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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니스 비엔날레를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2년 마다 진행되는 비엔날레.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거대한 예술의 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올해 진행된 제 18회 건축 비엔날레를 중심으로 베니스 비엔날레를 더욱 알차게 즐길 수 있는 네 가지 방법을 소개 드릴게요. 올해의 주목할 만한 전시부터 베니스 비엔날레만의 관람 포인트 팁까지. 유럽 현지에서 갓 전하는 생생한 현장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베니스, 2023 ©전혜림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니스의 좁은 골목은 언제나 관광객으로 가득 찹니다. 작은 다리는 골목마다 뻗은 운하 위를 잇고 파스텔톤의 집은 낮고 촘촘하게 모여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도시는 5-11월에 더욱 북적입니다. 비엔날레 때문이죠. 베니스에서는 미술과 건축 비엔날레가 격년으로 개최됩니다. 작년은 59회 미술 비엔날레가 개최되었고, 올해는 18회 건축 비엔날레가 진행 중입니다. 비엔날레는 분야를 막론하고 2년에 마다 진행되는 예술 행사입니다. 비엔날레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큐레이터가 예술 감독으로서 하나의 주제를 제안하고 전시를 꾸립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또한 미술, 건축 모두 큐레이터가 본인이 제시한 주제에 맞춰 본 전시를 기획합니다. 그와 별개로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국가는 해당 주제 내에서 각자의 이야기로 전시를 만듭니다.


    2023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본전시 입구 ©전혜림


    베니스 비엔날레는 크게 두 장소에서 진행되는데요. 독립된 전시관을 가진 29개의 ‘국가관’은 자르니디 공원 내, 나머지 국가들은 아르세날레에 자리합니다. 두 곳 모두에 자리를 잡지 못한 국가는 개별적으로 베니스 내 전시 장소를 찾습니다. 이번 건축 비엔날레에는 총 63개의 국가가 참여했습니다. 그 외에도 해당 기간에 여러 크고 작은 전시들이 개최되죠. 약 6개월 동안 진행되는 엄청난 규모의 국제적 예술 축제라고 할 수 있겠네요.


    2023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본전시 전경 ©전혜림


    올해는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역사상 첫 아프리카계 예술 감독 레슬리 로코가 큐레이터(예술 감독)로 자리했습니다. 그는 ‘미래의 실험실(The laboratory of the future)’이라는 주제를 제시했습니다. 이번 주제가 탈식민화와 탈탄소화라는 두 가지 주제와 직접적인 연관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2023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노르딕 국가관 전시 전경 ©전혜림


    베니스 비엔날레를 즐기는 4가지 방법


    첫 번째. 최대한 많은 국가관 전시를 볼 것

    우리는 베니스 비엔날레로 그 해 예술 동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본전시뿐만 아니라 60여개의 국가가 내는 소리를 각각 듣다 보면, 세계가 지금 어떤 이야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죠. 그 흐름을 더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국가관의 전시를 봐야 합니다. 데이터가 많이 쌓일수록 묶고 나누는 통찰력도 커질 테니까요.


    2023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독일관 (좌) 전시 전경, 2022년 미술비엔날레 전시 이후 남은 쓰레기를 모아둔 모습 (우) 해당 쓰레기를 재활용해서 관람객이 직접 가방을 만들 수 있는 프리뷰 행사 ©전혜림



    하지만 보통 여행지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라 모든 전시를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간단한 사전 조사를 통해 보고 싶은, 혹은 중요한 전시를 꼽아 둔다면 도움이 될 겁니다. 아트 트립 콜렉티브 ‘off.to.venice (instagram:@off.to.venice)’는 프리뷰를 포함해 약 10일간 베니스에 머물며 모든 국가관을 봤다고 하는데요, 리서치에 능숙하지 않다면 해당 팀이 순차적으로 올리는 전시 정보 및 리뷰를 통해 나만의 우선순위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좌) 베니스 프라다 파운데이션 입구, (우) 전시장 내 전시 설명 패널 ©전혜림



    두 번째. 외부 전시에도 눈을 돌려 볼 것

    비엔날레 기간에는 공식 전시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전시가 진행됩니다. 시간이 된다면 외부 전시에 눈을 돌려 보세요. 비엔날레에서 잠시 벗어나 또 새로운 갈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예요. 하나만 꼽아 소개하자면, 지금 프라다 파운데이션에는 ‘날씨’를 주제로 한 전시, ‘Everybody talks about the weather’ 전(2023.05.20-11.26)이 진행 중입니다. 전시 제목처럼, 우리는 모두, 매일 날씨 이야기를 합니다. 오늘과 내일 그리고 이번 주 일기 예보 같은 가벼운 이슈부터 기후 위기에 대한 조금은 무거운 주제까지. 해당 전시의 모든 작품도 날씨로 똘똘 뭉쳤습니다. 아니, 큐레이터가 그렇게 만들었죠.



