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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채로운 언어의 변주, 'Language: The Sensory Variations'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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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work 다채로운 언어의 변주, 'Language: The Sensory Variations'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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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간략설명 4명의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매일 매일 자연과 호흡하며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사유들을 빚어냈습니다. 오랜 침묵을 견뎌내며 서서히 단단해졌을 이야기 조각들은 어떤 빛깔을 띠고 있을까요?
    상품추가설명 번역정보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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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명의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매일 매일 자연과 호흡하며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사유들을 빚어냈습니다. 오랜 침묵을 견뎌내며 서서히 단단해졌을 이야기 조각들은 어떤 빛깔을 띠고 있을까요?
    (좌)김준성,Find Expressions #3,Ceramics,2019 (우)김호정,I Am Here I,Mixed Media on Canvas,2021


    무릇 언어는 사고를 담아내는 그릇으로 여겨집니다. 유사한 주제에서 비롯된 생각들도 이를 전하는 사람 특유의 말투와 표현에 따라서 색다른 결의 이야기로 변주되기 마련입니다. 도자 공예 작업 또한 마찬가지죠. ‘흙’이라는 동일한 재료로부터 출발하지만, 작가가 어떤 시간 속에 머무르며 어떤 손길로 매만졌느냐에 따라 차원이 다른 결과물이 탄생하고야 맙니다.

    4명의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매일 매일 자연과 호흡하며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사유들을 빚어냈습니다. 오랜 침묵을 견뎌내며 서서히 단단해졌을 이야기 조각들은 어떤 빛깔을 띠고 있을까요? 입체와 평면 사이를 오가며 분주히 새겨 넣고, 다듬고, 색을 입혔을 작가들. 그들이 세상에 내놓은 언어의 결을 찬찬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좌)배세진,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 100099-101696,혼합소지,2014 (우)박성욱,편(片)-MOON,철판,분청편,2020


    Part.1 입체와 평면 사이


    Q. 이번 전시는 입체와 평면,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하시는 분들의 작업을 조명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입체 작업에서 평면 작업으로 확장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김준성 저는 전시장 작품들의 설치 상황을 고려한 뒤, 최대한 하나의 장면처럼 보이게 구성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입체 작품뿐만 아니라 평면 작품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병행하게 되었습니다.
    김호정 제 작업은 재료와 표현 기법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어요. 모아보면 흐름이 존재하는데, 입체 작업 속 특정한 부분들을 확대해서 평면 작업으로 이어가 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작업에 제한을 두기에는 세상에 재미있는 것들이 참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재료를 한정 짓지 않고서 내 안에 내재한 언어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하면서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박성욱 저는 대학을 마치고 바로 양평에서 작업을 했어요. 장작 가마로 작업을 했지요. 보통 장작 가마는 외부에 있고요, 굽기 전에 작업물들을 펼쳐놓아야 해요. 덤벙분청 작업을 거친 뒤에 판에다가 늘어놓았는데 제 눈에는 그게 하나의 편 같기도 했어요. 도자는 멀리서 보면 그저 하얀색일 뿐이잖아요. 그렇지만 가마에 굽고 나면 기물들의 색깔이 조금씩 달라졌다는 걸 확인하게 되어요. 그걸 하나의 조각으로 만들어야겠다 생각하게 되었죠. 그 뒤로 입체 작업과 평면 작업을 함께 하다가 가나 아트센터와 청주 비엔날레에서 작업을 선보인 뒤에 여러 곳에서 전시 작업 문의가 와서 지금까지 이어졌네요.
    배세진 처음에는 판매와 직결이 되어서 시작했어요. 이건 제가 어디 가서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들이에요. 작가가 작품을 못 판다는 것은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거기도 해요. 그런 면에서 평면 작업이 입체 작업보다 판매가 수월하다는 것이 중요한 측면 중 하나였죠. 왜냐하면 제 입체 작업은 기능성을 갖지 않는 물건이거든요. 밑이 뚫려있어서 무엇을 담을 수 없는 형태니까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제 작업에 주목하기 위해선 판매할 수 있는 작업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면 작업은 제 입체 작업의 연장선상이라는 규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Q. 입체 작업과 평면 작업을 오가며 작업하는 일은 어떤가요, 작가님께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듣고 싶습니다.

    김준성 저는 도예 작가이긴 하지만, 굳이 장르적인 한계를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드로잉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도예의 물성이 필요할 땐 도자 작업을 하고, 회화가 적합하다 싶으면 아크릴과 유화를 사용합니다. 때로는 디지털 드로잉이나 아이패드를 이용한 드로잉 작업도 하는 편입니다. 각각 느껴지는 것들이 달라서, 매체의 특성 자체가 작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김호정 소재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이 제게 큰 장점으로 다가와요. 조금 더 신경 써야 할 점은 단연코 집중력이에요. 두 작업 모두 집중력을 쏟아야 하다 보니 한 가지 작업할 때보다 수고가 더 많이 듭니다. 제 에너지가 모두 작업에 스며들기 때문에 좋은 기운을 작업 안에 많이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작업을 하면서 새로운 힘을 얻게 될 때가 많기도 해요.
    박성욱 최근에 가마 불을 땠는데 항아리가 많이 안 나왔어요. 그런 결과를 마주하고 나면 어느 부분이 문제였는지 곱씹고 또 고민하게 되는데, 편 작업을 할 때는 편의 색감과 제 감성에 의존하는 작업이다 보니 조금 더 단순해지게 되죠. 오가면서 작업을 하다 보면 그래도 환기가 되곤 해요.
    배세진 입체 작업은 굉장히 힘들어요. 한번 시작하면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까지 쉬지 않고 쭉 가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평면 작업은 짧게 끊어갈 수 있으니, 육체적인 강도가 좀 덜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업의 리듬을 운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동안 평면 작업 주문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 그것들을 소화하느라 원래 했던 작업을 하지 못하던 시기도 있었어요. 작업 요청이 많다 보면 이를 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므로, 집중이 분산되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좌)김준성,Find conversations - phase2,Ceramic,2019 (우)김준성,Find conversations - 광장 (The square),Ceramic,2019


