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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LECTORS. 어라..나 그림 살 수 있네? - 아나운서 배혜지의 컬렉팅 입문기

    그림은 누가 사는 걸까? 갤러리와 아트페어 곳곳에 붙은 빨간 스티커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 있을까? 여러분에게 ‘아트 컬렉터’라는 단어는 어떻게 다가오나요? 이제 막 프린트베이커리와 함께 첫 걸음을 시작한 배혜지 아나운서의 설레는 컬렉팅 입문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조희연(이하 조): 저희 첫 만남이 김선우 작가님의 클럽 PBG 때였죠. 그래서인지 혜지님을 생각하면 자연스레 김선우 작가가 먼저 떠오르는데요. 작가님의 팬이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배혜지(이하 배): 몇 년 전, 부산 아트페어를 방문했을 때였어요. 여러 작품들 사이에서 김선우 작가님의 도도새를 처음으로 마주쳤는데, 작품을 보자마자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는 거예요. 바다 위에 도도새 두마리가 떠있는 작품이었는데요.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모든 것이 이 그림에 있구나' 하는 생각에 첫 눈에 반했어요. 그전까지 제게 그림은 그저 감상하는 영역에 불과했는데 '이 그림, 얼마지?' 하고 궁금해진 첫 경험이었습니다. 당연히 빨간 스티커가 붙어있었지만 (웃음) 작가님이 실제로 어떤 분인지 알고 나서 더욱 팬이 되었어요. 매일 새벽에 기상하는 성실한 루틴을 지키고 계셔서 놀랐고요. 저 역시 기상 캐스터 생활을 하면서부터 매일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거든요. 이렇게까지 라이프 스타일이 비슷한 화가가 있을까 싶었어요. 어떻게 치열한 일상 속에서 그림을 통해 이렇게까지 평화로운 정서를 전달할 수 있을까 하면서 작품에 더욱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도도새에 크게 이입을 하기도 했고요.




    조: 보통 어렸을 때 자연스레 접하는 명화나 공교육에서 미술사를 학습하는 것이 미술 입문의 첫 경험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혜지님처럼 동시대의 젊은 신진작가로 입문하게 되는 경우는 은근히 드물다고 생각하거든요. 처음으로 방문한 아트페어에서 김선우 작가로 입문하다니!

    배: 저도 신기해요. 유명 브랜드의 가방 같은 것에도 그렇게까지 소비욕이 동한 적이 없었는데요. (웃음) 그림이 주는 행복의 종류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공간에 대한 애정과 소중함이 반영된 만족감이라고 생각해요.

    조: 혜지님이 주로 소비하는 작품들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컬렉팅에 일관적인 취향이 있을지 궁금해요.

    배: 제가 좋아하는 작품들의 공통점은 날씨와 연관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여름의 푸르름을 담는다거나 하늘이 강조되어 있다거나하는.. 추상적이거나 부차적으로 해석이 필요한 작품 보다는 직관적이고 투명한 작품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직업상 날씨를 표현하는 것이 일이다보니 주로 계절감이 두드러지는 그림에 마음이 가요. 작품을 통해서 제가 하는 일에 영감을 받기도 하고요. 저는 말로 전달하는 사람이지만 작가들은 미술을 통해서 표현하잖아요. 개인적으로 그림을 정말 못그려서 어려서부터 화가들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아직까지는 작은 작품 위주로 모으고 있는 단계입니다. 작고 귀엽고 예쁜 것을 좋아해요. 제가 프린트베이커리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저처럼 컬렉팅에 대한 경험이나 정보가 없는 사람들이 아트굿즈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좀처럼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작가들의 작품도 에디션이나 포스터로 만나볼 수 있고요. 특히 그릇 모으는 것도 좋아해요. 스케줄로 바쁘다보니 간혹 휴일만큼은 아름다운 그릇에 공들여 식사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요. 그래서 프린트베이커리에서 다양한 공예작가들의 작품으로 일상에 행복을 찾을 때가 많아요. 선물하는 기쁨도 있고요.

    조: 집에 작품을 배치할 때 기준이 있을까요?

    베: 집에 있는 작품들의 위치는 ‘구석구석’는 말이 어울리는 것 같아요. 집안 곳곳에 기분 좋은 포인트를 심는다는 느낌으로 배치하게 됩니다. 책상 한 구석에 이게 있으면 좋겠다, TV 수납장 사이에 이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요. 여기 뽀짝, 저기 뽀짝. 집을 다니다가도 도도새 안녕! 아이스크림도 안녕! 인사하면 기분이 업되니까요.




