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 위베이크

    모두가 기억하는 봄, ‘봄의 제전’ 작가 인터뷰 2편

    Artist. 윤덕환 조미형 허보리 / 공원에 핀 꽃이 특히나 예뻐 보이고, 펼쳐진 자연이 더욱이 높은 채도로 밝혀주는 듯한 봄이었습니다. 이제는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오네요. 모두에게 소중했던 봄을 다시 기다리며, 마지막 ‘봄의 제전’을 연주하고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확인해보세요.


    Artist. 윤덕환



    (사진) 윤덕환 작가의 작업실


    - 나에게 ‘봄’이란?
    정답고 친절한 사람 같아요. 한없이 미소 짓고 응원해 주는 존재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봄이 오면 봄이라는 정령이 잠들었던 곳을 생명의 땅으로 만들어 줘요. 저는 가끔 사람들을 보면 봄 같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어주는 친절한 사람들. 그런 것들을 보면 정말 봄 같다는 생각을 해요. 저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봄이었으면 좋겠어요.


    -‘봄의 제전’에 참여한 소감
    봄의 제전을 처음 제의를 받고,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곡을 들었어요. 우리가 흔히 아는 아름다운 선율의 발레 느낌과 먼, 원시적이고 주술적인 힘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격변하는 노래 선율은 봄이 요동치는 생명의 움직임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어요. 때론 잔잔하게 때론 광기어린 것처럼 저에게 강한 에너지를 주입하는 느낌이었죠. 간혹 자연 속에 있다 보면 꽃들이 요란하게 살아 움직일 때가 있어요. 그때의 움직임을 담고 싶어요. 이번 ‘원더랜드’ 작품에 최대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태초의 자연의 모습과 어우러진 우리의 마을은 어떨까라는 물음이 작업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시도 일 수도 있지만 즐겁게 이곳의 봄을 꾸려 나갔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 즐거웠던 작업시간으로 기억하고 좋은 경험이었어요.


    - 한껏 만개했던 봄을 보내주며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기나긴 겨울이 비로소 끝이 났습니다. 몇 년의 시간동안 바깥 공기를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오랜만인 것 같아요. 그 동안 못했던 안부 인사와 여유를 만끽했으면 좋겠습니다. 푸른 들판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걸어 나갈 때 마다 드는 생각은 아마 모두 비슷할 거라 생각해요. 푸른 하늘, 따뜻한 손길, 움직이는 나무와 꽃들 모두의 축제기간입니다. 지금의 봄을 끝까지 함께 꼭 즐겨주세요.


    - 나의 이야기를 전하는 매개체,‘식물’을 선택한 이유
    자연은 어렸을 때부터 낯설지가 않았어요. 특히, 식물은 정말 다양하고 신비로운 존재입니다. 정해진 모습 없이 모두 제 각각이에요. 그런 모습들이 저의 작업에 많은 흥미를 부여합니다. 우연적으로 표현된 유화의 질감과 색감을 보는 것 같아요. 조형적으로 아름다운 식물의 선의 모습. 강렬한 색감은 저를 매료시켜요. 자연과 우리가 사는 공간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 흥분을 감출 수 없어요. 시골집에 자란 넝쿨과 우연히 자란식물들 그리고 바위 틈새에 자란 조그마한 꽃들 가끔씩 이 식물이 저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기도 해요. 또는 먹먹한 감정을 느낌을 들 때도 있고요. 그래서 더 재밌는 소재 같습니다.





    (사진) 윤덕환 작가의 풍경


    Q1. 윤덕환 작가님이 그린 마을의 모습은 유난히 따뜻하고 정겨운 색감으로 담겨있어요. 그럼에도 각각의 요소들이 엉뚱하거나 과장되어 표현된 것이 어딘가 슬프기도 하고요. ‘집’의 일기장을 보는 기분이기도 해요. 그렇다면 봄이라는 계절 속에서 작가님의 ‘마을’과 ‘집’은 어떻게 존재하고 있나요?


