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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동적인 작은 세계, 314스튜디오 인터뷰

    스톱모션을 알고 있나요? 인형을 하나하나 사람 손으로 움직여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식입니다. 보기만 해도 흥미롭지만 직접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들으면 더 놀라워요. 작은 인형들로 크고 넓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314스튜디오의 남효경, 최유재 감독님을 만났습니다.

    스톱 모션 영상 제작 과정 ©314스튜디오 


    백색 소음 외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 저절로 숨죽여지는 곳, 그 조용한 곳에 아주 작은 촬영장이 있었습니다. 작은 세트에 알맞게 제작된 아기자기한 책상과 과일들 사이에는 앙증맞은 배우님이 큐사인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두 감독님의 소곤대는 큐 사인에 맞춰 배우님들은 조금씩 움직이며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어떠한 강요도, 외침도 없었기에 더 눈이 가고 귀 기울이고 싶어지는 조그마한 세상, 스톱모션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314스튜디오의 두 감독님들을 만났습니다.


    Q. 안녕하세요 감독님들, 314스튜디오 (@314__studio) 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스톱모션 기법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314스튜디오의 남효경, 최유재입니다. 저희는 대학교 2학년 때 같은 과에서 처음 만나 친해지게 되었어요. 서로 관심사가 비슷하다 보니, 스톱모션으로 졸업 작품 애니메이션을 함께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314호라고 적힌 과실에서 작업을 하며 꼭 차기작을 만들자 했던 다짐이 지금의 314스튜디오로 이어졌습니다.


    314스튜디오의 남효경, 최유재 감독 ©314스튜디오 


    Q. 프린트베이커리와는 승지원 작가님의 개인전 <a day> 스톱모션 영상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어요. 영상 제작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스톱모션의 매력에 흠뻑 빠졌는데요. 감독님들이 이야기하는 스톱모션의 매력에 대해 듣고 싶어요.
    스톱모션은 엄청난 노동집약적 기법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법만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스톱모션은 실물 인형과 세트에서 느껴지는 재료의 재질감과 따뜻함이 2D나 3D보다 훨씬 더 잘 표현된다고 생각해요. 디지털이 아니라 직접 한 동작 한 동작 손으로 움직이기에 거기에서 나올 수 있는 사람의 손맛 같은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스톱모션 영상은 정말 매력적이지만 2D나 3D 영상만큼 자주 접하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감독님들은 언제 처음 스톱모션을 접하게 되셨나요?
    저희는 홍익대학교 영상애니메이션학과에서 학교 수업으로 스톱모션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2D, 3D, 스톱모션, 그리고 심지어 인형 제작 수업도 들었어요. 여러 수업을 통해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업을 하는 것보다 만질 수 있는 무언가에 더 흥미를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Q. 4년이라는 시간은 스톱모션을 배우기에 충분했나요? 현장 경험도 중요할 것 같아요.
    인형 제작 워크숍이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초 수업을 통해 기본적인 내용은 배웠지만, 스톱 모션 기법이라는 것 자체가 워낙 변수가 많기에 직접 현장에 뛰어들었을 때 가장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요.

    저희는 한창 코로나 시국일 때 졸업작품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모든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었고, 학교에 물어볼 친구나 교수님들을 만나기에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막상 졸업작품을 시작하려고 보니 조금 막막하더라고요. 거의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작품을 시작해 매번 새로운 문제가 닥칠 때마다 하나하나 해결해 가면서 배워나갔습니다.


