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한 계절이 저무는 2월의 끝자락. 사라져가는 겨울에게 먼저 인사를 띄웁니다. 소중한 이와 함께 포근히 쌓인 눈을 밟을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마웠고, 습기 없이 청쾌한 하늘을 선물해 주어서 행복했다고. 유난히 차가운 공기 덕분에 더 맛있게 붕어빵을 먹을 수 있던 것도 즐거웠어요. 꽃을 시샘하는 심술궂은 추위가 찾아오겠지만, 그럼에도 꽃은 다시 피어나고 어김없이 봄이 찾아오겠죠. 풋내 나는 봄기운을 안고 이 글을 읽을 여러분에게도 인사를 드립니다.
계절의 변화는 항상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겨우내 딱딱하게 굳은 나뭇가지를 뚫고 초록 생명이 움트는 것을 볼 때, 코 끝에 닿는 공기에 기분 좋은 온도가 담겼을 때, 얇아진 옷의 가벼움을 느낄 때.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과 촉각으로 느끼는 모든 감각이 새로운 기운을 감지합니다. 이럴 때마다 생명의 흐름 한가운데 내가 있다는 경이를 느낍니다. 흘러가는 매 순간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소중히 하고 싶습니다. 순간의 작은 발견들이 나의 삶을 더 풍부하게 가꾸어 줄 것이라 믿거든요.
just paper는 흘러가는 삶의 모든 순간에 미술이 있기를 바라며 만들었습니다. 작년 2월에 1호를 발행하였으니 꼬박 1년째가 되었네요. 꽃잎처럼 흩날리는 붓 터치가 매력적인 베르트 모리조부터 모네, 고흐, 고갱, 르누아르가 함께 했습니다. 동시대 현장에서 사랑받는 청신, 허명욱, 배세진도 소개할 수 있었고요.
매월 새로운 그림을 보내며 당신의 안부를 묻고 싶었습니다. 침대 맡, 혹은 식탁 위에 걸린 just paper는 줄곧 당신에게 말을 걸었을 거예요. 잠은 잘 잤는지,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요즘 설레는 일은 무엇인지. 기분 좋은 어느 날은 르누아르의 사과가 유독 탐스러워 보일 테고, 많이 지친 어느 하루는 모네의 바다를 보며 위안을 받았을 테죠. just paper가 당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삶 속의 작은 발견 중 하나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봄에는 움트는 새싹을 발견하고 가을에는 물드는 단풍을 느끼듯이, 매월 바뀌는 just paper에 감응하며 풍부해진 삶을 만끽하기를 바랍니다.
올 한 해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 그림을 보내겠습니다. 받을 때마다 당신의 매일이 항상 반짝이기를 바라는 이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면 기쁠 것 같습니다. 일상의 소중한 조각들을 놓치지 않고 충만하게 가꿔나가는 매일이 되시길.
글 l 진혜민(Main Editor)
Just paper는 온라인 스토어 구매 고객에게 제공되며 오프라인 배포처, '당인리 책발전소, 문우당서림, 새검정, Boot café, F1963, MK2, The Reference'에서 무료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좌: 새검정, 우: Boot café
좌: The Reference, 우: 당인리 책발전소
좌: F1963, 우: 문우당서림
EDITOR 진혜민 DESIGNER 제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