    Part.2 언어를 매만지는 손길


    형태의 서사성, 김준성 작가

    Q. 작가님 작업에서는 도자 표면에 새겨진 사람들의 얼굴이 두드러집니다. 평소에도 사람들의 얼굴을 잘 관찰하시는 편인가요?

    김준성 아무래도 제가 교육이나 서비스업을 같이 하면서 작업을 했기 때문에, 사람들에 대해 조금 더 많이 관찰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은 우연적인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까? 제가 그리는 라인은 무작위적이지만, 이 요소가 표정과 합쳐질 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긴장 관계나 협력 관계 같은 감정들을 표현해줍니다. 표정에 맞게 색과 기호 상징을 넣기 때문에, 제 작업에서 얼굴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Q. 개인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작업을 진행하시고 계세요. 특히 작가님 작업 속 드로잉과 옹기의 특성이 잘 맞아 작업을 진행하게 되셨다고 했는데, 이 공통점에 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김준성 옹기는 사람들의 일상에 밀접한 오브제입니다. 백자와 청자가 사대부나 귀족들의 집안에서 관상용으로 여겨졌다면, 옹기는 실제로 사용을 했으므로 우리의 역사와 함께한 도자기이지요. 제 드로잉 속 사람들의 군상이 이러한 옹기의 특성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Q. 동시대 사건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고 하셨어요. 어떤 풍경에 조금 더 주목하게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김준성 이번 전시에서는 제가 3년 전 제작한 도자기들과 최근작인 평면 작업을 함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근래 1~2년 사이에 큰 사건들을 지나쳐오고 있기 때문에 3년 전의 작업과는 여러모로 다른 방향을 향해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신작은 평화로운 일상의 풍경들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배경색은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색감을 썼지만, 그 안의 덩어리들은 함께 어우러지고 위로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작업을 진행해보았습니다.



    (좌)김호정,FLOW BLACK I,Mixed clay,2020 / FLOW BLACK III,Mixed clay,2020 (우)김호정 작가와 그의 작업들


    색채의 다양성, 김호정 작가

    Q. 작가님 작업에선 자연의 일부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평소 자연에서 영감을 많이 받으시는 편이라고 들었는데, 이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김호정 평소에 여행 가서 자연을 감상하는 걸 좋아해요.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자연에 대한 갈망이 항상 컸던 것 같아요. 자연은 시간을 내서 보러 가야 하잖아요. 탁 트인 곳에 가서 바다나 하늘을 볼 때면 강렬한 인상을 받아요. 얼마 전에는 강릉에 다녀왔는데 그날 하늘과 바다가 너무 아름다웠던 거예요. 그런 식으로 평소 보지 못했던 풍경들을 볼 때마다 ‘선물 같은 시간이다’ 하고 깨닫곤 해요. 제가 직접 감각했던 시간을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다양하게 담고 싶고, 작품을 감상하시는 사람들 모두 자연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 한 폭의 자연을 통해서 안식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아요.


    Q. 파란색은 작가님의 시그니처 컬러입니다. 이 색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시기쯤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김호정 지난 포트폴리오를 찾아보면서‘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파란색을 사용하게 되었나?’하고 스스로 질문을 많이 해보았어요. 이제 보니까 학부 졸업 작품부터 파란색을 계속 쓰고 있었더라고요. 형태적인건 조금 다르긴 해도 드로잉이라던가 색 쓰는 부분은 그때부터 쭉 이어져 와서,‘나의 내면에 내재한 파란색에 대한 열망은 그때부터 자라난 게 아닐까’하고 추측해보았어요. 세상에는 인간이 만들어낼 수 없는 자연의 푸른빛들이 존재하잖아요. 무엇보다 파란색은 예로부터 선조들이 사용한 색이기도 해요. 저는 옛 분들의 그림에 담긴 자연의 흐름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지속해서 자연과 색의 상징을 주제로 작업을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파란색에 대한 깊은 연구를 하게 된 것 같아요.


    Q. 한없이 하얀 도자기를 보고 있자면, 구태여 어떤 색을 칠하기보단 그냥 그 자체로 두고 싶을 때가 있을 것 같은데요. 어쩌면 색을 칠하는 일이 큰 용기였을 수도 있겠어요.

    김호정 질문을 듣고 생각해보니 예전에는 모두 백자 작업을 주로 했더라고요. 졸업 전시회 하기 전까지 순백의 작품들만 만들었다 보니, 말씀하신 것처럼 색을 칠하는 것이 제게 큰 용기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더 제게 의미 있는 색을 사용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백자 상태도 여전히 좋긴 하지만, 큰 도전을 한 만큼 요즘은 오히려 색을 쓰는 게 더 재미있어요.



    (좌)박성욱,달항아리,분청,2020 (우)박성욱,편(片)-MOON,철판,분청편,2020


    재료의 순수성, 박성욱 작가

    Q. 작품들 모두 담백한 멋이 느껴집니다. 이러한 작업을 하기 위해선 그야말로 고도의 집중력과 기술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작가님께서 작업하실 때 균형을 어떻게 잡으시는지 궁금합니다.

    박성욱 덤벙 분청은 기법 자체가 굉장히 단순해요. 어떤 순간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보여주는 게 끝이에요. 하지만 주변의 환경에 조금 민감하죠. 흙에 영향을 주는 중력의 힘을 감각적으로 느껴야 하면서도 바람과 햇빛이 적당한 타이밍을 노려야 해요. 찰나에 일어나는 한순간과 자연스러운 자연환경을 잘 담아내야 하는 작업입니다. 균형은 일단 숙련된 과정에서 나오는 감각이 먼저인데,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느냐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전통적인 기법을 현대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제 나름대로 분청에 대한 재해석을 해냈다고 생각해요.


