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빈, 'EVERYWHERE in Vietnam ⓒ임지빈
도시를 걷다 보면 대형 조형물이나 미디어 작품을 흔하게 마주칠 수 있습니다. 청계천 광장의 높이 20m 조형물 ‘스프링’은 광화문 근처를 지나친 사람은 누구나 기억할 만한 작품입니다. 미국 조각가 클래스 올덴버그와 코샤 밴 브룽겐이 만든 것으로 2006 청계천 복원 사업의 상징으로 설치되었습니다. 2009년 서울역 앞에서 선보였던 줄리안 오피의 미디어 작품, ‘군중’도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서울 스퀘어 건물 외벽 전체를 사용한 거대한 미디어 아트는 마치 도시의 전경에 그림을 그린 듯했습니다. 최근 코엑스 대형 스크린에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태양 혹은 죽음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없음을 기억하라.’가 상영됐습니다. 어둠 속에 등장한 해돋이는 전례 없는 전염병 시대에 작은 희망을 선물했습니다.
좌: 줄리안 오피, 'Walking in Sinsa-dong 2' ⓒjulianopie
우: 줄리안 오피, '군중 Crowds' ⓒseoulsquare
미술관, 갤러리 등 화이트 큐브 공간을 벗어난 미술 작품이 우리의 일상 영역에 들어오며 삶에 가깝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평범하게 지나치던 도시의 부분에서 새로운 작품을 발견하며 받은 낯선 자극은 일상의 새로운 활력이 됩니다. 미술을 향유하는 모두가 감성의 교류를 통한 연대를 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기 바라며 공공미술이 탄생했습니다.
‘공공미술’이라는 단어는 영국의 존 윌렛이 1967년 ‘도시 속의 미술 Art is a City’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아트디렉터, 딜러, 큐레이터, 평론가, 컬렉터 등 관계자들이 만들어가던 문화는 미술을 소수만 향유할 수 있도록 고립시켰습니다. 존 윌렛은 모든 사람이 편하게 미술을 누릴 수 있는 개념으로 ‘공공미술’을 사용했습니다.
'익숙한 미래 :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 문화역서울284 전시
공공미술은 건축 속에서 존재하던 미술을 공공장소, 도시 계획 속으로 설치 장소를 넓히며 개념을 확립했습니다. 공공의 장소가 미술 작업의 공간으로 변하자, 작가의 작업만을 위했던 곳이 일반 대중의 삶과 관심사를 논의하고 공유하는 장으로 확장됩니다. 공공미술은 공공의 가치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연대를 형성하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미술을 통해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교류를 통해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지역과 아티스트가 연계하여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공공의 가치를 선물하는 공공미술 전시가 서울과 부산 두 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리드로우 프로젝트, 명동 재미로
명동 재미로에서 진행하는 ‘리드로우 프로젝트’는 명동을 새롭게 그리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아티스트가 그리는 새로운 도시의 모습을 통해 거리의 가치를 재조명합니다. 명동에서 남산까지 이어지는 길 곳곳에 아티스트 그라플렉스의 그림이 새겨졌습니다. 번화한 도시의 건물을 떠나 남산의 푸른 숲을 향해가는 여정 속에서 그림이 주는 신선한 환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라플렉스는 이번 전시를 위해 도시를 여행하며 만나는 하루의 풍경을 그렸습니다. 떠오르는 해, 한낮의 생동감, 노을 지는 정취 등 도시를 여행하며 만나는 여행의 순간들을 아트웍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건물을 캔버스 삼아 완성된 작품들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선사할 것입니다.
EDITOR 진혜민 DESIGNER 이진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