    맞아요. 제 작품은 각각의 요소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공동체이고 작은 사회입니다. 행복해 보이기도 하고 때론 슬퍼 보이기도 합니다. 가끔은 먹먹해지는 마음으로 작업을 담을 때도 있어요. 사실 이 공간을 만들 때 다양한 기억들을 다시 꺼낸 흔적들도 자세히 보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모습이 어찌 보면 저의 작업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여러 기억들로 하여금 만들어진 마을은 제가 생각하는 봄을 온전히 담았다고 보아도 될 것 같아요. 막 이제 농작을 시작한 집부터 시작해서 서로 바라보는 집들까지... 작업을 들어갈 때에는 하나하나 퍼즐 맞춰 나가듯이 진행하는 것 같아요. 그것들이 쌓이고 또 쌓이다 보면 하나의 작은 공동체가 만들어져요. 비로소 만들어진 마을의 모습을 보면 항상 흐뭇하게 봅니다. 이곳의 집들은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유기체로 존재하고 있어요. 정착할 수도 있고 지루해지면 다른 마을로 갈 수도 있습니다. 특별히 큰 법칙은 존재하지 않고 서로에게 모두 친절한 이웃들이에요. 바쁘게 움직이고 또 다양한 일들이 존재하죠. 우리와 많이 닮아 있고 행복해 보이지만, 가끔은 우울해 보이는 집들도 있어요. 그런 집들을 모두 귀엽게 봐주세요.



    Artist. 조미형




    (사진) 조미형 작가의 풍경


    - 나에게 ‘봄’이란?
    《봄의 제전》 전시를 준비하는 중에 출산을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봄이 ‘아기’처럼 느껴져요. 봄마다 빠르게 올라오는 새싹들을 보면서 식물들은 참 성실하게 자란다고 생각했는데 아기도 식물처럼 부지런히 자라더라고요. 인간과 식물이 오버랩되면서 아기가 봄 같고, 봄이 아기 같아요. 저는 아기의 시간을 지나 여름을 사는 중인 것 같고요.


    -‘봄의 제전’에 참여한 소감
    봄의 제전은 제게 특별한 작품이에요. 대학생 시절에 음대 교수님께 허락을 구하고 음악사 전공 수업을 수강했었는데 그때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무용 영상을 보게 되었어요. 음악과 무용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온몸에 전율이 오르면서 스탕달 신드롬 같은 걸 경험했어요. 인간의 신체로 돋아나는 봄의 형상을 치밀하게 표현해낸 것도 놀랍고, 그저 따스하고 사랑스럽기만 한 봄이 아니라 대지를 뚫는 강인한 에너지를 가진 봄을 묘사한 것이어서 봄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었죠. 이번 전시에서도 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는 작가님들의 작품들을 모아둔 것 같아서 오랜만에 기분 좋은 관람을 했어요. 여전히 봄의 제전 무용 영상을 자주 찾아보는데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과 작가님들도 오래 찾아볼 것 같아요.


    - 한껏 만개했던 봄을 보내주며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장마와 함께 여름이 오고 있어요. 저는 여름 꽃과 여름 풀을 가장 좋아해요. 여름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에는 봄과 가을만 화려한 줄 알았는데 여름 또한 화려함의 절정이더라고요. 여름 꽃의 높은 채도도 좋고, 풀의 시원한 동세들도 좋아해요. 짙은 풀 내음과 강한 빗소리도 좋고 감각적으로 다채로운 계절이죠. 올여름에는 여름의 다채로움을 작품 안에 잘 담아보고 싶어요. 여러분들도 봄보다 더 강렬하게 만개하는 여름을 보내시기를 바라요.


    - 나의 이야기를 전하는 매개체,‘식물’을 선택한 이유
    제가 자주 하는 표현인데 식물은 제게 가장 훌륭한 조각이자 그림이에요. 시간이 지나도 이 생각은 언제나 유효합니다. 식물은 제게 탐미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말없이 수다가 가능한 대상이 되어 주기도 해요. 제게 많은 질문을 품게 하고 해답을 주며 삶의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작업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적절한 매개체라고 생각했어요. 식물이 창작 활동의 동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사진) 조미형 작가의 봄과 영감


    Q1. 도시에서 유통되고 성장하는 식물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계신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모종들을 데리고 시들지 않고 키울 수 있는 식물들을 선보이셨어요. 무척이나 단순화된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는데요. 작가님의 식물이 어떻게 변주하여 사람들에게 닿아질지, 조미형 작가님의 식물 작업의 목표가 궁금해요.