    조: 소장하고 계신 작품들 중에 가장 마음이 가는 친구가 있을까요? 또 요즘 눈여겨보는 작가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배: 김선우 작가님이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그리신 드로잉 작품을 한 점 소장하고 있는데요. 그 작품을 보았을 당시에 제 남동생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었거든요. 동생을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소장을 했던 작품이고 방향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침대 맡에서 항상 제 하루의 시작과 다짐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소장하고 싶어서 기회를 벼르고 있는 것은 정다은 작가님인데요. 인스타그램에서 그림을 보았는데 작품에 바람이 부는 것 같았어요. 아직 SNS로밖에 작품을 접하지 못해서 다음 전시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 작품을 선물하신 경험도 있을까요?

    배: 이여름 작가님의 아이스크림 시리즈 작품을 연인에게 선물한 적이 있어요.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선물 받은 분의 생일이 7월이거든요. 한창 더울 때 태어난 사람에게 보기만 해도 시원한 작품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조: 작품에 대한 정보는 주로 어떻게 얻는 편이실까요?

    배: SNS를 활발하게 활용하는 편이에요. 주변에 크게 컬렉팅에 관심 있으신 분이 없다 보니 오프라인으로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얻을 기회가 잘 없거든요. 다행히 요즘은 작가님들이 대부분 개인 SNS 계정을 운영하고 계셔서 아티스트라는 직업이 마냥 작품으로만 만나고 다가가기 어렵고 신비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작품 바깥의 이야기를 접하고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조: 제테크적인 부분에서 컬렉팅을 고려해 보신 적도 있을까요?

    배: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보니 아트테크의 목적보다 제 삶의 동반자이자 반려 작품을 찾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컬렉팅에 입문중이에요. 낭만을 갖고 ‘나에게 꼭 맞는 작품은 뭘까’ 하며 갤러리나 페어를 방문할 때마다 첫 만남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있어요. 그렇다고 작가의 잠재성이나 투자 목적을 아예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닌데요. 한번은 큐레이터인 친구가 요즘 소장할 만한 작품들을 추천해 준 적이 있었어요. 이 작가의 작품은 지금 사놓아야 한다고! 그런데 이상하게 그렇게 추천받은 작품들은 뭔가 끌리지 않는 거예요. 매일 보는 작품이니 내 눈에 보기 좋아야 한다는 게 가장 우선이에요. 그래서 또 프린트베이커리의 아트굿즈들과 공예품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웃음) 그저 아름다운 컵, 보기만해도 기분이 좋잖아요?

    조: 이 작가, 내가 초기에 알아봤었는데! 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배: 예전에 한 작은 갤러리의 단체전에서 콰야 작가님의 작품을 보고 너무 좋아서 한동안 자취방에 엽서를 붙여놓은 적이 있었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이름이 알려지셔서 괜히 놀랍고 뿌듯한 마음이었어요. 이제 막 시작한 신진작가나 학생 작가들의 작품을 알아보는 것도 특별한 즐거움인 것 같아요. 




    조: 특정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할 수 있다면 어떤 그림을 부탁하고 싶으세요?

    배: 아, 상상만으로도 너무 좋네요. 만약에 정말 의뢰할 수 있다면! 윤형택 작가님께 가족사진 느낌의 도상을 의뢰하고 싶어요. 김지희 작가님께는 자화상을 부탁드려보고 싶고요.

    조: 아트 컬렉팅 입문에 대해 고민하거나 망설이는 분들에게 특별히 영업을 하자면?

    배: 아트 컬렉팅은 저와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했었어요. 사회초년생때는 그림을 둘 공간을 마련하는 것 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컬렉터들은 지하에 수장고가 있거나 집의 온습도도 맞춰놓잖아요. 나는 이 그림을 산다고 해도 월세방 벽에 걸 수도 없는데! (웃음) 이전에는 미술 분야의 엘리트적인 이미지 때문인지 내가 이걸 좋아한다고 해도 될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는데요. 요즘은 책이나 잡지,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그림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서 장벽이 많이 사라진 느낌이에요. 팬으로서 작가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많아서 컬렉팅문화에 대한 장벽이 낮춰진 것 같아요. 인생을 함께하는 반려작품들을 찾는다는 느낌으로 조금씩 입문하는 지금의 과정이 너무나 설레요.  그런 의미에서 프린트베이커리의 활동과 행보를 너무나 좋아하고 응원하는 사람입니다. 친근하고 쉽게 미술과 대중을 연결하는, 그 다리가 필요했던 사람이 바로 저거든요. 더 많은 사람이 그 다리를 오가며 다양한 작품들을 소장하고 그것을 매일 맞이하는 기쁨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DITOR 조희연 DESIGNER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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