    Q. 반복해서 편을 알맞은 자리에 고정하는 작업은 나무보다는 숲을 봐야 하는 작업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배열은 어떤 식으로 완성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박성욱 저는 결과물을 놓고 생각하기보다, 편과 편 사이의 관계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예전에 학부 시절 때 사금파리를 펼쳐놓은 광경을 보고 신비로움을 느꼈던 적이 있어요. 시대별로 제작된 도자 조각들을 보니 시간과 과정이 보이더라고요. 그 살아있는 시간들의 연결고리를 생각하며 한 조각과 한 조각의 인과 연을 떠올렸어요. 타일을 제작하는 것과는 접근 방식이 확실히 달라요. 먼저 조각들을 분류해요. 장작 가마의 온도에 따라 조각의 편차가 있거든요. 장작가마의 앞쪽은 상대적으로 열이 좀 세고 후방은 열이 좀 약해서, 이에 따라 색에 변화가 생겨요. 그다음에는 편의 크기와 색을 고려해서 연결하는 과정을 거치죠.


    Q. 작가님의 작업은 전통성과 현대성이 동시에 느껴지는데요. 작품을 만드실 때 조화를 염두에 두시는 듯 합니다. 작가님께서 생각하는 조화란 무엇일까요?

    박성욱 저는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이러한 감성을 가지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정신적인 면에 좀 더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형태적으로는 좀 더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게 돼요. 대신 이를 이어가면서도 지금 시대를 놓치지 않으려 해요. 2022년이라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 이 시대와의 조화는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죠. 이 정도일 뿐, 제가 생각하는 조화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지 않아요.



    (좌)배세진,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 250126-250189,혼합소지,종이,잉크,2018 (우)작업에 열중하는 배세진 작가의 모습


    반복의 시간성, 배세진 작가

    Q. 작가님의 작업 방식 중에 가장 선행되는 일이 원하는 흙을 만드는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때 조건 중 하나가 구조적으로 잘 버틸 수 있는 흙이라던데요.'잘 버티는 흙'이라니,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인 것처럼 표현하셔서 흥미로웠는데 이야기를 좀 해주실 수 있나요?

    배세진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말이 적당한 표현처럼 들립니다. 도자에서 흙이라는 물질을 다루는 과정은 물리적인 변화와 화학적인 변화를 동시에 신경 쓰며 지켜보는 일이거든요. 흙이 마르면서도 줄어들고, 구우면 줄어들다 못해 변형이 일어나요. 이런 과정은 그 어떤 예술에도 없는 일이에요. 흙의 성질 중 어떤 것은 점력이 없어서 큰 형태를 만들기 어려울 때도 있고 다른 흙은 성질은 좋은데 내가 원하는 질감이나 색상이 안 나올 때도 있어요. 그 중간 지점을 찾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죠. 요즘은 페이퍼 클레이를 써요. 흙에 종이를 섞으면 어느 정도 보완이 되거든요. 이런 식으로 베이스에 첨가물들을 넣어서 원하는 색상과 질감을 만드는 편입니다. 그 과정이 저에게 꽤 중요해요.


    Q.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느긋하게 어떤 시간을 기다리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사회 속에서 이토록 정적인 작업을 한다는 것에서 괴리감을 느끼실 때는 없나요?

    배세진 저도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보니 마냥 도인처럼 살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작업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이 있어요. 제가 급하게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고, 어쩌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는 걸 알면 삶의 방향이 달라지기도 해요. 누구나 저처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히 아니고요. 제 작업을 보는 사람들이 간접적으로 어떤 시간을 체험하면서 ‘누군가는 이렇게 사는구나.’ 정도만 전달이 되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요.


    Q. 2020년도 11월에 프린트 베이커리와 함께 '일상'전을 진행하기도 했지요. 그 이후로 시간이 흘렀고 지금 많은 조각이 쌓였을 텐데, 그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배세진 사실 작업하는 과정에서는 그 숫자가 늘어나는 게 그다지 크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그냥 이미지로 보일 뿐, 숫자 하나하나 증식하고 있다는 감각은 어쩌다 가끔 와요. 숫자가 늘어난 것으로 뭔가 대단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기보단, ‘그래도 1년 동안 내가 부지런하게 잘 살아왔구나!’ 이 정도 느낌만 들 뿐이에요.



    2019년 창작공방관에서 전시한 김준성 작가의 작품


    Part.3 이토록 다채로운, 고유의 언어


    Q. 흙을 만지는 사람을 생각하면 어쩐지 말없이 무언가를 빚고 쌓아 올리는 사람의 얼굴이 먼저 떠오릅니다. 작가님은 어떠실지 궁금한데요. 일상 속 언어와 작가님의 작품은 얼마나 닮았는지 궁금합니다.

    김준성 제 작업 속 얼굴들은 감정을 쉽게 정의할 수 없어요. 저는 감정이 바로 드러나는 것보단 숨기는 표정을 좀 더 선호해요. 그 이유는 아무래도 제가 한국인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마음속으로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어도, 표현할 때는 좀 더 정제하고 무심해지려고 하는 게 제 성격이기도 해요. 그런 점을 생각하면 조금 닮았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호정 제 작업은 저의 이상향을 담고 있기 때문에,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현실은 제가 상상하는 것과 거리가 멀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를 추구하다 보면 제가 원하는 것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항상 가지고 있어요. 결국 작업과 작가는 닮게 되어있으니까요.
    박성욱 저는 사실 스위치 켜면 한참 뒤에 들어오는 형광등 같은 사람이에요. 빠릿빠릿하질 못해요. 학교 다닐 때도 일찍이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주변에 잘하는 사람이 엄청 많다 보니 재주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어쩌다 보니 계속해서 도자 작업을 하고 있네요. 어떤 지점은 잘 맞아서 이 일을 하고 있겠죠? 사실 덤벙분청도 마찬가지예요. 처음 보자마자 바로 느낌이 오진 않아요. 그냥 하얀색 위에 겹겹이 쌓인 흙이 다인데, 시간을 두고 봤을 때 느껴지는 감상차가 인상 깊어요. 제가 10년 전에 본 것과 오늘 본 것이 다르고,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아마 이런 시차를 가지고 있다는 게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배세진 제 작업과 제가 사는 삶의 방식은 분리되어 있어요. 전 되게 바쁘게 사는 편이에요. 외부에 강의를 나가고, 작업실에서 수업하고, 다른 프로젝트를 하면서 일상을 흘려보내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크게 다를 바가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 안으로 들어오면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면서 제가 뒤쫓고 있던 것들로부터 조금 더 벗어나려고 노력하게 되어요. 제가 지킬 수 있는 최선과 타협하지 않기 위해 힘쓰며 작품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김호정 작가의 FLOW Blue, Blue Moon Jar 시리즈


