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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마주친 달콤한 행복 - 이우연 인터뷰

    반복되는 풍경과 일상 속 ‘우연한 행복’을 포착하는 일. 이우연 작가의 작품들은 우리 일상의 세렌디피티를 붙잡는 순간들을 담아냅니다. 오는 5월 4일, PBG에서 개인전을 앞둔 이우연 작가와 작품세계와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우연한 행복’이라는 뜻의 이 개념은 위대한 과학사적 발견부터 로맨틱코미디 영화에서까지, 우리의 생활 속 뜻밖의 반짝이는 만남들을 설명할 때 언급되곤 합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세렌디피티가 희박한 확률처럼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 우리가 일상에 존재할 수 있는 대부분의 행운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반복되는 풍경과 일상 속 ‘우연한 행복’을 포착하는 일. 이우연 작가의 작품들은 우리 일상의 세렌디피티를 붙잡는 순간들을 담아냅니다. 오는 5월 4일, PBG에서 개인전을 앞둔 이우연 작가와 작품세계와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조희연(이하 조): ‘일상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다는 것’이 작가님의 작품을 관통하는 철학이라 말씀하셨어요. 작가님께서 표현하신 것처럼 무미건조하고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일상에 개성을 부여하는 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바가 있다면요?


    이우연(이하 이):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물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포착한 대상은 저만의 경험과 형태, 색이 더해져 매력적이고 의미있는 사물로 거듭나요.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친근함이 묻어나는 일상 사물을 표현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쉽게 공감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그려낸 직관적인 아름다움이 작품을 보시는 분들에게 즐거운 기억으로 남길 바라요.


    조: 이번 전시에서 피사체로 다룬 오브제 중 특별한 상징 혹은 재밌는 사연이 있는 작품이 있다 면 소개 부탁드려요.


    이: ‘Lamp’ 라는 작품입니다.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화가 피카소의 작품에 등장하는 램프를 모티브로 작업한 작품이에요. 지금은 볼 수 없는 특별한 형태의 램프를 제 작업에도 녹이고 싶었어요. 처음엔 램프 자체에 흥미를 느껴 그리기 시작했는데 작업하다 보니 밤늦게 불을 켜고 작업하는 저의 모습이 투영돼서 그런지 보면 볼수록 애정이 가요.







    조: 작가님의 이번 작품들을 감상하니 노트에서 언급하신 ‘휴식’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작가님의 일상 속 ‘달콤한 휴식처’는 무엇일까요? 특정 행위나 시간, 혹은 물건일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저는 꽃과 식물이 가득한 공간을 좋아해요. 작업실 근처에는 원주천이 흐르고 있는데 하천 주변에 예쁜 꽃과 나무가 심어져 있어요. 작업이 안 풀릴 때면 커피 한잔을 가지고 그곳을 거닐어요. 자연의 색을 눈으로 잔뜩 담으면 금세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저는 음악을 들으며 혼자 걷는 걸 좋아해요. 평소 좋아하는 길을 무작정 걸으면서 시끄러운 머릿속을 비워내요. 워낙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다보니 머릿속이 늘 복잡한데 자꾸 집요하게 생각하다보면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고요. 작업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요. 그래서 무작정 밖에 나가 걸어요. 걷다 보면 기분도 상쾌하고 속이 깨끗하게 비워지는 기분이 들어요. 그리고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갑니다.







    조: 그렇다면 휴식이 아닌 일과는 어떠할까요. 작품내에서 일상에 대한 시선을 다루다 보니 작가님의 하루가 궁금해집니다.


    이: 저의 하루는 재미없을 만큼 단순해요 8시~9시 사이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잠깐 엄마와 수다를 떤 다음, 씻고 작업실로 나섭니다. 10시 정도에 작업실에 도착하고 밤 9시 정도에 퇴근을 해요. 전시나 협업으로 바쁜 날은 밤 12시 가까이 있고요. 작업에 돌입하기 전엔, 그 전날 했던 작업들을 쭉 둘러봐요. 특히 망친 그림들은 다시 봅니다. 그날의 기분상 괜히 이상했던 건지, 정말 별로였던 건지 다시금 확인해요. 이상하게도 어제 망쳤다고 생각한 그림이 오늘은 꽤 괜찮아보일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망친 그림들도 다시 모아놓고 다음날 소소하게 크리틱을 합니다.







