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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의 그림, 그때의 나 - 박용인 인터뷰

    프린트베이커리의 아름다운 실험, PB Labs가 작품이 삶의 태도가 된 특별한 사람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습니다. PB Labs가 수집해나갈 다양한 컬렉터들의 스토리, 첫 번째 에피소드로 선정된 어반자카파 박용인님과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볼까요?




    컬렉터(collector). 사전적 의미로 ‘물품의 수집자’, 특히 미술품의 수집가 혹은 수장가를 칭하는 이 개념은 로마를 시작으로 중세시대부터 ‘미술관’이 탄생하는 기반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미술관 이전에 컬렉터가 존재했던 것이죠. 단순한 개인의 취향이 모두의 희노애락과 역사적 순간들로 확장되는 데엔 수많은 컬렉터들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있을 것입니다. 프린트베이커리의 아름다운 실험, PB Labs가 작품이 삶의 태도가 된 특별한 사람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습니다. PB Labs가 수집해나갈 다양한 컬렉터들의 스토리, 첫 번째 에피소드로 선정된 어반자카파 박용인님과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볼까요?


    조희연(이하 조): 용인님의 미술에 대한 흥미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아무래도 음악을 본업으로 하는 분이시다 보니 특별히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스토리가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박용인(이하 박): 시각적인 것들에 있어서 주관적인 기준이 있는 편인 것 같아요. 제가 사진을 전공했거든요. 뿐만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많은 것들, 이를테면 패션, 음악부터 다이닝 분야에서도 색과 밸런스가 중요하다보니 자연스레 미감에 예민해졌어요. 생활을 둘러싼 굉장히 여러가지 부분들이 미술과 연관성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운영하는 사업의 브랜딩에 있어서도 시각적인 요소들은 정말 중요하고요.

    조: 가장 처음으로 컬렉팅한 작품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보통 처음으로 구매한 작품은 첫 눈에 반하듯 운명적인 끌림을 느낀다고들 하는데, 용인님께서도 첫 작품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으실지 궁금합니다.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만나게 된 작품인가요?

    박: 첫 컬렉팅으로부터 9년 정도가 지났네요. 청담동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했을 때였어요. 소박하더라도 음악과 미술이 있는, 저의 취향이 반영된 공간이 되었으면 했죠. 당시에 마침 김건주 작가님과 인연이 되어 레스토랑에 작품을 걸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작품이 다른 곳으로 전시를 가야해서 돌려드리게 되었는데 빈 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집에 돌아와서도 자꾸 그 작품이 생각나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공간 정체성의 일부가 되고 중요한 존재감을 갖게 된 거죠. 결국 작가님께 연락 드려서 구매할 수 있는지 문의드렸죠. 그게 저의 첫 컬렉팅이었습니다.

    조: 첫 눈에 반했다기보단 상실감에서 시작된 스토리군요.

    박: 그때는 첫 사업을 준비하면서 힘든 일이 많았던 것 같아요.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공간을 통해 위로 받던 시기였죠. 개인적인 애정에 근거한 따뜻함 때문인지, 공간과 그림의 밸런스가 좋았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공간에 작품이 계속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조: 단순히 좋아한다는 감상에 그치지 않고 작품을 구매해야겠다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인 취향에 있어서도 ‘좋다’와 ‘소장하고 싶다’의 기준은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특별히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작품들의 공통점이 있을까요?

    박: 개인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갈망이 있는 편입니다. 완전하고 넘치는 것보다는 불안에서 오는 긴장과 어느 정도 결핍이 느껴지는 여백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부족함 없이 완전한 것들에는 묘한 공허함을 느껴요. 오히려 조금은 어설프더라도 가능성이 있는 것들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작품에 있어서는 좋아하는 특정한 화풍이나 스타일이 있다기 보단 직관적으로 끌림을 느낀 것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컬렉팅한 작품들 대부분이 첫 인상에 매료되어 소장하게 된 것들입니다. 





    조: 소장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던 작품도 있으실까요?

    박: 최근 이배 선생님의 작품을 구매하게 되었는데요. 예전부터 좋아하는 작가님이긴 했지만 소장할 기회는 없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도산대로에 있는 남양유업 건물 주변을 지나가는데 1층에 디피된 이배 선생님의 작품이 갑자기 정말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한창 힘들고 많이 지친 시기였는데 그 그림이 주는 굳건한 힘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선생님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을지 수소문하기 시작했죠.

