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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와 예술이 만나는 곳, 니스 미술여행

    니스는 예술에 진심입니다. 과거 다양한 아티스트가 프랑스 남부의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영감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예술을 존중하는 태도가 도시 곳곳에 묻어있습니다. 아름다운 마티스, 샤갈 뮤지엄부터 지중해 연안의 아트 포인트들까지. 유독 뜨거웠던 지난 푸른 여름 날과 작별하며, 바다와 예술 모두를 즐길 수 있었던 니스에서의 여정을 공유합니다.

    니스, 프랑스 2023 ©전혜림


    프랑스 남부 여행지 중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은 ‘니스(NICE)’입니다. 니스는 Côte d’Azur(코뜨다쥐르)지역에 속하는데, 여기서 Azur(아쥐르)는 파란색의 한 종류로 눈에 부시게 쨍하고 청량한 푸른색을 칭합니다. 아주 맑은 날의 하늘 색과도 비슷하죠. 지역 이름에 ‘아쥐르’를 쓴 이유는, 이 지역 바다가 그 색과 같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관광객이 니스의 아름다운 바다색을 보고 느끼기 위해 이곳을 찾습니다. 보통 니스를 떠올리면, 푸른 바다 옆 자갈 해안 위로 파란 파라솔이 빼곡히 줄지은 모습일 겁니다. 하지만 니스에는 바다뿐만 아니라 숨겨진 아름다움이 하나 더 존재합니다. 바로 ‘예술’입니다.


    니스 마세나 광장, 프랑스 ©전혜림


    니스는 예술에 진심입니다. 과거 여러 유명 작가가 아름다운 도시에서 작업을 했고, 지금까지도 예술을 존중하는 태도가 도시에 묻어있습니다. 먼저, 도심에는 트램길을 따라 공공미술을 전시한 ‘열린 하늘 속 미술관(Un musée à ciel ouvert)’이 있습니다. 그중 도시 가장 중심에 위치한 마세나 광장에는 하늘 위로 우뚝 솟은 노란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는 ‘하우메 플렌자(Jaume Plensa)’의 작품입니다. 서로를 마주하는 사람 모양의 조각상은 밤에 색이 부드럽게 변하면서 사회를 구성하는 공동체 간의 대화를 상징합니다. 동시에 무심코 하늘을 쳐다보게 만들면서, 니스 하늘을 재발견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니스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트롱프뢰유 ©전혜림


    도시를 걷다 우연히 재밌는 장면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바로 ‘눈속임 그림’을 뜻하는 ‘트룀프뢰유(trompe-l’œil)’입니다. 실물과 같을 정도로 철저히 사실적인 묘사를 해서 사람들을 착각하게 만드는 기법이죠.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프랑스 남부 건물 같지만, 가까이 가서야 그림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니스 마티스 뮤지엄 ©전혜림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조금 위쪽으로 올라가면 마티스 뮤지엄이 있습니다. 마티스는 1917년, 니스에 처음 도착했습니다. 그는 남부 햇살에 완전히 매료되어 이곳에 평생 머물기로 합니다. 그리하여 마티스가 생을 마감한 1954년까지 니스에서 작업을 했고, 대부분의 그의 작업이 니스에서 탄생했습니다. 


    (좌) 1947년에 그린 마티스의 정물화, 1949년 그의 동의 하에 니스 관광 홍보를 위한 포스터 이미지로 사용 되었다
    (우) 니스 마티스 뮤지엄 ©전혜림


    앙리 마티스 작품은 너무 예쁜 바람에, 그 표면적 아름다움만이 소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티스 미술관에서는 그저 ‘야수파 대표 화가’, ‘컷아웃(Cut-Out) 기법’ 정도로만 알고 있던 마티스의 진짜 이야기를 알 수 있습니다. 지난 6월부터 필자가 이곳에 방문한 9월까지는 앙리 마티스의 1930년대 작품을 보여주는 기획전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니스 실내화(室內畵)와 오달리스크 시기를 지난 1930년대는 전환점이자 성숙의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결코 하나의 스타일에 국한되지 않겠다는 마티스의 결심을 보여줍니다. 이미 성공의 궤도에 올랐던 마티스는 안정적인 상태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고 다시 한번 위험을 감수한 도전을 시도합니다. 예로, 프레임의 한계에서 벗어나 대형 작업(벽화)에 도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의 회화 세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죠.


    니스 마티스 뮤지엄 ©전혜림


    초대형 작업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반즈 재단(Barnes Foundatio)의 벽화 ‘La Danse(춤)’입니다. 이는 1930년 마티스가 미국을 여행할 당시 자신의 그림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필라델피아의 반즈 재단의 요청으로 그리게 되었습니다. 그는 미국이 아닌 니스에서 긴 시간 동안 작업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전시는 그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어, 마티스의 고민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몸의 어느 부분까지 그릴지, 선은 어떻게 뻗을지 등… 단순한 형태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이지만, 그 형태가 완성되기까지는 셀 수 없는 시행착오가 필요했습니다.

