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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주르, 퐁피두!

    며칠 전, 미술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소식이 도착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현대미술관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가 서울 분관의 개관을 결정한 것입니다. 매년 퐁피두 센터 기획전을 개최하고 퐁피두 센터의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이미지에 부합하는 자체기획 전시 또한 별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곧 서울에서 맞이하게 될 퐁피두 센터의 역사와 이모저모를 미리 만나볼까요?

    퐁피두 센터로 가는 길목, 멀리서 보이는 전시 포스터들과 건물의 일부 © 전혜림



    며칠 전 미술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소식이 도착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현대미술관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가 서울 분관의 개관을 결정한 것입니다. 퐁피두 센터와 파트너십을 맺게 된 한화에 따르면, 2025년 63빌딩에 개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매년 퐁피두 센터 소장품 기획전을 2회 개최하고 이외에도 퐁피두 센터가 갖는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이미지에 부합하는 자체 기획 전시 또한 연간 2회 별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서울 한복판에 그 유명한 퐁피두 센터를 만날 수 있다니, 정말 설레는 일입니다.




    (좌) 마레지구 카페 (우) 레알 © 전혜림


    ‘퐁피두 센터’는 왜 그렇게 유명한 걸까요? 사실 이 현대미술관은 등장할 때부터 떠들썩했습니다. 퐁피두 센터가 위치한 곳은 힙하기로 유명한 마레(Marais)지구와 레알(les Halles) 사이의 보부르(Beaubourg)라는 동네인데요. 지금은 근처에 분위기 좋은 카페나 작은 갤러리들, 멋진 편집숍이 즐비한 중심가지만 지어질 당시에는 농수산물 시장에서 나오는 쓰레기 때문에 악취가 풍기는 빈민가였다고 합니다. 파리 중심에 빈민가라니. 당시 프랑스 대통령 ‘조르주 퐁피두’는 낙후된 도심 재생을 위해 재개발을 결정합니다. 프랑스 정부는 1971년 국제적인 건축 공모를 개최하였고 수많은 유명 건축가들이 새로운 현대미술관 건축 설계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밤낮으로 머리를 굴렸죠. 전 세계에서 무려 700개의 팀이 응모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좌) Splitting, 1974  (우) 마타클락 초상 © The Estate of Gordon Matta-Clark; Courtesy The Estate of Gordon Matta-Clark and David Zwirner, New York/London/Hong Kong.  

    그로부터 6년 뒤 1977년 1월, 드디어 퐁피두 센터가 개장합니다. 아니 잠시, 그보다 2년 전으로 돌아가 봅시다.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는 흥미로운 예술 작품이 1975년 바로 그 자리에서 등장했거든요. 바로 고든 마타-클락(Gordon Matta-Clack, 1943-1978)의 작품입니다. 마타-클락은 건축물을 재활용한 설치 작업을 주로 선보인 작가입니다.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개념은 ‘아나키텍쳐(anarchitecture)’인데요. 이는 반건축(anti-architecture)적인 요소와 건축적인 요소를 동시에 포용하는 반정부적인 정치성을 겨냥한 용어입니다. 즉, ‘비건축적인 건축공간’ 또는 ’건축인 듯 건축 아닌 건축 같은 너’ 정도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개념은 버려진 공공건물이나 개인공간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하는 작업을 통해 드러납니다. 그는 건물을 부수고, 자르고, 쪼개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상황-구조를 재정의했습니다.



    Conial Intersect, 1975 © The Estate of Gordon Matta-Clark; Courtesy The Estate of Gordon Matta-Clark and David Zwirner, New York/London/Hong Kong.