    조: 작가님의 작업에서는 에스키스 드로잉과 텍스처가 매우 특징적입니다. 에스키스와 모래라는, 지금의 작업방식과 소재로 정착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이: 예전부터 건식 재료에 대한 관심도 컸고 학부 수업을 통해 저와 잘 맞는 재료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재료를 직접 손으로 감싸고 적절히 힘을 조절하면서 자유롭게 선을 긋고 색을 채우는 방식이 즐거워 에스키스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런 식의 작업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물도 많이 만났고요. 개인적으로 캔버스보다 종이 위에 건식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어요. 좋아하는 외국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거친 벽면에 그린 재미있는 낙서들을 보게 되었어요. 그림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유니크 한 벽면이 무척 매력적이라고 느꼈죠. ‘저 거친 벽을 화면으로 옮겨볼까’ 생각했고 러프 한 느낌의 재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많은 시도를 했어요. 입자 크기가 다양한 모래들을 사서 이리저리 섞어보다 물감을 칠할 때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비율을 찾게 되었어요. 이렇게 표현하니 물감의 형태도 두께나 모양이 매번 달라지게 되면서 우연성이 부여된 즐거운 화면이 만들어졌습니다.


    조: 작가님에게 우연성이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작업에서의 우연성도, 삶에서의 우연에 대 해서도 좋습니다.


    이: 우연성은 예상치도 못한 선물 같아요. 길을 걷다 아주 예쁜 꽃을 발견하고 언제든 꺼내 볼 수 있게 사진으로 남기는 일 처럼요!







    조: 작가님께서는 작업 전후로 행하는 특별한 의식이나 습관이 있을까요?


    이: 이건 좀 창피한 이야기인데요. 그림을 보고 말을 걸어요. 오늘 너 꼭 완성할 거야! 잘해보자! 라고요. 또는 좋아! 좋아! 하면서 붓과 캔버스, 그리고 물감들을 계속해서 다독여줍니다. 우린 한 팀이니까.


    조: 작가님 스스로를 물건으로 정의해본다면, 어떤 색의 어떤 오브제가 될 수 있을까요?


    이: 하얀 종이로 표현하고 싶어요. 하얀색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에요 아무것도 없음을 의미하기에 무언가를 채워넣기엔 더 없이 좋은 색이에요. 종이는 쉬워 보이지만 다루기 정말 까다롭고 예민한 소재입니다. 다 된 그림에 커피를 쏟아 망친 적도 많고 물이 튀어 그림이 우글거리는 바람에 컬렉터분께 판매하지 못했던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바람에 날아가 구겨진 적도 많아요. 손상된 종이는 복구도 되지 않아 속상한 일이 많았어요. 하지만 종이는 어떤 색이든 잘 담아내어 발색이 좋고 특유의 질감과 느낌을 통해 정교하고 섬세한 느낌이 살아 있죠. 이런 성격들이 저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작업할 때는 이런 성격 덕분에 작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좀 수월할 때도 있습니다.


    조: 이번 전시를 준비하시면서의 소감이 궁금해요. 향후 활동과 계획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우선 이번 전시를 정성껏 준비해주신 프린트베이커리 팀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프린트베이커리와의 첫 전시라 많이 설레기도 하고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지만 결론적으로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모두가 열심히 준비한 만큼 전시에 오시는 모든 분들께 유쾌하고 즐거운 경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반기에는 그룹전이 하나 있을 예정이고요 뷰티 브랜드와 함께 재미있는 협업도 준비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 다양한 곳에서 제 작업물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우연 작가에게 우연한 행복은 일상 속 예기치 못한 선물과 같습니다. 세렌디퍼(Serendipper)의 눈으로 매일의 풍경을 지나친다면 길을 걷다 발견한 꽃 한송이와 의자에 놓인 가방 하나에서도 특별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우연의 작품 속 의도치 않은 선과 면들은 완성되기 전까진 예측할 수 없는 우리 삶의 모든 확률도 행복한 결론으로 도달할 수 있다는 긍정의 위안으로 다가옵니다. 일상 속 행복의 색을 담은 이우연 작가의 개인전 ‘Being Somewhere’은 오는 5월 21일까지 PBG에서 진행됩니다.




    Being Somewhere - 이우연 개인전
    기간|2023.05.04-05.21
    장소|PBG(압구정로42길 24-6 5F)
    시간|11AM-7PM
    문의|0507-1494-0881





    EDITOR 조희연 DESIGNER 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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