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마티스는 관습과 규정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지닌 예술가입니다. 경계를 부수고 세계를 넓히며 현대미술의 새로운 길을 열었습니다.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마티스의 삶을 소개합니다.
“당신은 무엇이 되고 싶은가?
“마티스가 되고 싶다”
ㅡ앤디 워홀
앙리 마티스 ⓒHenri Matisse
1. 삶은 다른 곳으로
1889년의 어느 가을날, 21살의 앙리 마티스는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병원에 입원합니다. 진단은 충수염(맹장염), 당시로는 사망률이 굉장히 높은 병이었습니다. 수술 후에도 오랜 기간 침대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지루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우연히 시작한 미술이 인생을 바꾸었습니다.
"이전에 나는 매사에 시큰둥했다. 남들이 나에게 무엇을 권하든지 나하곤 상관없지 하면서 무심하게 한 귀로 흘렸다. 그러나 내 손에 물감 상자를 받아든 바로 그 순간, 나는 장차 이것이 나의 삶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ㅡ앙리 마티스
십 대 시절 아버지의 뜻에 따라 법률가를 꿈꿨지만,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변호사의 길을 포기합니다. 가족의 강한 반대와 계속된 불합격으로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몇 년의 도전 끝에 26살의 늦은 나이로 에콜 데 보자르(프랑스 국립 미술학교)에서 정식으로 그림을 배우게 됩니다. 마티스에게 미술은 자신과의 만남입니다.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삶의 의지와 맞닿아 있습니다.
앙리 마티스, Henri Matisse Etching ⓒMoMA
2. 색채 속을 걷는 사람
옅은 바다향이 불어오던 1905년의 여름, 남프랑스 콜리우르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콜리우르는 해변의 진주라고 불리는 작은 항구 마을입니다. 이 곳의 찬란한 자연을 닮은, 선명한 원색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습니다. “파랑, 노랑, 빨강은 가장 아름다운 색입니다. 이처럼 인간 감각의 저변을 뒤흔들 수 있는 색을 사용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푸른 하늘과 노을, 소나무의 색을 그림에 사용하게 됩니다.
프랑스 남부 콜리우르 Collioure ⓒAlexandre G. ROSA
프랑스 남부 콜리우르 Collioure ⓒPani Garmyder
마티스는 파리로 돌아온 후 앙드레 드랭, 마르케, 블라맹크와 함께 첫 전시를 열었습니다. 전시는 혹평이 쏟아졌습니다. 원색의 강렬한 느낌을 고스란히 드러낸 '모자를 쓴 여인'이 비난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여인의 피부색을 푸른빛이 감도는 보라색으로 표현했기 때문이죠. 비평가들은 색채 사용법이 야만적이라고 비난하며, 야수들이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앙리 마티스, 모자를 쓴 여인 ⓒHenri Matisse
“초록색을 칠했다고 해서 풀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파란색을 칠했다고 하늘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쓰는 모든 색은 마치 합창단처럼 한데 어우러져 노래를 부른다” ㅡ앙리 마티스
마티스는 억압되었던 채색 방식을 깨고, 회화가 단순 묘사를 넘어 작가의 주관과 독창성을 중요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비난과 오해를 뚫고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완성합니다.
앙리 마티스, 춤1 ⓒMoMA
앙리 마티스, 삶의 기쁨 ⓒBarnes Foundation
3. 오리다, 그리다
노년의 마티스는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합니다. 십이지장 암의 고통으로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자, 색종이로 작업을 이어 나갑니다. 붓 대신 가위를, 물감 대신 색종이를 들었습니다.
"’기존에 해왔던 회화보다 이 종이 작업이 나의 예술을 더 높은 완성도로 표현할 수 있게 해줬다’고 할 정도로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당시의 작업은 유명세를 얻기 위해서도, 작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도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삶의 의지를 다지는 과정이자,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었습니다.” ㅡ앙리 마티스
앙리 마티스 전시 전경 ⓒThe New York Times
Musée Matisse 전시 전경 ⓒprintbakery
'색종이 콜라주'라는 새로운 장르가 그의 창작욕을 불러일으킵니다. 자유분방한 감각을 발휘하여, 꽃과 구름, 별 모양의 화려한 종이 조각들이 춤추는 듯한 작품들을 만들었습니다. 생의 마지막 나날을 신체의 고통 속에서 보내야 했지만, 화폭 위에 남긴 것은 슬픔이 아니었습니다. 이 무렵 완성한 작품들에는 절망이 아닌 긍정의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간혹 평범함을 벗어난 사람을 만났을 때, ‘이상하다’는 말로 정의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말을 ‘특별하다’고 대체한다면 더 많은 아름다움을 음미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요? 함민복 시인은 ‘세상의 모든 경계에서는 꽃이 핀다'라고 했습니다. 삶의 열정을 가진 모든 이가,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나아가며 아름답게 꽃 피기를 희망합니다.
Musée Matisse 전시 전경 ⓒprintbakery
Musée Matisse 전시 전경 ⓒprintbakery
EDITOR 박세연 DESIGNER·PHOTO 이진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