    제가 도시 식물을 다루기 전에는 대자연에 관심이 있었어요. 성장기에는 자연 다큐멘터리나 과학서적에 빠져있었고, 20대에는 책이나 TV에서 보던 오지를 찾아다니며 마다가스카르로 떠나기도 하고 킬리만자로를 등반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혼과 팬데믹으로 인해 이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자연이 있는 곳으로 제 몸을 이동시키기보다 지금 제 주변에 있는 식물들을 관찰하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제 삶이 흘러가는 대로 제가 바라보는 식물의 양상도 변주할 것 같아요. 그리고 최근에 육아를 하면서 한정된 시간 안에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조금 더 또렷해졌는데 봄마다 쏟아져 나오는 식물의 잎들처럼 저도 작품을 쏟아내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 제 작업도, 저도 식물을 닮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Artist. 허보리


    (사진) 허보리 작가님 작업실


    - 나에게 ‘봄’이란?
    배꼽시계 같은 것. 끼니때가 되면 배가 고파지는 것처럼 어김없이 찾아오는 반복의 표상 같아요.


    -‘봄의 제전’에 참여한 소감
    다양한 방식으로 식물을 탐구하는 작가들과 각자의 조형언어를 주고받으며 서로가 풍성해 지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 감사한 전시입니다.


    - 한껏 만개했던 봄을 보내주며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팬데믹을 보내고 나서 첫 봄입니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푸르른 그림을 보며 각자 새로운 도약을 꿈꿔 볼 수 있는 시절이 될 수 있기를 바라요.


    - 나의 이야기를 전하는 매개체,‘식물’을 선택한 이유
    식물은 매년 시기와 계절에 따라 번성과 쇠퇴를 반복하는 존재입니다. 어찌 보면 한없이 나약하게 사라지고 한편으로는 질기게 반복적으로 자라나고 꽃을 피우죠. 나에게 식물은 가장 화려하고도 초라한 존재로서 우리 인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아주 효과적인 비유적 대상입니다. 그리고 조형적으로는 사람에게 눈빛과 몸짓이 있는 것처럼 식물의 줄기와 잎 등에서 나오는 선이 가진 에너지와 실루엣이 화려하여, 화가로서 그림을 그리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좋은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식물의 군락이 이루어 내는 일률적이고도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진 모습은 한무리의 관현악단을 보는듯 멜로디나 리듬과 같은 음악적인 구석도 있어요. 또한 존재자체로 봤을 때 사람과 비슷하면서도 사람이 아니기에 작가인 내가 원할 때 대상을 편히 접하고 그림으로 소화하는 과정에서 말없는 정물로 조용히 내 곁에 존재함으로 내가 회화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최적의 대상입니다.





    (사진) 허보리 작가님의 봄과 영감


    Q1.‘봄 조각’ 이라는 작품명의 시리즈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추상적으로 표현했음에도 색감이 주는 따뜻함에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전체적인 풍경을 보여주기 보다는 확대 이미지로 자연을 보여주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일부러 확대하여 그렸다기 보다는 작품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것은 전체 그림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전체는 42개로 이루어진 거대한 풍경이었습니다. 그중 1/42 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죠. 이는 이 세상의 전체와 부분에 대해 사유를 하고자 만든, 화가로서의 장치입니다. 나에게 이런 전체와 부분을 생각하게 만든 몇 가지 경험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로 얼마전부터 성행하기 시작한 미술의 지분투자입니다. 나는 분명 이 그림의 지분을 위해 큰 돈을 지불하였는데 내 수중엔 그림이 없다는 재미있는 사실입니다. 그림이 가진 물성, 종이나 액자, 캔버스 틀과 천 물감 중 나는 어느 부분을 몇 프로를 갖고 있는 걸까요 내가 가진 부분은 그림의 우측 모퉁이 일까요 좌측 중앙 모퉁이 일까요 하는 생각에 시작한 작업이었습니다. 지분을 투자하지만 그럼에도 그림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유채가 흐드러진 땅을 그렸는데 그 땅을 42개로 조각 내어 하나씩 분배하도록 하였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아파트를 분양받는 상황이나 내가 살고 있는 작은 평수의 아파트를 생각하게 합니다. 모두가 같은 평수 같은 모양의 작은 집이지만 나만의 작은 세계가 그 안에 존재하죠. 집들이 차곡차곡 쌓아 올려진 고층의 아파트에 각자의 문이 있는 것처럼 나의 땅그림은 그렇게 아파트같이 보여 지길 원했습니다.




    그룹전 '봄의 제전'
    기간 | 2023.5.18(목) - 6.7(수)
    장소 | 프린트베이커리 더현대서울점 (더현대서울 2층)
    시간 l 10:30AM-8PM (금토일 8:30PM)
    문의 l 02-3277-0283



    EDITOR 송효정 DESIGNER 김세윤
    

    WORLD SHIPPING

    PLEASE SELECT THE DESTINATION COUNTRY AND LANGUAGE :

    GO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