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회째를 맞는 세계적인 아트페어 ‘파리 플러스 파 아트바젤’의 여파로 10월의 파리는 그 어느때보다 세계 예술계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전세계 곳곳에서 몰려든 관람객들로 다양한 페어와 갤러리는 문전성시를 이뤘죠. 최혜지 작가의 개인전 <LIFE – BUSAN>은 이렇게 파리가 가장 뜨거웠던 10월의 시작을 열었습니다. 




전시가 개최된 센강의 선상카페 ‘Gustave’입니다. 에펠탑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한 공간입니다. 이번 전시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홍보행사 ‘플라이 투 부산’의 일환으로 성사되었습니다. 월드엑스포의 후보로서 부산을 홍보하는데 최혜지 작가가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선정된 것입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도시에 담긴 역사와 삶을 주제로 작업하는 최혜지 작가의 작업에 더없이 완벽한 활동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솔드아웃을 기록했던 지난 개인전 'LIFE - NEWYORK' 처럼 이번 전시는 부산이라는 도시를 주제로 다양한 풍경과 군상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전시장 한쪽에는 파리의 관객들이 실제 부산의 풍경과 문화를 상상할 수 있는 사진엽서들이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각기 다른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다양한 국적과 연령층의 관객들이 최혜지 작가의 작품과 사진엽서를 함께 감상하며 9000여 킬로미터 떨어진 한국의 항구도시를 여행하였습니다. 




최혜지 작가의 이번 전시 <LIFE - BUSAN>은 스카이라인과 항구를 오가는 대형 선박부터 산골을 따라 들어찬 옛 마을, 재개발 구역과 수산시장 등 부산의 다양한 일면과 역사를 아우르는 10여점의 신작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제 2의 도시인 부산은 오늘날 세계에서 손꼽히는 항구도시인 동시에 복잡한 발전의 역사와 다양한 개개인의 삶이 중첩된 지역이기도 합니다. 작가가 그려낸 스카이라인 풍경 속 인물들에게 부산은 현대의 상징인 한편, 격동의 역사를 겪어온 한국의 인물상 '부산아지메’에게 있어서는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긴 현장인 것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감천문화마을은 대표적인 관광지인 동시에 한국전쟁 피난민들이 산비탈을 따라 이룬 역사의 흔적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시멘트라는 더없이 현대적인 재료를 통해 부산이 가진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요소들을 일상의 단편으로 쌓아 올립니다.  차가운 현실을 견디며 강인해진 도시, 그러한 부산을 물성화한 두터운 마티에르와 색색의 조합에서 관객은 작가가 풀어낸 도시의 새로운 풍경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국제박람회(EXPO)’는 문명의 발전을 돌아보고 현재 인류가 직면한 과제와 미래의 전망을 보여주는 행사를 의미합니다. 문화경제의 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 국제행사 유치를 위한 특별한 전시이자 한국미술의 미래를 알린 최혜지 작가의 첫 해외 개인전 <LIFE – BUSAN>. 비단 부산의 풍경만을 묘사한 것이 아닌 한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계를 아우르는 삶의 철학과 정서를 나눈 뜻깊은 현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