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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우리의 시작을 만나기를, 김제언·모모킴·박소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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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work 당신이 우리의 시작을 만나기를, 김제언·모모킴·박소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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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간략설명 박소라, 모모킴, 김제언 작가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어떤 역사를 거쳐 지금의 우리가 되었는지,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때의 마음은 어땠는지, 출발선에 선 지금 달려나가고 싶은 목적지는 어디에 있는지, 그런 지점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상품추가설명 번역정보 202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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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소라, 모모킴, 김제언 작가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어떤 역사를 거쳐 지금의 우리가 되었는지,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때의 마음은 어땠는지, 출발선에 선 지금 달려나가고 싶은 목적지는 어디에 있는지, 그런 지점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The Beginning' 전시에 참여한 세 명의 작가를 만났습니다. 전시장에서 받은 영감을 작품으로 담는 박소라, 광고의 매력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캔버스에 반영하는 모모킴, 긍정적인 시선으로 걸러진 세상을 전하는 김제언. 자신만의 단단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작가들에게 '시작'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어떤 역사를 거쳐 지금의 우리가 되었는지,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때의 마음은 어땠는지, 출발선에 선 지금 달려나가고 싶은 목적지는 어디에 있는지, 그런 지점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모든 시작을 사랑합니다. 그 모든 출발에 불안과 불확실함이 깃들어 있음에도, 더 높은 층위의 결실을 위해 시작을 선택하곤 합니다. 하얀 캔버스 앞에 앉아 매일 창작의 여정을 떠나는 예술가들, 자기 자신으로부터 떠나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오는 치열한 여정을 함께 따라가보기로 해요.

    Chapter1. BIRTH

    Q1. 언제 어디서 태어났고, 이름에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소라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났어요. 이름은 흴 소, 비단 라를 써서 ‘맑고 깨끗하게 살아’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엄마가 제 이름을 ‘소라’라고 지었다고 하니까 외할머니께서 “뭐라고? 꼴부리라고?” 하셨대요. 소라의 경상도 사투리가 꼴부리거든요(웃음).
    모모킴 1992년 서울에서 태어났어요. 모모킴이라는 이름은 21살 때부터 사용하고 있어요. 뉴욕에서 학교 다닐 때 교수님께서 한국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셔서 짓게 된 이름이에요. 어릴 적 좋아하던 책 미하엘 엔더의 <모모>에서 가지고 왔어요. 중의적이고 국경을 넘나드는 이름이었으면 해서 책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예술에도 국경과 나이, 성별이 없다고 생각해서 모모킴이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하고 있어요.
    김제언 임금 제, 말씀 언 한자를 써서 ‘임금의 말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스님이 지어주셨는데 좋은 말들과 행동으로 선한 영향력을 행하라는 뜻에서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어렸을 때는 특이한 이름이라 싫어했는데 언젠가부터는 특별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왼쪽부터 순서대로 박소라, 모모킴, 김제언 작가의 어린 시절 ⓒ김제언·모모킴·박소라


    Q2.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구나, 하고 인지하고 있는 최초의 기억은 언제인가요?

    박소라 제가 무언가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엄마가 물을 쏟으셨어요. 그림이 번진 게 속상해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나요. 어머니께 여쭤봤는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종이만 있으면 그림을 그렸다고 해요. 책을 보고 따라 그리기도 하고, 베개의 무늬들을 보고 따라 그리기도 하면서 나름의 작업 세계를 가진 꼬맹이였대요(웃음).
    모모킴 어릴 적에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유치원이 아니라 보육원 개념의 미술 학원을 다녔어요. 자연스럽게 그림 그리는 방법을 배우고 그리기 시작했어요. 바깥으로 나가 수업을 들은 기억이 많이 남아 있는데, 그때도 저는 풍경화를 주로 그렸던 것 같아요.
    김제언 어머니가 미술 학원을 운영하셔서 초등학교 시절 내내 그곳을 드나들며 자랐어요. 매주 수요일은 자유 상상화를 그리는 날이었는데, 꽃게를 잠수함 삼아 창문을 달고 바닷속을 탐험하는 그림을 그린 게 기억이 나요. 그곳에서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들이마신 순간들이 지금의 저를 형성하는 데 큰 거름이 되어주었어요.


    Q3. 그림과 예술을 가까이하면서 자라셨는지 궁금해요.

