늙고 싶다’라는 지향점을 갖게 되니까요. 저도 작가님 그림을 보고 새로 꿈꾸게 된 노년의 한 장면이 있는데요. 땋은 머리에 망사스타킹을 입고 락페스티벌에 가는 걸 상상해봤어요. 여기 계신 분들도 이런 꿈을 하나씩 가져 보시면 어떨까요? 물론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니, 모두 지금부터 건강을 챙기기로 약속하면서요.



    (좌)그레타프리든, 사랑의 힘, 420x594mm, Pigment printing on Paper, 2021, (우)그레타프리든, 식물원, 420x594mm, Pigment printing on Paper, 2021


    작가님의 이야기가 무르익자 듣고 있던 청중들은 하나 둘 생각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약간의 셀프 디스를 가미한 재치 넘치는 얼미부부의 질문이 모두를 꺄르르 웃게 하며 분위기를 한껏 풀어줬답니다.

    얼(얼미부부): 저도 그림을 보고 노년의 저를 상상해 봤어요. 작품 속 프리든처럼 나이 들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보았는데, 우선 패션 공부를 해야 될 것 같아요. 지금으로서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저는 양말 신고 샌들, 이런 거, 상상도 못하거든요. 작가님은 패션 이런 공부를 따로 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그: 저희 남편도 패션에 대해 비슷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어서 공감됩니다. 전 패션을 공부한 건 아니지만 그림을 그릴수록 인물의 패션, 자세와 같은 디테일한 면들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어요. 그런 세세한 요소들이 모여 인물의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느꼈어요. 반바지의 길이, 손을 올려놓은 자세 같은 것들이요. 할머니가 그레타처럼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것과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다가오니까요.



    (좌)그레타프리든, CHUNG CHUNG, 420x597mm, Pigment printing on Paper, 2022, (중)그레타프리든, LOVE, 420x597mm, Pigment printing on Paper,2022, (우)THE STARS, 420x597mm, Pigment printing on Paper,2022


    진: 작은 요소 하나하나가 그레타와 프리든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감 가네요. 짝다리를 짚는다거나, 꼿꼿이 어깨를 편 자세들이 더 자유롭고 생기 있고 주체적으로 삶을 사는 인물들로 느끼게하는 요소 같아요. 한감독님과 호연님은 그림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한감독: 저는 내향적인 편이에요. 그래서 처음에 작품을 마주하고, 그레타와 프리든의 활동적인 일상에 실제 저를 대입해보았을 때엔 조금 피곤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한편으로는 그림을 보면서 조금은 더 활력 넘치는 삶을 살아보기로 다짐하게 되기도 했고요. 아무래도 나이를 먹을수록 활동적인 취미를 덜 즐기게 되는데 이 그림을 보면서 좀 더 활력적으로 살아야겠다고 각성하게 된 것 같아요.

    호연(연스커플): 저는 메시지에 대한 공감이 작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케이스예요. ‘함께, 멋지게 나이들기’가 제가 혜연이와 함께 추구하고 있는 삶의 방향성과 닮은 것 같았거든요. 작가님이 전하시려는 메시지가 그림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웠어요.

    호연의 이야기에 자리에 있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틈틈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것만으로 든든해보이는 연스커플의 모습에서 ‘이미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멋지게 나이 들고 있는’ 두 사람의 20년, 30년 후가 그려졌거든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멋지게 나이 들기. 아티스트 토크가 시작할 때 즈음엔 힙한 패션의 그레타프리든처럼 나이 들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 필기를 하는 마음으로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레타의 꼿꼿하게 앉아 다리를 꼰 자세 이야기가 나왔을 땐 영양제를 떠올려보기도, 패션 이야기가 나왔을 땐 지금부터라도 컬러풀한 양말을 한가득 사 모을까 고민해 보기도 했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또 여러 커플분들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머릿속에 떠올렸던 사소한 방법들은 큰 의미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오가는 눈빛들을 보며 더 멋진 방법이 떠올랐거든요. 함께,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누군가가 있는 모든 분들께 제안해 봅니다.

    1. 사랑하는 이와 눈을 맞추고 지지와 사랑의 눈빛을 보내 보세요.
    2. 사랑한다는 말, 언제나 믿는다는 말, 함께 어디로든 모험을 떠나주겠다는 말. 꾹꾹 눌러 담은 눈빛을 교환하고,
    3. 시선을 돌리기 전. 그의 눈에 담긴 '나'와도 눈 인사를 나누어 보세요. 그에게 보냈던 눈빛을 그대로 '나'에게도 보내 보세요.

    P.S. 상대와 이렇게 하기로 약속해 보세요. 한 사람이 깜빡하더라도 다른 한 사람이 챙겨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레타프리든 개인전 '사랑의 장면들' 전시 현장


    아티스트 토크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신 멋진 커플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DITOR 이지은 DESIGNER 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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