    Fauteuil rocaille(로카이유풍의 안락의자), Henri Matisse, Huile sur toile, 1946


    관람 중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1946년 그려진 로카이유풍의 안락의자 작품입니다. 제목을 보기 전까지는 무늬 또는 추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구도의 의자 그림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작품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마티스는 니스의 골동품 딜러를 통해 이 의자를 발견한 뒤, 프랑스 초현실주의 작가 아라공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고 합니다.

    “드디어 1년 동안 찾아 헤매던 물건을 발견했어. 바니쉬로 얼룩진 은색 베네치아 바로크식 의자야. (…) 몇 주 전에 골동품 가게에서 이걸 발견하고 큰 충격을 받았어. 너무 완벽하고 훌륭해서.” -1942년, 마티스가 아라공에게 쓴 편지 중

    그를 매료시킨 이 의자는 1942년 초 여러 번 그의 실내화에 등장했지만, 몇 년후인 1946년에는 추상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시도를 합니다. 그는 의자를 마치 모델이 포즈를 취한 듯 관능적인 느낌으로 그렸습니다. 여러 작업에 걸쳐 반 식물-반 동물 같이 대상을 혼합하는 방식의 작업을 이어오던 그의 특징이 여기서도 드러납니다. 대상에 대한 깊은 탐구, 사람과 사물의 특징을 교묘하게 섞어서 추상적으로 그려낸 것. 필자는 이런 특징이 마티스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진짜 요소라고 생각했습니다.


    니스 샤갈 뮤지엄 ©전혜림


    마티스 미술관과 멀지 않은 곳에는 샤갈 미술관도 있습니다. 1966년 마르크 샤갈과 그의 아내 발렌티나 브로드스키가 성경 메시지를 담은 17개의 대형 캔버스를 기부하면서 형성된 국립 기관은, 이후에도 샤갈의 여러 컬렉션을 기부 받으며 조금씩 그 규모를 키워갔습니다. 그리고 1973년, 샤갈의 생일인 7월 7일에 ‘국립 샤갈 성서 메시지 박물관(Musée national Message Biblique Marc Chagall)’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합니다. 이후 성경뿐만 아니라 세속적인 주제에 대한 컬렉션도 쌓여서 2008년에는 가족의 동의를 통해 ‘국립 샤갈 박물관(Musée National Marc Chagall)’으로 이름을 바꿉니다.



    니스 샤갈 뮤지엄 ©전혜림


    하얗고 고요한 미술관에는 성경 메세지를 담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는 색채를 감상하는 것 이상으로 그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 또한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작품을 하나씩 ‘읽어 내려’ 갔습니다. 그러다가도 아름다운 그의 표현 방식과 색감에 넋을 놓고 멍하니 바라보게 됩니다.


    니스 샤갈 뮤지엄 ©전혜림


    이곳에는 특별한 전시실이 있습니다. 샤갈 작품을 후각으로 느낄 수 있죠. 에르메스 조향사로 유명한 장 클로드 엘레나(Jean-Claude Ellena)가 사랑의 장밋빛 작품마다 다른 장미 향을 제조했습니다. 작품 앞에 준비된 의자에 앉으면 그 작품에 어울리는 향을 맡을 수 있습니다. 미묘하게 변하는 장미의 향을 맡으며 샤갈의 작품을 바라보는 경험은 정말 황홀했습니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을 때, 제목으로 영감을 얻고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미술관 측에 각 작품의 제목을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림1, 그림2…’였죠. 당황스러운 동시에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제목을 특정하지 않으면서 관객이 자신만의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거니까요. (…) 다섯 가지 다른 힘과 뉘앙스를 가진 장미 향을 제조하면서, 사람들이 작품과 향 사이에서 상호작용을 경험하도록 했습니다. (…) 저는 향이 작품의 제목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죠. 향은 제목이자 스토리가 될 겁니다. 저의 개인적 시선이 어쩔 수 없이 향을 맡은 사람의 시선을 형성하게 되겠지만, 향기가 당신의 응시에 가이드가 되어줄 것은 확실합니다.” - 장 클로드 엘레나(Jean-Claude Ellena)


    니스, 프랑스 ©전혜림


    바다와 예술, 두 가지 모두 즐길 수 있는 도시가 실존하더군요. 도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예술 포인트들과 마티스, 샤갈 뮤지엄까지. 바다에 뛰어들기 전, 준비운동으로 미술 여행을 다녀오는 건 어떨까요. 이제 막 가을이 문턱을 넘었지만, 지난여름을 추억하고 다음 여름을 계획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길 바라봅니다.





    WRITER 전혜림 EDITOR 조희연 DESIGNER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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