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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친구이자 언니가 되어줄게 – 권하나 ‘나나’ 인터뷰

    이토록 솔직한 인터뷰는 처음일거에요. 권하나 작가의 분신, ‘나나’가 그동안 그림안에서 겪은 성장통과 고민들이 여러분의 삶에 위로를 전하길 바라며, 나나와 함께한 꽤 특별한 수다를 떨어보았습니다.



    SPY, Oil and oil pastel on canvas, 40.9x31.8cm (6호), 2023


    그림으로 하루의 감정과 추억을 캔버스에 기록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그 속에는 늘 한 여자아이가 새초롬한 눈망울을 하고 쳐다보고 있죠. 그녀의 이름은 ‘나나’ 입니다. 나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바로 전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그림에 새겨 넣으며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그리고 이번 권하나 작가의 개인전을 기념하여 나나와의 아주 특별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작고 여리게만 보았지만 대화를 나눠보니 단단함의 밀도가 남달랐죠. 성장해가며 스친 상처들, 그리고 이를 아물게 한 추억으로 채워진 나나의 솔직한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Q: 안녕, 나나! 너의 존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소개를 부탁해

    나나: 안녕! 나는 나나야. 아주 오래 전 권하나 작가 (이하, 하나)의 그림일기 속에서 탄생했어. 글로 일기를 쓰는 것 보다는 그림으로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무의식 속에서 탄생한 분신이지. 하나를 대변해서 말해주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주면 되겠어



    Q: 권하나 작가의 그림 속에 등장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

    나나: 진짜 자신의 얼굴을 그림으로 그리기엔 조금 부끄럽기도 했고,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탄생을 하긴 했지만 하나가 느끼는 기분과 감정을 대변해서 말해주고 있어. 때로는 하나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지만 가짜일때도 있지. 예를 들면 ‘내가 이랬으면 좋겠다’ 고 싶은 나를 표현하는 것 말이야. 예쁘게 그릴 때도 있고 귀엽게 그릴 때도 있고 하나가 아닌 행동을 할 때도 있고. 하나의 기분을 대리만족 시켜주는 캐릭터라고 생각해. 말하기 힘든 고민들을 직접 털어놓긴 그러니까 내가 대신 그림 속에서 표현해주면서 하나의 기분을 다스리고 있는거지.







    Q: 나나의 하루 루틴이 어떻게 돼? 이건 꼭 해야만 하는 것이 있다면 말이야.

    그림을 매일 그리고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맛있게 먹는게 제일 중요한 루틴이야. 운동도 매일 하고 있어. 어렸을 땐 많이 게을러서 통통했었는데 커가면서 내 스스로를 가꾸기 시작했어. 성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상처들이 많았지만 거기서 나를 잃지 않고 강하게 만들기 위해 하루 루틴을 만들며 하나하나 지켜 나가기 시작했어. 잘 먹고, 운동도 하면서 씩씩한 나나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었지.



    Q: 나나에게 권하나 작가는 어떤 존재야?

    나나: 가장 좋은 친구이자 엄마 같은 존재야. 하나가 없으면 나도 없기 때문에 어쨌든 연결되어 있는 관계잖아? 언제 한번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나를 계속 그리고 있고, 이 작품들이 다른 이의 품으로 떠나가지만 하나가 그렸기 때문에 항상 마음 속에서 함께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어. 딸을 시집보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품을 보낸대. 너무 귀여운 표현이지? 그런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면 작품을 절대 대충 그릴 수 없게 돼. 하나가 소중하게 그리는 만큼 받는 사람들도 이 감정을 꼭 같이 느끼는 것 같아.




    팬케익 요정, Mixed media on canvas, 20x20cm (1호), 2023


    Q: 너의 특징을 꼽자면, 음식인 것 같아. 머리 위에 늘 음식을 얹고 있는데 이유가 있을까

    나나: 내가 먹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음식은 사람들을 가장 친하게 만들어주는 연결고리라고 생각해. 한솥밥이라는 말이 괜히 하는 말이 아닌게, 같이 밥을 먹다 보면 정도 들고 그 맛이 잊혀지지 않는 음식들이 있잖아? 의미있는 음식을 기록하고 그 순간을 잊고 싶지 않다는 상징적인 의미야.