    박소라 작고 정겨운 안동이라는 도시에 살아서 문화 예술적인 경험을 많이 하며 자라진 못했어요. 대신 어릴 때 비디오&만화책 대여점을 자주 드나들었어요. 엄마가 영화를 고르시면 저는 옆에서 만화책을 고르곤 했어요. 어머니는 감각적이고 특이한 것들을 좋아하세요. 옷이나 시계, 인테리어 소품을 고를 때도 평범한 것보다는 재밌고 이야기가 있어 보이는 것들을 선택하셨어요. 그런 엄마 영향을 많이 받아서 저도 남들과는 다른 것을 고르고 싶어 했고요. 핫핑크 가방을 메고 다니기도 하고, 특이한 디자인의 주황색 이어폰을 사용한 적도 있어요. 옷을 살 때는 택이 너무 예뻐서 그것들을 많이 모으기도 했어요. 리바이스의 택 디자인은 너무 예쁘잖아요. 미술작품은 아니었지만 그런 것들이 작은 예술적 경험이 되어준 것 같아요.
    모모킴 부모님께서 미술을 전공하셨고, 특히 아버지는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크게 활약하셨어요. 퇴근하고 집에 오시면 늘 광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집에는 광고,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에 관련된 책이 넘쳐났어요. 자연스럽게 광고 디자이너를 꿈꾸게 되었죠. 중학생 때부터는 다양한 디자인 공모전에 참여하고 수상도 곧잘 했어요. 아빠의 제안으로 광고 일러스트레이터로 종종 아르바이트하기도 했고요. 해야 하는 수능 공부는 안 하고 밤새우며 마감 기한을 맞추기 위해 일했던 기억도 많아요(웃음). 자유분방하고 독특한 집안 환경 안에서 다양한 예술 경험을 하면서 자라났어요.
    김제언 저희 부모님도 미술을 전공하셨어요. 아버지는 서양화, 어머니는 한국화를 그리셨죠. 그런 부모님 곁에서 자라는 동안 저 역시 미술을 사랑하고 즐길 수밖에 없는 아이로 자라났어요. 아버지 화실에서 풍기던 고소한 유화 냄새와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미술 학원에서 그림을 그리는 순간들을 기꺼워했던 기억이 가득해요.

    박소라 작가 어머님이 소장 중인 시계 ⓒ박소라


    Q4.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작품 세계에 어떤 영향이 미쳤을까요?

    모모킴 그럼요. 저는 특히나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동시대 광고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TV 속에 나오는 영상 광고부터 포스터, 길거리의 현수막에서도요. 제 작품 도상도 하나의 광고 포스터를 연상시키죠. 텍스트가 들어간 디자인 레이아웃을 통해 동시대 상업 이미지가 가지는 트렌디함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가가 살아가는 시대를 거울처럼 반영한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믿기 때문에, 현재를 반영하는 요소를 작품 속에 반영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광고는 복합 예술이에요. 카피라이터가 쓴 한 줄의 글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만든 전체적인 이미지가 소비자의 생각을 움직이게 하잖아요. 제 작품의 텍스트와 도상들도 광고처럼 보는 이들의 마음과 감정을 움직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박소라 앞서 말씀드렸듯 작은 도시에서 자라나서 문화 예술 경험을 많이 해보진 못했어요.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예술에 전당에 가봤어요. 미술 학원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선생님들과 학원 친구들과 함께 전시를 보러 갔죠. 대학생이 되고서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전시를 보러 다녔어요. 다른 사람들보다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더 자주 보러 가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전시장에서 받은 영감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김제언 미술 학원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그리던 자유 상상화가 큰 도움을 주었어요. 미술을 시작한 이후로 그때보다 즐거웠던 순간은 없는 것 같아요(웃음). 어린 아이가 가진 태초의 순수함과 즐거움이 담긴 그림이 가장 빛났던 것 같아요. 그 시기의 그림을 뛰어넘고 싶어서 항상 고민하면서 작업하고 있어요.