    Q. 그렇다면 작가님의 작업을 자신의 언어로 정의 내린다면 뭐라고 이야기하실 것 같나요?

    김준성 딱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대신 저는 사람에 대해 항상 관심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작업을 오래 진행할 수록 관심이 소진되기도 하더라고요. 작년이 특히 그랬어요. 그때는 물성과 연관된 작업을 주로 했는데, 요즘 펜데믹 상황이나 가까운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면서 다시 한번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쟁이란 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큰 파열음이기도 하잖아요. 그에 대해 곱씹다 보니 이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궁극적으로 작업을 통해 우리가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지, 어떤 것들 덕분에 행복한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호정 제 작업 속에 작은 점들을 보시면요, 그것들이 그 안에서 움직이는 걸 볼 수 있어요. 우주의 별들도 멈춰있는 것 같지만 엄청난 속도로 계속해서 운동하고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제 작업 또한 도자 자체는 정지되어 있지만, 그 안의 패턴들은 흙이라는 물성 자체가 살아 움직이면서 형성된다고 보아요. 제 작업의 언어도 그런 흐름을 따르고 있어요.
    박성욱 글쎄요. 비평가나 큐레이터들이 다루는 언어가 아니라 제 입장에서 표현해보자면 시간의 흔적과 기억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편’ 작업을 할 때마다 저는 그 조각들에서 시간성을 느끼고, 그 안에 어떤 기억을 담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제 작업에 있어서 흔적이라는 단어가 꽤 중요하죠.
    배세진 저는 늘 성실함이 제일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요. 아까 제가 이야기했듯이 숫자가 이만큼 늘어났다는 것은 스스로 동기 부여를 주는 일이기도 하고, 타인에게 보여주었을 때 저 사람은 적어도 포기하지 않고, 부지런하게 했더니 저만큼 하는구나 하고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죠.


    Q. 도자 작업이 지닌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김준성 도예 작업은 ‘소성’이라는 작업을 거칩니다. 흙으로 형태를 빚어서 구워내면, 단단하고 무거운 무언가 바뀌게 되면서 화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성질로 탄생합니다. 저는 이 변화의 과정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흙은 원래 암석이었지만, 이 암석이 오랜 시간 동안 퇴적과 풍화 등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 흙이 되는 거거든요. 도자를 만들어서 굽는 과정은 흙을 다시 암석화 시키는 과정이고요. 한 사람이 흙을 가마와 도구를 이용하여 다시 돌로 바꾸는 과정이 원초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호정 보통 사람들에게 도자란 일상생활과 밀접한 작품일 지도 모르지만. 저에게 도자는 다양한 표현 방법을 실현할 수 있게 만드는 도구예요. 도예 작업이 제 작업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학부 시절, 가장 처음 접한 것이 도자였고요. 그래서 그런지 흙이 가장 기초적인 재료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쯤 흙을 만지면서 인생에서 안 해본 것들을 새롭게 해보기도 하고, 자유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 감각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박성욱 다른 예술들은 끝나는 시점이 어느 정도 예측 할 수 있잖아요. 작가 손에서 마무리가 되는 경향이 있는데, 도자기는 불이라는 과정이 포함된단 말이죠. 여러 예술 활동 중에 도자기만 과정 중에서 가마를 사용하는데 저는 이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제작 과정에서 내가 서두르느라 소홀히 한 건 없는지 따져봐야 하기도 하고, 내 손길과 자연이 조화로워야 조금 더 정직한 작품이 나오는 거구나 하고 매 순간 깨달을 때가 많아요.
    배세진 공예 작업이 지닌 매력은 재능을 타지 않는다는 점인 것 같아요. 인풋 대비 아웃풋이 거의 동일해요. 실제로 저는 미술적인 팔레트가 다채롭지 않은 사람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여기까지 어찌저찌 온 건, 부지런히 하니까 그래도 결과물이 나오고 알아주는 사람이 있었던 거죠. 그게 도예의 매력이자 장점이 아닐까 싶네요.



    박성욱 작가의 생활 자기와 달항아리



    Q. 작가들은 모두 자신의 작품을 통해, 세상과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작가님께서는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계시는지요?

    김준성 저는 어쨌든 사람들 사이에서 모든 이야기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대면할 때뿐만 아니라 가상 공간 혹은 책이나 게임, SNS를 통해 연결되는 과정까지 모두 포함해서요. 그 사이에서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에너지나 동기들이 탄생하기 마련이죠. 그런 사회에서 개개인들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끔 만드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김호정 저는‘어우러지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제 작업은 물체나 다름없지만, 관람하시는 분들께선 그 안의 세상을 들여다보셨으면 좋겠어요. 마주하는 과정에서 대화가 오고 갈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박성욱 저는 분청이라는 거대한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잖아요. 제 작품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전통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기를 바라요.‘전통'이라는 단어 그 자체가 아니라, 나의 생활과 철학까지 연결 지어서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욕심일 수도 있지만, 제가 그렇게 작업을 하다 보니 관람객분들께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배세진 저는 재료의 성질을 충분히 이해하고 쫓아가는 리듬이 이 작업 안에 녹아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것을 다른 사람들도 한 번쯤은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누군가는 성실하게, 자기중심을 제대로 지켜가면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기술적이나 태도적인 평가보다는‘참 애써서 열심히 했다'고 이야기해 주면 저는 그걸로 됐어요.