    팬케익을 그린다고 했을 때 이것은 단순히 팬케익이 아닌 달콤했던 순간들을 보여주는거야. 좋아하는 남자친구랑 먹은 파스타도 그냥 파스타가 아니지. 이별했더라도 다시 먹으면 그 때가 생각이 날 수밖에 없잖아. 추억은 어쩔 수 없는 나의 몫이야,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이니까. 그 때 먹은 음식을 떠올리면 저절로 그 순간 느낀 감정을 기억하게 되더라구. 모두 공감하지? 그래서 음식을 계속 그리게 되었어.




    슛도리, Oil and oil pastel on canvas, 27.3x22cm (3호), 2023


    Q: 이번 Nostalgia 전시에서는 나나의 어린시절을 보여주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우리에게 보여줄거야?

    나나: 사실 비밀이긴 한데 조금만 말해줄게! 나의 어린시절은 마냥 행복했었어. 이 순간이 영원할 것 같았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영원히 내 곁에 머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시절이 지나고 나니 현실을 깨닫게 되는 나이가 오게 되더라구. 좋았던 순간들이 사라지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나가고. 이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느꼈던 혼란한 모습들을 그려볼 예정이야. 그래서 이 소용돌이를 보여주기 위해 반항하고 거부하는 모습이 등장할 수도 있어. 그러면서 다치고, 넘어지고, 상처받으면서 강해지게 되는 모습들 말이지.

    나는 행복이 제일 중요해. 어쩌면 모든 것은 해피엔딩 이겠지만 그 사이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있잖아. 나는 이것이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된 감정이라고 생각해. 행복해 보여도 그 안에 아픔이 있을 수도 있고, 크기와는 상관없이 그 깊이는 모두에게 중요할 텐데, 그 아픔을 나라는 존재로 계속 토닥여주고 싶어




    Birthday alone, Oil on canvas, 27.3x22cm (3호), 2023


    Q: 그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아보자면?

    나나: 진심을 나눌 수 있는 모든 사람들과의 시간! 수 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결국 끝까지 가는 관계는 서로 진심이었던 관계더라구.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단 한 명 뿐 이어도 그것이 진심이라면 나는 만족해. 작더라도 내 주변의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면 그게 행복한거지 뭐. 그렇다고 내가 물질적으로 무언가를 많이 해줄 수는 없지만 그림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면서 그저 지금 이 사회가 따뜻해지면 좋겠어.

    그리고 어떠한 관계도 이 사람과 이야깃거리가 없고 추억이 없으면 좋은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해. 작품 중에 아무도 오지 않는 생일파티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이 날 내가 원했던 건 선물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한 추억이었거든. 늘 추억을 만드는 순간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아.

    Q: 요즘 나나를 뒤흔드는 고민이 있다면?


    나나: 나는 혼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면서 독립적인 존재가 되어가려고 해. 현대 사회에서 많은 여성들이 추구하는 캐릭터이지 않을까 싶은데 내가 나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나는 멋있는 사람이고, 완벽하지 않아도 내가 나로 살아가는 기쁨 아는 사람이면 그걸로 충분해.




    오늘의 고민을 나나에게 이야기해보세요.


    나나의 솔직함이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가 될 것 같아서 프린트베이커리 계정으로 사람들의 고민을 조금 받아봤어. 언니의 마음으로 하나 하나 소중하게 답변해주길 바라!





    고민1. 몰랐는데 결혼 1년만에 내가 내 남편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깨달았어. 기쁘기도하고 슬프기도 하네! 너무 늦게 알아차린 건 아닌가 싶어


    이제 알았다면 지금부터 잘하면 돼!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면 좋겠어. 왜냐면 하고 싶어도 말을 못할 때가 분명히 오거든. 나도 예전에 만난 남자친구들한테 자존심 부린다고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었는데 헤어지고 나니까 그게 참 후회되더라. 그 순간에 느끼는 고맙고 사랑스러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더 돈독한 관계가 될거야. 그치만 귀중한 말이니 너무 자주 말하지는 말고!