    남효경, 최유재 감독이 직접 제작한 인형 ©314스튜디오 


    Q. 처음 감독님들의 영상을 봤을 때 손이 정말 많이 가는 작업이라고 느꼈어요. 비주얼이나 스토리 등 작업을 하실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건 무엇인가요?
    우선 영상을 만들 때 저희가 염두에 두는 건 스톱모션만의 특별함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영상을 ‘실물의 어떤 것+애니메이션’과 같은 방식으로 제작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에요. 실제 과자를 사용하거나 저희 손을 등장시키는 것도 스톱모션의 특별함을 보여주고자 고민하다 떠올린 아이디어입니다. 현실에 있는 사물과 그에 비해 훨씬 작은 비현실적인 사물을 섞었을 때 신기하고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니어처 사이즈로 제작한 무대와 소품 ©314스튜디오


    Q. 314스튜디오는 숏폼과 단편 이상의 영상을 모두 다루잖아요. 상대적으로 긴 호흡의 영상을 제작하시는 이유는 특별히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들었어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접할 수 있는 짧은 영상도 매력이 있지만, 저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13분 정도 되는 단편에는 담고 싶은 메시지나 교훈을 넣을 수 있겠더라고요. 최근에 제작한 단편은 학교 폭력, 사회풍자적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소수자 인권에도 관심이 많아서 앞으로 사회적으로 다뤄져야 할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Q. 이렇게 스톱모션에 진심인 감독님들이 제작한 첫 영상이 궁금해요.
    처음 만든 스톱모션 영상은 대학교 2학년 때 과제로 제출한 <우당탕탕 못말리는 장기 대소동>입니다. 천을 하나하나 염색하고 바느질하여 만든 인형을 사용해 촬영한 작품이에요. 단추로 인형 눈을 만들고 쌀을 이용해 장기 내부를 표현했는데, 지금 보니 창의적이고 귀엽네요. 조명도 바뀌고 카메라가 흔들렸는데도 이상한 줄 모르고 열심히 찍었는데, 그 어설픔이 그 시절에만 가능했다는 걸 알아 애정이 가는 작품이랍니다.


    <우당탕탕 못말리는 장기 대소동>에서 쌀로 표현한 장기 내부 ©314스튜디오


    Q. 감독님들이 지금까지 제작한 영상 중 가장 좋아하는 영상은요?
    아무래도 가장 좋아하는 영상은 저희의 졸업 작품인 <마트로시카>라는 작품입니다. 6분 30초 정도의 영상이고 저희가 처음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이라 애정이 가는 작품이에요. 캐릭터, 색감, 질감, 디테일한 소품 하나하나까지 저희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아이템이 없을 정도로 열정을 쏟아부었어요. 지금 보면 조명을 너무 세게 친 것 같아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저희의 첫 단편 작품이라는 점에서 뿌듯한 영상이랍니다.



    <마트로시카> 제작 과정과 포스터 ©314스튜디오


    Q. 지금까지 영상을 제작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500년간 양치 안 한 가오나시의 썩은 이빨 스케일링> 편과 <가마 할아범 의 야식먹방 ASMR>입니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올린 첫 작품들인지라, 모든 게 새로운 도전이었고 그래서 정말 설렜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당시 가오나시는 저희의 최애 캐릭터여서 온갖 굿즈를 사 모으고 심지어는 가오나시 양말까지 신고 다녔거든요. 덕업일치의 순간이었답니다.

    <가마할아범의 야식먹방 ASMR>은 특히 변수가 많이 생긴 영상이에요. 가마할아범 손의 손톱이 자꾸 떨어져서 액팅하기가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마할아범의 얼굴과 손은 다 말랑한 유토로 제작했고 손톱은 지점 토로 모양을 잡아 굳혀 색을 입혀 사용했는데, 두 가지가 딱 붙질 못한 상태로 촬영을 들어가니 움직일 때마다 자꾸 손톱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또, 이 영상을 올릴 때 처음으로 음식 먹는 소리를 직접 녹음했어요. 생생한 소리를 녹음하려고 야밤에 새우튀김을 사 와서 숨죽인 채 녹음을 했었답니다. 깔끔한 소리를 위해 숨을 참은 채 음식을 씹고 먹어 무슨 맛인지 기억도 안 나지만 그만큼 진심이라 가장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500년간 양치 안 한 가오나시의 썩은 이빨 스케일링>의 한 장면 ©314스튜디오