    배세진 작가의 작업 사진


    EDITOR 오은재 인턴 DESIGNER 제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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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김준성,Find Expressions #3,Ceramics,2019 (우)김호정,I Am Here I,Mixed Media on Canvas,2021


    무릇 언어는 사고를 담아내는 그릇으로 여겨집니다. 유사한 주제에서 비롯된 생각들도 이를 전하는 사람 특유의 말투와 표현에 따라서 색다른 결의 이야기로 변주되기 마련입니다. 도자 공예 작업 또한 마찬가지죠. ‘흙’이라는 동일한 재료로부터 출발하지만, 작가가 어떤 시간 속에 머무르며 어떤 손길로 매만졌느냐에 따라 차원이 다른 결과물이 탄생하고야 맙니다.

    4명의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매일 매일 자연과 호흡하며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사유들을 빚어냈습니다. 오랜 침묵을 견뎌내며 서서히 단단해졌을 이야기 조각들은 어떤 빛깔을 띠고 있을까요? 입체와 평면 사이를 오가며 분주히 새겨 넣고, 다듬고, 색을 입혔을 작가들. 그들이 세상에 내놓은 언어의 결을 찬찬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좌)배세진,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 100099-101696,혼합소지,2014 (우)박성욱,편(片)-MOON,철판,분청편,2020


    Part.1 입체와 평면 사이


    Q. 이번 전시는 입체와 평면,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하시는 분들의 작업을 조명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입체 작업에서 평면 작업으로 확장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김준성 저는 전시장 작품들의 설치 상황을 고려한 뒤, 최대한 하나의 장면처럼 보이게 구성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입체 작품뿐만 아니라 평면 작품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병행하게 되었습니다.
    김호정 제 작업은 재료와 표현 기법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어요. 모아보면 흐름이 존재하는데, 입체 작업 속 특정한 부분들을 확대해서 평면 작업으로 이어가 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작업에 제한을 두기에는 세상에 재미있는 것들이 참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재료를 한정 짓지 않고서 내 안에 내재한 언어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하면서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박성욱 저는 대학을 마치고 바로 양평에서 작업을 했어요. 장작 가마로 작업을 했지요. 보통 장작 가마는 외부에 있고요, 굽기 전에 작업물들을 펼쳐놓아야 해요. 덤벙분청 작업을 거친 뒤에 판에다가 늘어놓았는데 제 눈에는 그게 하나의 편 같기도 했어요. 도자는 멀리서 보면 그저 하얀색일 뿐이잖아요. 그렇지만 가마에 굽고 나면 기물들의 색깔이 조금씩 달라졌다는 걸 확인하게 되어요. 그걸 하나의 조각으로 만들어야겠다 생각하게 되었죠. 그 뒤로 입체 작업과 평면 작업을 함께 하다가 가나 아트센터와 청주 비엔날레에서 작업을 선보인 뒤에 여러 곳에서 전시 작업 문의가 와서 지금까지 이어졌네요.
    배세진 처음에는 판매와 직결이 되어서 시작했어요. 이건 제가 어디 가서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들이에요. 작가가 작품을 못 판다는 것은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거기도 해요. 그런 면에서 평면 작업이 입체 작업보다 판매가 수월하다는 것이 중요한 측면 중 하나였죠. 왜냐하면 제 입체 작업은 기능성을 갖지 않는 물건이거든요. 밑이 뚫려있어서 무엇을 담을 수 없는 형태니까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제 작업에 주목하기 위해선 판매할 수 있는 작업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면 작업은 제 입체 작업의 연장선상이라는 규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Q. 입체 작업과 평면 작업을 오가며 작업하는 일은 어떤가요, 작가님께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듣고 싶습니다.

    김준성 저는 도예 작가이긴 하지만, 굳이 장르적인 한계를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드로잉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도예의 물성이 필요할 땐 도자 작업을 하고, 회화가 적합하다 싶으면 아크릴과 유화를 사용합니다. 때로는 디지털 드로잉이나 아이패드를 이용한 드로잉 작업도 하는 편입니다. 각각 느껴지는 것들이 달라서, 매체의 특성 자체가 작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김호정 소재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이 제게 큰 장점으로 다가와요. 조금 더 신경 써야 할 점은 단연코 집중력이에요. 두 작업 모두 집중력을 쏟아야 하다 보니 한 가지 작업할 때보다 수고가 더 많이 듭니다. 제 에너지가 모두 작업에 스며들기 때문에 좋은 기운을 작업 안에 많이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작업을 하면서 새로운 힘을 얻게 될 때가 많기도 해요.
    박성욱 최근에 가마 불을 땠는데 항아리가 많이 안 나왔어요. 그런 결과를 마주하고 나면 어느 부분이 문제였는지 곱씹고 또 고민하게 되는데, 편 작업을 할 때는 편의 색감과 제 감성에 의존하는 작업이다 보니 조금 더 단순해지게 되죠. 오가면서 작업을 하다 보면 그래도 환기가 되곤 해요.
    배세진 입체 작업은 굉장히 힘들어요. 한번 시작하면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까지 쉬지 않고 쭉 가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평면 작업은 짧게 끊어갈 수 있으니, 육체적인 강도가 좀 덜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업의 리듬을 운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동안 평면 작업 주문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 그것들을 소화하느라 원래 했던 작업을 하지 못하던 시기도 있었어요. 작업 요청이 많다 보면 이를 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므로, 집중이 분산되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좌)김준성,Find conversations - phase2,Ceramic,2019 (우)김준성,Find conversations - 광장 (The square),Ceramic,2019