    모모킴의 영감 - 일상에서 만난 광고 이미지 ⓒ모모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한묵-또 하나의 시詩질서를 위하여' 전시 전경 ⓒ박소라



    Chapter 2. GIFT

    Q5. ‘내가 그림에 재능 혹은 감각이 있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박소라 대학생 때 교수님께서 ‘너는 무심하게 그려서 좋다’라고 말씀하셨던 게 마음에 오래 남아 있어요.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라서 갸우뚱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거침없이 자유롭고 솔직하게 그려서 좋다는 말씀을 해주신 것 같아요. 캔버스 위에서 주저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져야 하잖아요. 그런 단단한 마음도 재능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요.
    모모킴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다 같이 그림을 그리는 데 제 그림이 조금 더 예뻤던 것이 기억나요(웃음). 주변에서 그림 잘 그린다는 칭찬이 시작되었던 순간이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구나, 라는 인식이 생겼던 것 같아요.
    김제언 저는 재능이나 감각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웃음). 어린아이의 순수함이나 제가 현재 가지고 있는 생각 자체를 그림에 담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Q6. 작가로 살고 싶다, 혹은 작가가 되겠다고 처음 결심했던 순간이 기억나시나요?

    박소라 그림 그릴 때만큼은 힘든 일들을 잊을 수 있어서 계속 그림을 그리며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아토피가 굉장히 심했어요. 온몸이 피와 진물로 뒤덮여서 병원에 데려가면 의사 선생님들 마저 너무 놀랐다고 해요. ‘이렇게 심한 아이는 처음이다’라고 할 정도로요. 엄마가 전국 방방곡곡 좋다는 의사를 찾아다니시기도 하고, 한센병 환자들이 사는 곳에 가서 약을 찾기도 하셨대요. 밤마다 울면서 온몸을 긁고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하나도 가렵지 않았어요. 온 신경이 그림에 집중을 하고 있어서 그랬나 봐요. 고통을 잊을 만큼 그림을 좋아했고, 운명처럼 작가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모모킴 처음 결심했던 순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주 어렸을 때부터 당연하다는 듯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중학교 생활기록부를 찾아보니 장래희망이 ‘일러스트레이터’였고,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는 ‘작가’로 적혀있더라고요. 다른 직업은 애초에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것 같아요.
    김제언 부모님의 인정을 받고 싶어서 작가가 되기를 꿈꿨어요. 아버지는 칭찬에 인색하신 분이었는데, 제 그림을 칭찬해 주셨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어떤 날보다 벅차고 행복했어요. 그때 아버지의 말씀이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확신했던 계기가 되어주었어요.


    Q7. 이제는 작가로 살아가고 계신데요, 어떤 루틴으로 하루를 보내시는지 궁금합니다.

    박소라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직업이라 솔직히 늘어질 때도 있고, 영감을 받아서 미친듯이 밤샘 작업을 할 때도 있어요. 요즘은 저만의 루틴을 만드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불규칙적인 생활이 건강에 좋지 않고 작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더라고요. 아침에는 짧게 운동을 하고, 오후엔 라디오를 들으며 작업을 시작해요. 많은 것들에 지지 않기 위해서는 ‘그럼에도 나는 나아간다’는 존버 정신이 필요한데(웃음), 규칙적인 일상이 그 힘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해요.
    모모킴 저도 라디오를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해요. 라디오를 들으며 아침에 한 시간 정도 공복 상태로 걷는데 그때의 상쾌한 기분이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어줘요. 그리고 나서는 작업실로 출근해서 청소하고, 창작의 시간을 갖습니다. 그 날의 기분에 따라 여러 포트폴리오를 바꿔가며 작업해요. 어떤 날은 작은 콜라주 작업을 할 때도 있고, 또 어느 날은 드로잉을 하기도 하고, 글을 쓰거나 찍어둔 사진을 선별하며 다음 작업을 준비하기도 해요. 매일 작은 붓 터치 한 번이라도 하려는 마음으로 일상을 보냅니다. 퇴근 후에는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 가벼운 마음으로 한 시간 정도 또 걸으러 나가요. 걷기로 아침을 시작하고 걸으며 마무리하는 루틴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김제언 조금 다른 시간대를 살며 단조롭지만 평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어요. 저는 새벽 6시에 자고 낮 12시에 일어나요. 밤이 고요하고 집중이 잘 돼서 새벽 시간에 작업해요. 일어나면 원두를 갈고 커피를 내리는 데 그 시간이 저에게는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이에요. 커피 향을 맡으며 전날 했던 작업을 보고 오늘 어떤 부분을 할지 계획하면서 일상을 보내요.

