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전하는
묵묵한 시간의 기록

흙을 만지며 자연과
온전히 호흡하는 배세진 작가는
작은 흙 조각을 붙여 나가며
행위와 시간을 기록합니다.

반복과 지속을 통해
끊임없이 수련의 과정을 맞이하면서
언젠간 마주하게 될
자신만의 고도를 기다립니다.

ARTIST 배세진

도예를 전공한 배세진 작가는
흙을 통해 모든 과정과 시간이 담긴
의미 있는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자연의 소재를 만지고 다루면서
느껴지는 모든 것에 집중하는 작가는
노동집약적 작업을 통해
과정의 본질을 이야기하며
작품에 예술적 가치를 더합니다.

도자 및 공예 비엔날레 수상, 서울공예박물관
전시 등으로 작품을 알리고 있으며,
유명 패션 브랜드 LOEWE가 주관하는
Craft prize에서 파이널리스트로
이름을 올려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고도를 기다리며 Waiting for Godot
Ceramic and ink on paper, 52x7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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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느 날 태어났고, 어느 날 죽을 거요.
같은 날, 같은 순간에.
여자들은 무덤에 걸터 앉아 아기를 낳고,
빛은 잠깐 반짝이고, 그러고 나면 다시 밤이 오지
- 사무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고도를 기다리며 Waiting for Godot
Ceramic and ink on paper, 70x5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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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흙의 본성은 시간입니다.
지속, 반복, 변화, 순환의 의미가 있는
흙으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면서
인간의 시간과 자연의 시간을 일치시킵니다.

순수한 본인만의 노동으로
자연의 시간을 기록하는 작가는
반복 행위를 통한 초시간적 경험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흙으로 시작하고,
마침표로 숫자를 찍을 때까지
언제나 같은 규칙으로
시간을 지속합니다.

큰 흙 판에서 여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작은 조각들은
각자의 번호를 받고
작품으로 탄생합니다.

오브제 조각의 숫자와
평면 작업 하단의 숫자는
작가의 모든 과정입니다.
숫자의 순서대로 사용되는 조각들은
멈추지 않는 작가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시간처럼,
끊임없이 머무르고 순환하는
배세진 작가의 작품은
과정의 깊이를 선사합니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두 사내가
고도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기다리듯이,
머나먼 작업의 결말을 기다리며
연극의 막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EDITOR 김현정  DESIGNER 이진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