    Part.2 언어를 매만지는 손길


    형태의 서사성, 김준성 작가

    Q. 작가님 작업에서는 도자 표면에 새겨진 사람들의 얼굴이 두드러집니다. 평소에도 사람들의 얼굴을 잘 관찰하시는 편인가요?

    김준성 아무래도 제가 교육이나 서비스업을 같이 하면서 작업을 했기 때문에, 사람들에 대해 조금 더 많이 관찰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은 우연적인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까? 제가 그리는 라인은 무작위적이지만, 이 요소가 표정과 합쳐질 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긴장 관계나 협력 관계 같은 감정들을 표현해줍니다. 표정에 맞게 색과 기호 상징을 넣기 때문에, 제 작업에서 얼굴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Q. 개인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작업을 진행하시고 계세요. 특히 작가님 작업 속 드로잉과 옹기의 특성이 잘 맞아 작업을 진행하게 되셨다고 했는데, 이 공통점에 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김준성 옹기는 사람들의 일상에 밀접한 오브제입니다. 백자와 청자가 사대부나 귀족들의 집안에서 관상용으로 여겨졌다면, 옹기는 실제로 사용을 했으므로 우리의 역사와 함께한 도자기이지요. 제 드로잉 속 사람들의 군상이 이러한 옹기의 특성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Q. 동시대 사건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고 하셨어요. 어떤 풍경에 조금 더 주목하게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김준성 이번 전시에서는 제가 3년 전 제작한 도자기들과 최근작인 평면 작업을 함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근래 1~2년 사이에 큰 사건들을 지나쳐오고 있기 때문에 3년 전의 작업과는 여러모로 다른 방향을 향해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신작은 평화로운 일상의 풍경들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배경색은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색감을 썼지만, 그 안의 덩어리들은 함께 어우러지고 위로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작업을 진행해보았습니다.



    (좌)김호정,FLOW BLACK I,Mixed clay,2020 / FLOW BLACK III,Mixed clay,2020 (우)김호정 작가와 그의 작업들


    색채의 다양성, 김호정 작가

    Q. 작가님 작업에선 자연의 일부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평소 자연에서 영감을 많이 받으시는 편이라고 들었는데, 이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김호정 평소에 여행 가서 자연을 감상하는 걸 좋아해요.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자연에 대한 갈망이 항상 컸던 것 같아요. 자연은 시간을 내서 보러 가야 하잖아요. 탁 트인 곳에 가서 바다나 하늘을 볼 때면 강렬한 인상을 받아요. 얼마 전에는 강릉에 다녀왔는데 그날 하늘과 바다가 너무 아름다웠던 거예요. 그런 식으로 평소 보지 못했던 풍경들을 볼 때마다 ‘선물 같은 시간이다’ 하고 깨닫곤 해요. 제가 직접 감각했던 시간을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다양하게 담고 싶고, 작품을 감상하시는 사람들 모두 자연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 한 폭의 자연을 통해서 안식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아요.


    Q. 파란색은 작가님의 시그니처 컬러입니다. 이 색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시기쯤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김호정 지난 포트폴리오를 찾아보면서‘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파란색을 사용하게 되었나?’하고 스스로 질문을 많이 해보았어요. 이제 보니까 학부 졸업 작품부터 파란색을 계속 쓰고 있었더라고요. 형태적인건 조금 다르긴 해도 드로잉이라던가 색 쓰는 부분은 그때부터 쭉 이어져 와서,‘나의 내면에 내재한 파란색에 대한 열망은 그때부터 자라난 게 아닐까’하고 추측해보았어요. 세상에는 인간이 만들어낼 수 없는 자연의 푸른빛들이 존재하잖아요. 무엇보다 파란색은 예로부터 선조들이 사용한 색이기도 해요. 저는 옛 분들의 그림에 담긴 자연의 흐름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지속해서 자연과 색의 상징을 주제로 작업을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파란색에 대한 깊은 연구를 하게 된 것 같아요.


    Q. 한없이 하얀 도자기를 보고 있자면, 구태여 어떤 색을 칠하기보단 그냥 그 자체로 두고 싶을 때가 있을 것 같은데요. 어쩌면 색을 칠하는 일이 큰 용기였을 수도 있겠어요.

    김호정 질문을 듣고 생각해보니 예전에는 모두 백자 작업을 주로 했더라고요. 졸업 전시회 하기 전까지 순백의 작품들만 만들었다 보니, 말씀하신 것처럼 색을 칠하는 것이 제게 큰 용기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더 제게 의미 있는 색을 사용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백자 상태도 여전히 좋긴 하지만, 큰 도전을 한 만큼 요즘은 오히려 색을 쓰는 게 더 재미있어요.



    (좌)박성욱,달항아리,분청,2020 (우)박성욱,편(片)-MOON,철판,분청편,2020


    재료의 순수성, 박성욱 작가

    Q. 작품들 모두 담백한 멋이 느껴집니다. 이러한 작업을 하기 위해선 그야말로 고도의 집중력과 기술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작가님께서 작업하실 때 균형을 어떻게 잡으시는지 궁금합니다.

    박성욱 덤벙 분청은 기법 자체가 굉장히 단순해요. 어떤 순간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보여주는 게 끝이에요. 하지만 주변의 환경에 조금 민감하죠. 흙에 영향을 주는 중력의 힘을 감각적으로 느껴야 하면서도 바람과 햇빛이 적당한 타이밍을 노려야 해요. 찰나에 일어나는 한순간과 자연스러운 자연환경을 잘 담아내야 하는 작업입니다. 균형은 일단 숙련된 과정에서 나오는 감각이 먼저인데,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느냐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전통적인 기법을 현대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제 나름대로 분청에 대한 재해석을 해냈다고 생각해요.