    모모킴 작가의 드로잉 ⓒ모모킴


    김제언 작가 작업실 ⓒ김제언


    Q8. 작가님에게 가장 사소한 기쁨은 무엇인가요?

    박소라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재밌더라고요. 아무래도 작가라는 직업은 혼자 창작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고립되어 있잖아요(웃음). 그래서인지 제 세상 밖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많아요. 직업을 소개해 주는 유튜브나 라디오, ‘극한직업’ 프로그램을 자주 보면서 타인의 세상을 구경하고 있어요.
    모모킴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고 운전하는 것을 좋아해요. 예전에는 스쿠터를 타고 드라이브하는 것을 좋아했고요. 길 가다가 만나는 이상하게 생긴 강아지를 귀여워하기도 하고,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사연에 나 혼자 킥킥거리면서 대답할 때도 많아요. 저도 가끔 사연을 보내는 데 아직 제 이야기를 읽어준 적은 없어요. 라디오에서 제 사연이 흘러나오는 날은 또 어떤 기쁨 이 묻어나는 날일지 기대돼요.
    김제언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풍경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나만 알아차릴 수 있는 작은 발견들에 쉽게 기뻐하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돌 틈에 피어난 민들레를 찾았는데, 나의 모습 또는 우리의 모습 같아 보여 반가웠어요. 강한 생명력과 끈기로 탄생했을 그 모습을 보니 알 수 없는 꿈틀거림 같은 것들을 안쪽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그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A simple flower painting' 시리즈를 그리게 되었어요.

    (좌)김제언 작가가 관찰한 민들레, (우)모모킴 작가가 드라이브하는 길 ⓒ김제언, 모모킴



    Chapter 3. PAINTER

    Q9. 작가님은 ‘왜’ 그림을 그리게 되시는 것 같나요?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해요.

    박소라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림을 그리면서 스스로를 알게 되는 순간이 많고, 그것을 토대로 성장해나갈 수 있다고 믿어요.
    모모킴 그림은 제게 주어진 언어이자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이에요. 제 일상과 철학이 담긴 그림을 그림으로서 제가 살아있었다는 걸 증명할 수도 있고요. 미래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해요.
    김제언 제 생각을 표현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계속 그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림 그리는 순간만큼은 근심이 없어지고 저에게 가장 솔직해지거든요. 또한 그림은 세상을 보는 시선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마음과 시선을 통해 걸러진 세상을 담는다면 많은 분들에게 위로를 선물할 수 있지 않을까, 믿고 있어요.

    박소라 작가의 작업실 ⓒ박소라


    작업하고 있는 모모킴 작가 ⓒ모모킴


    김제언 작가의 작업실 ⓒ김제언


    Q10. 그림과 함께 하는 삶 속에서 가장 즐겁고 놀라운 일은 무엇인가요?

    박소라 그림에는 정답이 없다는 사실이요. 작품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삶에 정답이 없듯 그림에도 정답이 없고요. 개개인의 가진 고유의 이야기를 주관식으로 담을 수 있다는 점이 즐겁고 놀라워요.
    모모킴 제 작품으로 인해 누군가 위로를 얻거나 마음의 풍요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무엇보다 기쁘고 행복해요. 저 스스로도 그림을 그리며 위안을 얻기도 하고, 반복되는 작업을 통해 수련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데요. 그런 과정이 담긴 작품을 통해 누군가 제 진심을 전달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김제언 저는 그림을 완성할 때마다 그림이 살아 움직일 거라고 믿어요. 불 꺼진 작업실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형성들이 그들만의 호흡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언젠가는 저에게 말을 걸어올 것 같고요. 이러한 믿음 자체가 저에겐 즐거움이자 놀라운 변화에요.


