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無心)의 고요에 담긴 온도
달항아리를 사랑한 화가들
“단순한 원형이, 단순한 순백이, 그렇게 복잡하고, 그렇게 미묘하고 불가사의한 미를 발산할 수가 없다. 싸늘한 사기지만 살결에는 따사로운 온도가 있다.” 항아리 수집광이라 불렸던 김환기가 달항아리를 언급한 부분입니다. 항아리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김환기는 40-50년대, 초기 작업에서 많은 항아리를 그렸습니다. 완전한 구의 형태가 아닌 배가 불룩한 조선의 백자는 김환기가 특히 애정 하던 항아리입니다. 김환기의 회화에서 고즈넉한 한국의 미(美)로 재탄생 된 달항아리는 세대를 넘어 동시대 화가들에게도 사랑받는 소재가 되었습니다.
프린트베이커리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 / 최영욱 달항아리 ⓒprintbakery
본래 달항아리는 크다고 해서 ‘대호(大壺)’, 둥글다고 해서 ‘원호(圓壺)’라 불리던 조선 후기의 백자입니다. 조선의 둥그런 백자에 달항아리 이름을 붙여준 것은 다름 아닌 김환기예요. 그는 유백색 항아리의 둥그런 모양에서 달의 고요를 보았습니다.
달항아리는 넉넉한 품 때문에 한 번에 물레로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위와 아래의 몸통을 따로 만들어 붙이는 방법으로 작업을 합니다. 때문에 반듯한 원형으로 비례가 맞춰지지 않고 만든 도공의 손맛에 따라 각기 다른 둥근 형태가 됩니다. 완전히 둥글지 않은 꾸밈없는 모양이 사람의 온도가 느껴지는 무심한 멋을 뿜어 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냈던 미술사학자 최순우 선생은 달항아리에 대해 “흰빛의 세계와 형언하기 힘든 부정형의 원이 그려 주는 무심한 아름다움을 모르고서 한국 미의 본바탕을 체득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어리숙하고 순진한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프린트베이커리 삼청점 / 최영욱 달항아리 ⓒprintbakery
온화한 유백색, 부드러운 곡선, 넉넉하고 꾸밈없는 모양이 주는 자연스러운 멋에 대한 찬미는 현시대 작가들에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극사실적인 백자를 그리는 고영훈, 표현의 미세한 균열에 집중하는 최영욱 모두 달항아리를 통해 사랑받는 작가입니다. 최근 배우 한예슬이 최영욱의 달항아리 작품을 자택에 설치하여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BTS의 RM 역시 달항아리 작품을 수집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김형곤, <고요>, Oil on canvas, 72.5x60.5x4cm ⓒprintbakery
고풍스러운 유화 작업을 하는 김형곤도 달항아리를 그립니다. 한국적 사물이 정통 유화로 구현되어 묘한 매력을 풍깁니다. 동양의 ‘선과 여백의 미’가 서양의 ‘색채의 연금술’에 깃들어 기품 있는 달항아리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회화 작품 이외에 아트상품으로도 달항아리 소장이 가능합니다. 은조맨션에서 제작한 달항아리 향초는 흑구름색, 은빛회색, 달빛하양 세가지 색으로 감성을 더했습니다. 타들어가는 초의 소리를 듣고 고요한 불빛을 바라보며 공감각적으로 달항아리를 느낄 수 있습니다.
EDITOR 진혜민 DESIGNER 이진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