    Q. 반복해서 편을 알맞은 자리에 고정하는 작업은 나무보다는 숲을 봐야 하는 작업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배열은 어떤 식으로 완성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박성욱 저는 결과물을 놓고 생각하기보다, 편과 편 사이의 관계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예전에 학부 시절 때 사금파리를 펼쳐놓은 광경을 보고 신비로움을 느꼈던 적이 있어요. 시대별로 제작된 도자 조각들을 보니 시간과 과정이 보이더라고요. 그 살아있는 시간들의 연결고리를 생각하며 한 조각과 한 조각의 인과 연을 떠올렸어요. 타일을 제작하는 것과는 접근 방식이 확실히 달라요. 먼저 조각들을 분류해요. 장작 가마의 온도에 따라 조각의 편차가 있거든요. 장작가마의 앞쪽은 상대적으로 열이 좀 세고 후방은 열이 좀 약해서, 이에 따라 색에 변화가 생겨요. 그다음에는 편의 크기와 색을 고려해서 연결하는 과정을 거치죠.


    Q. 작가님의 작업은 전통성과 현대성이 동시에 느껴지는데요. 작품을 만드실 때 조화를 염두에 두시는 듯 합니다. 작가님께서 생각하는 조화란 무엇일까요?

    박성욱 저는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이러한 감성을 가지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정신적인 면에 좀 더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형태적으로는 좀 더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게 돼요. 대신 이를 이어가면서도 지금 시대를 놓치지 않으려 해요. 2022년이라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 이 시대와의 조화는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죠. 이 정도일 뿐, 제가 생각하는 조화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지 않아요.



    (좌)배세진,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 250126-250189,혼합소지,종이,잉크,2018 (우)작업에 열중하는 배세진 작가의 모습


    반복의 시간성, 배세진 작가

    Q. 작가님의 작업 방식 중에 가장 선행되는 일이 원하는 흙을 만드는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때 조건 중 하나가 구조적으로 잘 버틸 수 있는 흙이라던데요.'잘 버티는 흙'이라니,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인 것처럼 표현하셔서 흥미로웠는데 이야기를 좀 해주실 수 있나요?

    배세진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말이 적당한 표현처럼 들립니다. 도자에서 흙이라는 물질을 다루는 과정은 물리적인 변화와 화학적인 변화를 동시에 신경 쓰며 지켜보는 일이거든요. 흙이 마르면서도 줄어들고, 구우면 줄어들다 못해 변형이 일어나요. 이런 과정은 그 어떤 예술에도 없는 일이에요. 흙의 성질 중 어떤 것은 점력이 없어서 큰 형태를 만들기 어려울 때도 있고 다른 흙은 성질은 좋은데 내가 원하는 질감이나 색상이 안 나올 때도 있어요. 그 중간 지점을 찾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죠. 요즘은 페이퍼 클레이를 써요. 흙에 종이를 섞으면 어느 정도 보완이 되거든요. 이런 식으로 베이스에 첨가물들을 넣어서 원하는 색상과 질감을 만드는 편입니다. 그 과정이 저에게 꽤 중요해요.


    Q.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느긋하게 어떤 시간을 기다리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사회 속에서 이토록 정적인 작업을 한다는 것에서 괴리감을 느끼실 때는 없나요?

    배세진 저도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보니 마냥 도인처럼 살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작업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이 있어요. 제가 급하게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고, 어쩌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는 걸 알면 삶의 방향이 달라지기도 해요. 누구나 저처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히 아니고요. 제 작업을 보는 사람들이 간접적으로 어떤 시간을 체험하면서 ‘누군가는 이렇게 사는구나.’ 정도만 전달이 되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요.


    Q. 2020년도 11월에 프린트 베이커리와 함께 '일상'전을 진행하기도 했지요. 그 이후로 시간이 흘렀고 지금 많은 조각이 쌓였을 텐데, 그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배세진 사실 작업하는 과정에서는 그 숫자가 늘어나는 게 그다지 크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그냥 이미지로 보일 뿐, 숫자 하나하나 증식하고 있다는 감각은 어쩌다 가끔 와요. 숫자가 늘어난 것으로 뭔가 대단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기보단, ‘그래도 1년 동안 내가 부지런하게 잘 살아왔구나!’ 이 정도 느낌만 들 뿐이에요.



    2019년 창작공방관에서 전시한 김준성 작가의 작품


    Part.3 이토록 다채로운, 고유의 언어


    Q. 흙을 만지는 사람을 생각하면 어쩐지 말없이 무언가를 빚고 쌓아 올리는 사람의 얼굴이 먼저 떠오릅니다. 작가님은 어떠실지 궁금한데요. 일상 속 언어와 작가님의 작품은 얼마나 닮았는지 궁금합니다.

    김준성 제 작업 속 얼굴들은 감정을 쉽게 정의할 수 없어요. 저는 감정이 바로 드러나는 것보단 숨기는 표정을 좀 더 선호해요. 그 이유는 아무래도 제가 한국인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마음속으로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어도, 표현할 때는 좀 더 정제하고 무심해지려고 하는 게 제 성격이기도 해요. 그런 점을 생각하면 조금 닮았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호정 제 작업은 저의 이상향을 담고 있기 때문에,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현실은 제가 상상하는 것과 거리가 멀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를 추구하다 보면 제가 원하는 것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항상 가지고 있어요. 결국 작업과 작가는 닮게 되어있으니까요.
    박성욱 저는 사실 스위치 켜면 한참 뒤에 들어오는 형광등 같은 사람이에요. 빠릿빠릿하질 못해요. 학교 다닐 때도 일찍이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주변에 잘하는 사람이 엄청 많다 보니 재주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어쩌다 보니 계속해서 도자 작업을 하고 있네요. 어떤 지점은 잘 맞아서 이 일을 하고 있겠죠? 사실 덤벙분청도 마찬가지예요. 처음 보자마자 바로 느낌이 오진 않아요. 그냥 하얀색 위에 겹겹이 쌓인 흙이 다인데, 시간을 두고 봤을 때 느껴지는 감상차가 인상 깊어요. 제가 10년 전에 본 것과 오늘 본 것이 다르고,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아마 이런 시차를 가지고 있다는 게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배세진 제 작업과 제가 사는 삶의 방식은 분리되어 있어요. 전 되게 바쁘게 사는 편이에요. 외부에 강의를 나가고, 작업실에서 수업하고, 다른 프로젝트를 하면서 일상을 흘려보내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크게 다를 바가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 안으로 들어오면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면서 제가 뒤쫓고 있던 것들로부터 조금 더 벗어나려고 노력하게 되어요. 제가 지킬 수 있는 최선과 타협하지 않기 위해 힘쓰며 작품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김호정 작가의 FLOW Blue, Blue Moon Jar 시리즈