    Q11. 앞으로 그리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박소라 이번 전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기 위해서 영감을 주는 노래를 물어보셨잖아요. 작업할 때 막막하고 답답한 순간이 오면 Young, Wild&Free라는 노래를 듣곤 해요. 작업을 하다 보면 자기 객관화를 통해 성장하기도 하지만, 주저하고 망설이는 자신도 마주하게 되거든요. 작업할 때만큼은 이 노래처럼 자유롭고 거침없이, 그렇지만 나처럼 무심하게 작업해 나가고 싶어요.
    모모킴 우주와 마찬가지로 예술은 무수한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창작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더 많이 실패하고 더 많이 창작하며 보는 이들의 마음에 도달하고 싶어요. 명확하게 정리되어 말하는 미래는 아니지만, 미래는 절대 명확한 게 없으니까요(웃음).
    김제언 이번 전시의 이름처럼 시작이라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모든 장애물을 보란 듯이 이겨내고 과정을 밟아 나가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부시게 아름다워요. 시작을 결심한다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런 튼튼한 믿음으로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나가고 싶습니다. 부모님께서 주신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따뜻한 마음, 그것을 내뿜을 손으로 선한 영향력을 가진 작가가 되고 싶어요.

    (좌)김제언 'Facing the past' (중)모모킴 'My collection' (우)박소라 '하나의 버전_또 하나의 시詩질서를 위하여' ⓒ김제언·모모킴·박소라


    EDITOR 박세연  DESIGNER 이진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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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Beginning' 전시에 참여한 세 명의 작가를 만났습니다. 전시장에서 받은 영감을 작품으로 담는 박소라, 광고의 매력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캔버스에 반영하는 모모킴, 긍정적인 시선으로 걸러진 세상을 전하는 김제언. 자신만의 단단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작가들에게 '시작'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어떤 역사를 거쳐 지금의 우리가 되었는지,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때의 마음은 어땠는지, 출발선에 선 지금 달려나가고 싶은 목적지는 어디에 있는지, 그런 지점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모든 시작을 사랑합니다. 그 모든 출발에 불안과 불확실함이 깃들어 있음에도, 더 높은 층위의 결실을 위해 시작을 선택하곤 합니다. 하얀 캔버스 앞에 앉아 매일 창작의 여정을 떠나는 예술가들, 자기 자신으로부터 떠나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오는 치열한 여정을 함께 따라가보기로 해요.

    Chapter1. BIRTH

    Q1. 언제 어디서 태어났고, 이름에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소라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났어요. 이름은 흴 소, 비단 라를 써서 ‘맑고 깨끗하게 살아’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엄마가 제 이름을 ‘소라’라고 지었다고 하니까 외할머니께서 “뭐라고? 꼴부리라고?” 하셨대요. 소라의 경상도 사투리가 꼴부리거든요(웃음).
    모모킴 1992년 서울에서 태어났어요. 모모킴이라는 이름은 21살 때부터 사용하고 있어요. 뉴욕에서 학교 다닐 때 교수님께서 한국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셔서 짓게 된 이름이에요. 어릴 적 좋아하던 책 미하엘 엔더의 <모모>에서 가지고 왔어요. 중의적이고 국경을 넘나드는 이름이었으면 해서 책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예술에도 국경과 나이, 성별이 없다고 생각해서 모모킴이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하고 있어요.
    김제언 임금 제, 말씀 언 한자를 써서 ‘임금의 말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스님이 지어주셨는데 좋은 말들과 행동으로 선한 영향력을 행하라는 뜻에서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어렸을 때는 특이한 이름이라 싫어했는데 언젠가부터는 특별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왼쪽부터 순서대로 박소라, 모모킴, 김제언 작가의 어린 시절 ⓒ김제언·모모킴·박소라


    Q2.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구나, 하고 인지하고 있는 최초의 기억은 언제인가요?

    박소라 제가 무언가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엄마가 물을 쏟으셨어요. 그림이 번진 게 속상해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나요. 어머니께 여쭤봤는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종이만 있으면 그림을 그렸다고 해요. 책을 보고 따라 그리기도 하고, 베개의 무늬들을 보고 따라 그리기도 하면서 나름의 작업 세계를 가진 꼬맹이였대요(웃음).
    모모킴 어릴 적에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유치원이 아니라 보육원 개념의 미술 학원을 다녔어요. 자연스럽게 그림 그리는 방법을 배우고 그리기 시작했어요. 바깥으로 나가 수업을 들은 기억이 많이 남아 있는데, 그때도 저는 풍경화를 주로 그렸던 것 같아요.
    김제언 어머니가 미술 학원을 운영하셔서 초등학교 시절 내내 그곳을 드나들며 자랐어요. 매주 수요일은 자유 상상화를 그리는 날이었는데, 꽃게를 잠수함 삼아 창문을 달고 바닷속을 탐험하는 그림을 그린 게 기억이 나요. 그곳에서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들이마신 순간들이 지금의 저를 형성하는 데 큰 거름이 되어주었어요.