    1975년 가을 파리 비엔날레에 출품한 <원뿔 모양의 교차(Conical Intersect)> 작품을 예로 살펴봅시다. 마타-클락은 보부르 지역의 철거 예정인 17세기 건물 두 채를 재료로 삼아, 원뿔 모양의 구멍을 뚫어 두 건물을 연결(구멍의 연속성)하고 잘라냅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된 그곳이, 바로 퐁피두 센터의 주차장 부지였습니다. 게다가, 관람객은 원뿔형 구멍을 따라 걸어 들어가 퐁피두 센터의 건설 현장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마타-클락은 기존의 건물에 반건축적(구멍 뚫기) 행위를 통해, 해당 장소에 대한 정체성을 강조합니다. 사실 이 지역은 당시 재개발 사업 추진이 활발히 진행되는 곳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중세의 역사와 19세기 오스만하에서 추진된 근대화 과정이 모두 녹아 있는 특별한 장소성과 역사성을 띠는 곳이었습니다. <원뿔 모양의 교차>는 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차별과 소외 그리고 잃어버린 공간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냅니다.



    (좌) 파크원 © 전혜림, (우) kt 신사옥 © 에이앤뉴스/ W.S Yang, W.C Jeong

    고든 마타-클락의 <원뿔 모양의 교차>가 있던 자리에 2년 후, 내부 철골 구조, 시설이 모두 밖으로 나와 있는 보기 드문 건물 하나가 들어섭니다. 이 참신한 건물을 디자인한 건축가는 리차드 로저스(Richard Rodgers)와 렌조 피아노(Renzo Piano)입니다. 두 인물 모두 여러분이 쉽게 알 수 있는 건물을 설계했습니다. 리처드 로저스는 여의도 ‘더현대’가 드러선 ‘파크원’을, 렌조 피아노는 광화문 한복판에 눈에 띄게 아름다운 ‘kt 신사옥’을 설계했죠. 특히, 파크원 건물은 언뜻 보아도 퐁피두 센터가 떠오를 만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건물 위에 보이는 빨간 크레인이 여전히 공사 중인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방식은 지금까지 건물 안에 꼭꼭 숨겨둔 구조와 설비를 바깥으로 내보내면서 내부 공간 사용을 극대화합니다.


    퐁피두 센터 © 전혜림


    그 첫 시도가 퐁피두 센터였으니, 완공되기 전까지 ‘창자가 밖으로 나온 건물’이라며 언론으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공동 건축가인 렌조 피아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퐁피두 센터는 단순히 파리에 미술관 하나를 짓는 게 아니라 문화를 바꾸는 작업이었다. 60년대 말, 70년대 초반에 미술관·박물관이라는 곳은 사람들과 거리가 먼, 몹시 지루한 장소였다. 대리석으로 지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사고방식을 바꾸는 일. 즉, 혁명이 필요했다. 위압적이지 않고 사람들이 즐기러 오는 곳,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게 우리 목표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퐁피두를 가리켜 ‘박물관이 아니라 공장 같다’고 말했을 때 기뻤다. 리처드 로저스와 나는 반항아들(bad boys)이었다”






    현재 퐁피두 센터는 역사적인 도시의 경관과 현대적인 공간의 조화, 공존을 보여 줍니다. 역에서 내려 오스만 시대의 건물을 지나면 시끌벅적한 거대한 광장, 그리고 압도적인 건축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광장은 건물 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어 어서 오라며 환영하고 있는 듯하고요. 표를 사서 전시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건물 바깥으로 나온 기다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보이는 파리 시내는 ‘아, 내가 파리에 있구나’하는 설렘을 전합니다. 파리의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고, 유럽 현대미술관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장소인 퐁피두 센터는 디자인, 건축, 사진, 뉴미디어 등의 분야에서 70,000여 점이 넘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행기를 타고 14시간을 날아가야 볼 수 있는 유명 작품들을 이제는 서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퐁피두 파리 본관은 2023년 말부터 4년간 리모델링으로 인해 문을 닫는다고 하니, 우리는 그곳이 개관하기 전에 서울에서 먼저 퐁피두 센터를 만날 수 있는 셈이네요. 퐁피두 센터 서울 분관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올지 기대해 봅니다.


    참고문헌: 정연심. (2014). 『현대공간과 설치미술』.  에이엔씨.



    WRITER 전혜림  EDITOR 조희연  DESIGNER 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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