    Q. 그렇다면 작가님의 작업을 자신의 언어로 정의 내린다면 뭐라고 이야기하실 것 같나요?

    김준성 딱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대신 저는 사람에 대해 항상 관심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작업을 오래 진행할 수록 관심이 소진되기도 하더라고요. 작년이 특히 그랬어요. 그때는 물성과 연관된 작업을 주로 했는데, 요즘 펜데믹 상황이나 가까운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면서 다시 한번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쟁이란 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큰 파열음이기도 하잖아요. 그에 대해 곱씹다 보니 이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궁극적으로 작업을 통해 우리가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지, 어떤 것들 덕분에 행복한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호정 제 작업 속에 작은 점들을 보시면요, 그것들이 그 안에서 움직이는 걸 볼 수 있어요. 우주의 별들도 멈춰있는 것 같지만 엄청난 속도로 계속해서 운동하고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제 작업 또한 도자 자체는 정지되어 있지만, 그 안의 패턴들은 흙이라는 물성 자체가 살아 움직이면서 형성된다고 보아요. 제 작업의 언어도 그런 흐름을 따르고 있어요.
    박성욱 글쎄요. 비평가나 큐레이터들이 다루는 언어가 아니라 제 입장에서 표현해보자면 시간의 흔적과 기억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편’ 작업을 할 때마다 저는 그 조각들에서 시간성을 느끼고, 그 안에 어떤 기억을 담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제 작업에 있어서 흔적이라는 단어가 꽤 중요하죠.
    배세진 저는 늘 성실함이 제일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요. 아까 제가 이야기했듯이 숫자가 이만큼 늘어났다는 것은 스스로 동기 부여를 주는 일이기도 하고, 타인에게 보여주었을 때 저 사람은 적어도 포기하지 않고, 부지런하게 했더니 저만큼 하는구나 하고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죠.


    Q. 도자 작업이 지닌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김준성 도예 작업은 ‘소성’이라는 작업을 거칩니다. 흙으로 형태를 빚어서 구워내면, 단단하고 무거운 무언가 바뀌게 되면서 화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성질로 탄생합니다. 저는 이 변화의 과정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흙은 원래 암석이었지만, 이 암석이 오랜 시간 동안 퇴적과 풍화 등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 흙이 되는 거거든요. 도자를 만들어서 굽는 과정은 흙을 다시 암석화 시키는 과정이고요. 한 사람이 흙을 가마와 도구를 이용하여 다시 돌로 바꾸는 과정이 원초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호정 보통 사람들에게 도자란 일상생활과 밀접한 작품일 지도 모르지만. 저에게 도자는 다양한 표현 방법을 실현할 수 있게 만드는 도구예요. 도예 작업이 제 작업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학부 시절, 가장 처음 접한 것이 도자였고요. 그래서 그런지 흙이 가장 기초적인 재료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쯤 흙을 만지면서 인생에서 안 해본 것들을 새롭게 해보기도 하고, 자유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 감각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박성욱 다른 예술들은 끝나는 시점이 어느 정도 예측 할 수 있잖아요. 작가 손에서 마무리가 되는 경향이 있는데, 도자기는 불이라는 과정이 포함된단 말이죠. 여러 예술 활동 중에 도자기만 과정 중에서 가마를 사용하는데 저는 이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제작 과정에서 내가 서두르느라 소홀히 한 건 없는지 따져봐야 하기도 하고, 내 손길과 자연이 조화로워야 조금 더 정직한 작품이 나오는 거구나 하고 매 순간 깨달을 때가 많아요.
    배세진 공예 작업이 지닌 매력은 재능을 타지 않는다는 점인 것 같아요. 인풋 대비 아웃풋이 거의 동일해요. 실제로 저는 미술적인 팔레트가 다채롭지 않은 사람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여기까지 어찌저찌 온 건, 부지런히 하니까 그래도 결과물이 나오고 알아주는 사람이 있었던 거죠. 그게 도예의 매력이자 장점이 아닐까 싶네요.



    박성욱 작가의 생활 자기와 달항아리



    Q. 작가들은 모두 자신의 작품을 통해, 세상과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작가님께서는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계시는지요?

    김준성 저는 어쨌든 사람들 사이에서 모든 이야기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대면할 때뿐만 아니라 가상 공간 혹은 책이나 게임, SNS를 통해 연결되는 과정까지 모두 포함해서요. 그 사이에서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에너지나 동기들이 탄생하기 마련이죠. 그런 사회에서 개개인들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끔 만드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김호정 저는‘어우러지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제 작업은 물체나 다름없지만, 관람하시는 분들께선 그 안의 세상을 들여다보셨으면 좋겠어요. 마주하는 과정에서 대화가 오고 갈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박성욱 저는 분청이라는 거대한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잖아요. 제 작품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전통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기를 바라요.‘전통'이라는 단어 그 자체가 아니라, 나의 생활과 철학까지 연결 지어서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욕심일 수도 있지만, 제가 그렇게 작업을 하다 보니 관람객분들께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배세진 저는 재료의 성질을 충분히 이해하고 쫓아가는 리듬이 이 작업 안에 녹아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것을 다른 사람들도 한 번쯤은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누군가는 성실하게, 자기중심을 제대로 지켜가면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기술적이나 태도적인 평가보다는‘참 애써서 열심히 했다'고 이야기해 주면 저는 그걸로 됐어요.



    배세진 작가의 작업 사진


    EDITOR 오은재 인턴 DESIGNER 제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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