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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스스로 행복을 찾은 적이 있습니까? 이희조 인터뷰

    이희조 작가의 행복은 일상 도처에 존재하는 도달 가능한 것입니다. 그의 작품 속에는 순간의 조각들이 담깁니다. 사소하더라도, 모아 놓고 보면 내가 영롱한 행복의 시간을 걷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들이죠.



    “너는 봄날의 햇살 같아.”라는 대사는 작년 한 해, 가장 기억에 남을 드라마 대사입니다. 우영우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하다.’라는 이야기를 봄날과 햇살이라는 두 개의 단어에 담아 표현했습니다. 처음 이희조 작가의 작품을 접했을 때, 딱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정한 온도가 담긴 사물들. 차분하고 사려 깊은 마음씨가 느껴지는 구성. 그림을 그리는 이는 어떤 온도를 가졌을지 몹시 궁금했죠. 이희조는 일상의 한 조각을 평면적인 화면으로 구성하는 작가입니다. 사물과 장소, 만나온 사람들을 통한 관계, 기억, 그리고 감정들에 주목합니다. 조금은 포근해진 겨울, 햇빛이 잘 드는 큰 창이 있는 카페에서 만나 서로의 조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희조 작가가 작업하는 곳이자 애착하는 공간인 방

    진혜민(이하 진):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과 사물’을 그리고, ‘일상 속 도달 가능한 행복’에 대해 작업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작가님이 생각하는 ‘행복의 상태’는 어떤 것인가요?
    이희조(이하 이): 저는 안정감이 있는 상태에서 행복을 느껴요. 감정의 동요가 없는 편안한 상태를요. 주변 사물들도 크기, 색깔 별로 나열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진: 저는 ‘행복’이란 단어에 미래지향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는 지금의 상태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살고 있잖아요. 그런데 작가님의 행복은 꿈꾸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이: 미래에서 찾기보다는 일상에서 찾고자 하는 욕구가 큽니다. 일상 속에서 어떻게 하면 더 평안하고 행복할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해요. 사실 그래서, ‘행복’이라는 단어가 저에게 조금 거창한 느낌이 있어요. 거창한 걸 쫓기보다는 그저 항상 지금의 마음을 안정된, 괜찮은 상태로 만들려고 합니다. 저에게는 미래보다 현재가 중요해요.

    진: 작가노트를 통해 ‘우리는 수많은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표현하셨어요. ‘나’를 형성하는 요소들은 물질이 아니라 관계와 경험을 통한 서사라는 이야기로 들리는데요. 작가님의 조각이 궁금해집니다. 애착하는 공간이 있나요?
    이: 제 방을 가장 애착합니다. 제일 좋아하는 색으로 벽을 칠하고, 선호하는 질감의 가구로 채워 넣었어요. 취향의 조각들을 모아 방을 만들었거든요. 벽은 스위스 커피라는 색인데, 이름만 듣고는 진한 커피색일 것 같지만 밝은 아이보리 색이고요, 재질은 따뜻한 나무가 좋더라고요.



    스위스커피색으로 벽을 칠해 따뜻함이 느껴지는 작업실


    진: 그 공간 안에서 일어났던 소중한 경험들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이: 두 가지가 생각납니다. 창문이 서쪽으로 나있는데요, 오후 1시에서 3시에 해가 많이 들어오거든요. 불을 켜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에요. 이 시간에 햇빛을 느끼며 책을 읽는 순간이 무척 행복합니다. 오후 시간을 여유 있게 쓸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아서 더욱 소중해요. 또, 새벽에 잘 때쯤 되면 창을 통해 도로가 보이는데, 밤에 오가는 차들을 보는 게 좋더라고요. 창이 굉장히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고 있어요. 창을 많이 그리게 된 이유기도 합니다.



    오후 1시에서 3시 사이. 불을 켜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


    진: 좋아하는 것들을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이: ‘왜’인지 보다는, 내 취향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이미지 검색 사이트에서 사진을 천 장 정도 수집해 본 적이 있어요. 글로도 적어보았는데, 아무래도 저는 시각적인 게 끌리는 사람이니까요. 폴더를 나누어서 색감, 질감, 그래픽, 가구 등을 정리했는데, 내가 이런 그림을 좋아하고, 이런 색감을 좋아하고, 그래서 나는 이런 취향이라는 것을 그 때 알게 되었습니다.

    진: 스스로의 조각을 찾아가는 과정 같았네요. 작가님을 스스로 정의해 본다면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가요?
    이: ‘회복력이 좋은 사람.’ 힘든 일이 생기면 일상에서 행복한 것을 찾으려고 해요. 내 취향의 것들 속에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일기를 쓰죠. / 진: 매 순간순간을 사랑하며 사는 느낌인데요! / 이: 행복을 계속 찾지 않으면 너무 힘들잖아요.