    조: 첫 컬렉팅도 그렇고 유독 힘든 시기에 인연을 맺게 되는 작품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박: 음악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감성적이다보니 일상에서 오는 편안함보다는 슬픔이나 기쁨을 갈구하고 거기서 원동력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인지 감정이 넘치는 시기를 지나칠 때 마음에 들어오는 작품들이 있는 것 같아요.

    조: 컬렉팅한 작품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낄 때가 있나요?

    박: 작품 자체의 존재감과 작품이 공간에 부여하는 힘을 사랑해요. 평면 작품도 좋아하지만 조형 작품을 정말 좋아하는 편이어서 집 안에서 수시로 자리를 바꿔 보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새로운 기운을 얻는 것 같아요.




    조: 작품을 선물하신 경험도 있을까요?

    박: 그릇이나 화병을 비롯하여 세라믹 작가들의 작품을 선물하는 걸 좋아해요. 눈으로만 감상하는 게 아니라 음식을 플레이팅하고 꽃도 꽂아보면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으니까요. 소장인으로 하여금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여백이 있다 보니 예술에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가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 선물을 하고싶게 만들죠.

    조: 컬렉팅 공간이 따로 있는 분들도 있지만 용인님처럼 ‘집’이라는 생활공간을 작품과 함께하는 분들은 공용 공간으로서의 합의도 필요할 것 같아요.

    박: 그럼요. 같이 사는 공간이니 합의가 필요하죠. 컬렉팅하고 싶은 작품이 있으면 꼭 아내에게 보여주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웃음) 최근에도 너무 갖고싶은 작품이 있었는데 아내의 취향은 아니어서 포기한 적이 있어요. 최근에는 다니엘 아샴의 작품을 그렇게 놓쳤는데.. 아직도 눈에 아른거리네요. 




    조: 컬렉팅에 대한 팁이나 관련 정보들을 주로 얻으시는 곳이 있을까요?

    박: 미술에 대한 관심도가 대중적으로 높아져서인지 예전보다 원하는 작품을 컬렉팅하기가 많이 어려워진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주변에 미술 쪽 관계자나 컬렉터분들에게서 정보를 얻는 편입니다. 특히 요즘에는 많이 배우고 있는 입장이에요. 옛날에는 ‘내가 좋으면 그냥 좋은거지.’ 싶기도 했는데 지금은 주변의 다양한 분들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귀담아듣게 되었어요. ‘아는 만큼 시야도 바뀌는구나’ 몸소 경험하는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조: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 전환점을 맞은 계기가 있을까요?

    박: 허명욱 선생님의 작업실에서 느끼는 게 많아요. 선생님의 작품들은 평면부터 조형, 식기 등 다양한 만큼 일상 곳곳에 묻어있잖아요. 작업실에서 사람들을 맞이하는 선생님의 모습과 흔적들을 보면서 ‘작품 자체가 한 사람의 삶을 담고 있구나.’ 하는 불현듯한 깨달음을 얻었어요. 세월이 쌓인 작업의 궤적이 인생을 담고 있는 하나하나의 조각들이구나 하는 생각이요. 그 뒤로는 어떤 작품이 되었건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운 것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삶과 이야기에 대해 고민해보고 대입하게 되었습니다.  

    조: 아트 컬렉팅 입문에 대해 고민하거나 망설이는 분들에게 특별히 영업을 하자면?

    박: 온전한 나의 세계가 생긴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어요. 언젠가는 내 것이 아니게 되는 것들이 세상에 너무나 많잖아요. 소모되고 사라지고, 때론 떠나기도 하고. 현대사회에서 해소될 수 없는 근본적인 외로움과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들을 그림은 아무런 판단 없이 들어주거든요. 때론 도망치고 쉴 수 있는 온전한 나만의 무엇이 생기는 것이죠. 좋아하는 작품을 구매해서 매일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것을 대해도 좋고, 그 작품이 때론 완전히 다른 마음가짐을 갖게도 한다는 게 가장 큰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으면 하는 위안입니다.



    EDITOR 조희연 DESIGNER 이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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