    베니스 프라다 파운데이션 전시 전경 ©전혜림


    전시장 곳곳에는 작품과 더불어 리포트를 연상시키는 전시 설명 패널이 놓여있습니다. 자세히 읽어보면 작품 설명과 연관된 실제 리서치 결과가 패널 안에서 자연스럽게 스며있죠. 장관입니다. 위트도 있고, 위기도 있습니다. 예상 밖을 아주 벗어나는 작품까지 ‘날씨’라는 주제 안에서 흥미롭게 풀어낸 이 전시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역사가 쌓인 오래된 건물 안에 현대 작품이 놓여있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감상 포인트가 되겠네요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 ©전혜림


    세 번째. 관광지 곳곳에 숨어있는 미술 여행지를 방문할 것

    비엔날레가 진행되는 자르디니와 아르세날레에서 배를 타고 조금만 벗어나 중심지로 들어오면 원래 유명했던 미술 여행지도 만날 수 있습니다. 유명 관광지는 모여있기 때문에, 산마르코 광장에서 내려 걸어 다녀 보세요. 먼저,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입니다. 좁은 골목을 굽이굽이 들어가다 보면 일반 주택처럼 보이는 곳에 있습니다. 1900년대 중반, 현대미술의 중심에서 여러 아티스트를 후원하고 뛰어난 안목으로 명작을 수집한 페기 구겐하임의 컬렉션을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단층의 기다란 전시실 안에서는 걸음마다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아 이 작품이!’ 페기 구겐하임 여사의 힘을 절감하죠.



    (좌)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 (우) 올리베티 쇼룸 ©전혜림


    이탈리아 최고 건축가라 할 수 있는 ‘카를로 스카르파(Carlo Scarpa)’의 건물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대리석이 풍부하게 나오는 이탈리아 지역 특성에 스카르파의 손길이 가미되면 눈을 믿을 수 없는 아름다운 공간을 만나게 됩니다. 그가 디자인한 공간에 가면 절제된 아름다움에 살같이 스치는 기분이 듭니다. 첫 번째로,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Fondazione Querini Stampalia)은 16세기에 지어진 이 건물을 1960년대 전후에 스카르파가 리모델링한 곳으로, 현재 도서관과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재단 컬렉션 감상과 건축 디테일을 살피는 재미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타자기로 유명한 올리베티(Olivetti) 쇼룸입니다. 폭이 좁지만 깊은 쇼룸은 작지만 스카르파만의 작은 건축 디테일로 꽉 차 있습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국가관 전시가 모여있는 자르디니에서 만날 수 있는 베니스 풍경 ©전혜림


    네 번째. 주변 풍경을 충분히 즐길 것

    전시를 열심히 보다가도 아름다운 베니스 풍경을 만난다면 놓치지 마세요. 여유를 가지고 힘껏 만끽하세요. 의식적으로 멀리 시선을 던지는 방법도 좋습니다. 전시를 보고 미술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지만 가까이에 있는 멋진 풍경을 눈과 마음에 담는 것도 중요하지요. 또, 자르디니에서 아르세날레까지 걸어가는 약 20분의 시간 동안 좋아하는 곡을 선곡하여 천천히 걸어 보세요. 노래를 들으며 베니스의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아득한 옛 시대와 현재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산책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베니스 풍경, 2023 ©전혜림


    당장은 어렵더라도 가까운 시일 내에 베니스 비엔날레를 위해 그곳으로 떠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소개한 <베니스 비엔날레를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을 알아둔다면, 떠날 기회를 만들 용기와 의지가 더 부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베니스를 거닐며 흩어진 전시장을 찾아다니는 여러분의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앞으로도 매년 베니스 미술, 건축 비엔날레는 계속되니, 언젠가는 그곳에서 세계 예술 동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또, 여러분만의 비엔날레 즐기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신다면 프린트 베이커리를 통해 꼭 공유해 주시길.





    WRITER 전혜림  EDITOR 조희연  DESIGNER 이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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