    매일 핸드크림의 향을 고르는 소소한 행복


    진: 다음 조각으로, 작가님의 소지품이 궁금합니다. 항상 지니고 다니는 사물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이: 기분에 따라 핸드크림을 가지고 다녀요. 핸드크림 향이 다양해서 그날의 향을 고를 수 있다는 게 기분 좋아요. 또 수첩을 좋아합니다. 다이어리를 여러 개 쓰는데요, 힘들 때 쓰는 것도 있고, 매일 쓰는 것도 따로 있어요. 또 5년 Q&A 다이어리라고 매일 한 줄씩 적는 것도 있습니다.

    진: 공간이 나의 자아를 형성하는데 경험으로 기여를 한다면, 사물은 어떤 것으로 기여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물건을 습관을 만들어줘요. 유학을 막 갔을 때, 인스턴트 스틱 커피를 주로 먹던 때거든요. 영국에 없을까봐 맥심 제일 큰 박스를 챙겨 갔어요. 영국에서 아래층에 이탈리아 친구가 살았는데, 이탈리아인들이 그렇듯 커피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고요. 드리퍼, 모카포트 등 많은 장비로 어떻게 내려먹는지를 알려주는데 신선한 문화 충격을 받았죠. 그때의 기억이 아침의 습관을 만들어주고 있어요. 매일 내려먹는 커피가 아침을 더 풍부하게 하고 저를 더 행복하게 만들더라고요. 이런 사소한 습관이 쌓여 일상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경험하지 못했던 일상의 기쁨을 알려 준 커피 드리퍼


    진: 확실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그것을 근처에 두는 것은 삶을 더 충만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작가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조각은 무엇인가요?
    이: 물건을 역시 수첩과 일기장이에요. 지금 하고 있는 시리즈 작업을 처음 시작할 때, 지난 몇 년 치 일기를 읽어보았거든요. 나는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을 때 들여다보면, ‘나는 과거에 이런 사람이었고 지금도 이런 사람이구나’를 느끼게 돼요.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단어나 문장을 찾으면서요. 그래서 아직도 일기를 매일 쓰고 있어요. 가장 큰 조각이라고 생각해요.
    영향을 주는 사람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가까운 모든 사람들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어떤 책에서 “나를 이루는 사람은 내가 100%가 아니다.”라는 문구를 보았거든요. 제가 누군가와 만나서 대화를 하면, 그 사람이 제 일부에 쌓이는 거죠. 혜민님과 만났으니, 오늘은 희조 99%, 혜민 1%가 된 거예요. 엄마 20%, 아빠 20%, 친구들20% 등, 다양한 사람이 쌓여 있을 거예요.



    가장 중요한 조각인 수첩과 일기장


    진: 작가님의 유년 시절도 궁금해지는데요.
    이: 어렸을 때부터 집을 좋아했는데, 그렇다고 마냥 차분하지는 않았어요. 모범생 타입은 아니었고요. 밝은 아이였다고 생각해요.

    진: 그림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생겨났나요?
    이: 어렸을 때부터 늘 좋아했던 거라 특별한 계기나 이유를 찾기가 어려워요. 무언가를 좋아할 때 이유를 말하기 어려운 것처럼요. 그냥 좋았습니다. 지금도 그 좋아하는 마음이 마치 습관처럼 남아있어요. 아직도 너무 재미있어요. 다른 일을 하다 보면 더 느껴지더라고요. 역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행복하다는걸요.



    진행 중인 작업의 일부들


    진: 하루의 루틴이 어떻게 되나요? 작업을 하는 일과, 그리고 그 외의 시간들이 궁금해요.
    이: 일어나서 물 마시고, 커피 마시고, 그리고 계속 작업을 해요. 일과라고 할만한 특별한 것이 없네요. 그림 그리고, 밥 먹고. 그래서 즐겁습니다.

    진: 20년 뒤 어떤 모습이고 싶은지 떠올려 본다면 어떤가요?
    이: 사실 20년 뒤의 미래는 잘 떠오르지 않아요. 2022, 2023 새해 목표를 쓴 것을 보았는데 공통되는 단어가 있더라고요. ‘안정’. 저희 할머니가 90세가 다 되셨는데, 항상 할머니에게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삶인지요. 할머니는 그럴 때마다 노력해야 얻어진다고 말씀하세요. 그러니, 20년 뒤에도 열심히 노력하면서 쭉 그림 그리며, 지금처럼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먼 미래보다는 하나하나의 전시를 잘 끝내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희조 작가의 행복은 일상 도처에 존재하는 도달 가능한 것입니다. 행복은, 일어나자마자 창틈 사이로 새어나와 발을 녹여주는 햇볕이 될 수도, 기분에 따라 고른 핸드크림의 향기가 될 수도, 커피를 내려먹기 위해 주전자를 돌리는 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의 작품 속에는 이러한 순간의 조각들이 담깁니다. 사소하더라도, 모아 놓고 보면 내가 영롱한 행복의 시간을 걷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들이죠. 그렇기에 캔버스 안의 사물에게서 유난히 정성 어린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희조 작가가 전하는 일상의 소중한 조각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는, 3월 13일까지 PBG한남에서 진행됩니다.





    EDITOR 진혜민 DESIGNER 이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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