    <가마할아범의 야식먹방 ASMR>의 한 장면 ©314스튜디오


    Q. 손톱 제작부터 음향 녹음까지 모두 직접 하신다니 놀라워요. 영상을 제작할 때 두 분이 역할을 나누기도 하시나요?
    아직 저희 둘이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기에 뚜렷한 업무 분담은 하지 않습니다. 모든 과정을 다 겪어 보면서 각자에게 더 흥미 있는 파트를 알아가려 해요. 그리고 이렇게 모든 파트를 겪어봐야 나중에 더 많은 분들과 일하게 되었을 때도 수월한 커뮤니케이션이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함께 기획 회의를 하며 여러 아이디어를 수집 한 뒤 스터디를 하는데요. 이 때 나온 괜찮은 내용을 골라 스토리보드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어요.


    스토리보드 제작 과정 ©314스튜디오


    Q. 감독님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스톱모션 세계에 더 깊게 알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두 분이 롤모델로 삼는 스톱모션 감독이나 동료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들다 보니 이 작업을 꾸준히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음을 느껴요. 그래서 스톱모션을 하는 모든 감독님이 저희에겐 롤모델이며 그분들로부터 많은 원동력을 얻는답니다.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은 감독님은 Andrea Love 감독님이에요. @andreaanimates라는 계정으로 활동하고, 펠트를 이용해서 SNS에 짧은 쇼츠 영상을 올리세요. 색감이 정말 예쁘고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답니다. 스톱모션과 사랑에 빠지고 싶은 분들은 꼭 찾아보세요.

    국내에서는 박재범 감독님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우리나라에선 45년 만에 장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드신 분이신데, 항상 마음을 울리는 탄탄한 스토리로 멋진 작품을 보여주세요. 장편 애니메이션만이 가지고 있는 스케일이 있으니, 감독님의 최신 장편 애니메이션 꼭 보시길 추천해 드려요.


    Adrea Love 감독의 영상 중 한 장면 ©Adrea Love

    박재범 감독의 영상 중 한 장면 ©박재범


    Q.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우리나라에서 접할 수 있는 스톱모션 영화제나 특별한 행사가 있나요? 스톱모션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려주시면 많은 분들이 더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국내에선 아직 유명한 스톱모션 영화제는 들어보질 못했네요. 원래도 애니메이션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데, 그중에서 스톱모션은 더 마이너한 기법인지라 아직 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있진 않아요. 얼마 전엔 몇 없는 애니메이션 지원사업마저 폐지될 뻔했어요. 많은 감독님과 애니메이션 산업 종사자분들께서 서명운동을 진행해 다시 진행되긴 했지만, 언제든 이 지원들 마저 사라질 수 있겠단 생각에 불안감을 느끼곤 해요.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더 좋은 영화들을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Q. 마지막으로 314 스튜디오의 비전과 가까운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저희 314스튜디오는 더 많은 사람이 스톱모션을 즐기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스톱모션이 어떤 기법인지 또 어떻게 만드는지 접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엔 쇼츠 영상을 가장 많이 올려요. 아무래도 요즘 시대에 많은 분들이 소비하는 영상의 형태이기에 초기 인지도를 높이는 데엔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어요. 결국엔 저희가 전달하고 싶은 어떠한 메시지를 애니메이션을 통해 말하고 서로 의견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매력을 느껴 이 일을 하고 있는지라, 꾸준히 장,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계획입니다.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을 보며 위로와 행복을 느낀 것처럼 많은 분들이 저희 영상을 보고 그런 느낌을 받아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실물의 어떤 것 + 애니메이션’ 형태의 톡톡 튀는 영상으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지친 일상에서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힐링할 수 있는 영상을 꾸준히 만들어보는 게 목표입니다. 현재는 마무리 단계에 있는 저희 두 번째 단편 애니메이션 <눈눈눈>이 곧 완성되어 여러 영화제에 출품할 계획입니다. 마무리가 끝나면 또 다른 단편 애니메이션도 바로 시작해 볼 생각이에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항상 배우는 마음으로 열심히 만들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314스튜디오의 두 번째 단편 애니메이션 <눈눈눈>의 장면 ©314스튜디오





    EDITOR 최주현 WRITER 김은영 DESIGNER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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