    권하나 작가의 TO DO LIST


    고민2. 여유 없는 생활패턴을 만드는 내가 좀 별로야


    오늘의 TO DO LIST를 쭉 적어 두고 그 사이에 30분 산책, 자전거 타기 등 생각 정리를 할 수 있는 체크박스를 추가해두면 어떨까? 이것도 여유 없는 생활 패턴 중 하나의 습관으로 만드는 거지! 그러면서 너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을 조금씩 벌어나가다 보면 그 안에서 여유를 찾는 너를 만나게 될 거야.



    고민3. 취준생 신분으로 오래 있다보니 자꾸 남들과 비교하게 되고 마음이 조급해져.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


    일단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야해. 아무도 내가 될 수 없는데 내가 제일 잘났다 라고 생각해봐. 본인의 장점에 집중해서 거기에서 최고가 되어야해. 나는 공부는 정말 못했지만 그림으로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짱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매일 같이 그림을 연구하고 그렸어. 내가 제일 잘하고 자신있는 것을 꾸준히 하면서 최고라는 목표에 도달하려고 지금도 계속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





    Little Artist, Oil on canvas, 26x18cm (2호), 2023


    고민3. 취준생 신분으로 오래 있다보니 자꾸 남들과 비교하게 되고 마음이 조급해져.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


    자기가 행복한 일을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 그 일을 찾기 위해서 정말 많은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 돈 많이 버는 것이 행복이라고 해서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면 과연 진짜 행복할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많은 추억을 쌓았다면, 아주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 후회하지 않을거야.



    고민4.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까? 어떤 부분에 가치를 둬야 노인이 됐을 때 후회가 없을지 모르겠어.


    일단, 생각을 단순하게 했으면 좋겠어. 만약 기분이 조금 다운된다 싶으면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을 보러 나가는거지. 맛있는 음식, 책 구경, 예쁜 카페 등 힐링을 하며 일단 움직이기를 바래.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기 보다는 ‘이 음식 맛있다!’, ‘이 공간 되게 예쁘다.’ 처럼 짧은 생각들로 머릿속을 채워보자.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질문에 yes or no 로 명료하게 생각한다면 무엇이든 실천하는데에 부담이 줄어들더라구.





    시간을 돌리고싶어, Mixed media on canvas, 45.5x37.9cm (8호), 2023

    Q: 따뜻한 상담 고마워. 질문 두 개만 더하고 대화를 마쳐볼게. 그럼 나나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세계는 어떤 모습이야?


    나나: 진심으로 같은 꿈을 그릴 수 있는 사람들로 둘러싸인 세상이면 좋겠어.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이랑 건강하고 오랫동안 같은 것을 보고 계속 웃고 싶거든. 죽을 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추억은 마음으로 품을 수 있잖아. 죽을 때 떠올릴 수 없는 순간이 없다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는 것 같아.



    Q: 마지막으로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 수많은 나나에게 한마디 부탁해.


    나나: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큰 거를 기대하지말고 지금 내가 이 순간 즐겁고 행복하다면 내일도 그대로 유지될거야.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해내고, 내 옆에 있는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 지금 우리 같이 행복하자. Enjoy this moment!





    권하나 작가노트 中

    나나와의 대화는 빠르게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몸과 마음을 말랑거리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잊고 지낸 나와 내 주변을 채우는 인연들과의 시간을 다시금 어떻게 메워볼지 고민해보기도 했고요. 새롭게 보금자리를 마련한 나나가 초대하는 오픈스튜디오 전시 <Party with Nana'는 오는 12월 27일까지 장충동에 위치한 권하나 작가의 작업실에서 진행됩니다.





    Party with Nana - 권하나 개인전
    기간|2023.12.14-12.27
    장소|권하나 작업실(장충단로 170 4층)
    시간|1PM-7PM
    문의|010-6215-0225





    EDITOR 송효정 DESIGNER 이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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