    Q3. 그림과 예술을 가까이하면서 자라셨는지 궁금해요.

    박소라 작고 정겨운 안동이라는 도시에 살아서 문화 예술적인 경험을 많이 하며 자라진 못했어요. 대신 어릴 때 비디오&만화책 대여점을 자주 드나들었어요. 엄마가 영화를 고르시면 저는 옆에서 만화책을 고르곤 했어요. 어머니는 감각적이고 특이한 것들을 좋아하세요. 옷이나 시계, 인테리어 소품을 고를 때도 평범한 것보다는 재밌고 이야기가 있어 보이는 것들을 선택하셨어요. 그런 엄마 영향을 많이 받아서 저도 남들과는 다른 것을 고르고 싶어 했고요. 핫핑크 가방을 메고 다니기도 하고, 특이한 디자인의 주황색 이어폰을 사용한 적도 있어요. 옷을 살 때는 택이 너무 예뻐서 그것들을 많이 모으기도 했어요. 리바이스의 택 디자인은 너무 예쁘잖아요. 미술작품은 아니었지만 그런 것들이 작은 예술적 경험이 되어준 것 같아요.
    모모킴 부모님께서 미술을 전공하셨고, 특히 아버지는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크게 활약하셨어요. 퇴근하고 집에 오시면 늘 광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집에는 광고,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에 관련된 책이 넘쳐났어요. 자연스럽게 광고 디자이너를 꿈꾸게 되었죠. 중학생 때부터는 다양한 디자인 공모전에 참여하고 수상도 곧잘 했어요. 아빠의 제안으로 광고 일러스트레이터로 종종 아르바이트하기도 했고요. 해야 하는 수능 공부는 안 하고 밤새우며 마감 기한을 맞추기 위해 일했던 기억도 많아요(웃음). 자유분방하고 독특한 집안 환경 안에서 다양한 예술 경험을 하면서 자라났어요.
    김제언 저희 부모님도 미술을 전공하셨어요. 아버지는 서양화, 어머니는 한국화를 그리셨죠. 그런 부모님 곁에서 자라는 동안 저 역시 미술을 사랑하고 즐길 수밖에 없는 아이로 자라났어요. 아버지 화실에서 풍기던 고소한 유화 냄새와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미술 학원에서 그림을 그리는 순간들을 기꺼워했던 기억이 가득해요.

    박소라 작가 어머님이 소장 중인 시계 ⓒ박소라


    Q4.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작품 세계에 어떤 영향이 미쳤을까요?

    모모킴 그럼요. 저는 특히나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동시대 광고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TV 속에 나오는 영상 광고부터 포스터, 길거리의 현수막에서도요. 제 작품 도상도 하나의 광고 포스터를 연상시키죠. 텍스트가 들어간 디자인 레이아웃을 통해 동시대 상업 이미지가 가지는 트렌디함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가가 살아가는 시대를 거울처럼 반영한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믿기 때문에, 현재를 반영하는 요소를 작품 속에 반영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광고는 복합 예술이에요. 카피라이터가 쓴 한 줄의 글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만든 전체적인 이미지가 소비자의 생각을 움직이게 하잖아요. 제 작품의 텍스트와 도상들도 광고처럼 보는 이들의 마음과 감정을 움직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박소라 앞서 말씀드렸듯 작은 도시에서 자라나서 문화 예술 경험을 많이 해보진 못했어요.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예술에 전당에 가봤어요. 미술 학원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선생님들과 학원 친구들과 함께 전시를 보러 갔죠. 대학생이 되고서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전시를 보러 다녔어요. 다른 사람들보다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더 자주 보러 가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전시장에서 받은 영감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김제언 미술 학원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그리던 자유 상상화가 큰 도움을 주었어요. 미술을 시작한 이후로 그때보다 즐거웠던 순간은 없는 것 같아요(웃음). 어린 아이가 가진 태초의 순수함과 즐거움이 담긴 그림이 가장 빛났던 것 같아요. 그 시기의 그림을 뛰어넘고 싶어서 항상 고민하면서 작업하고 있어요.

    모모킴의 영감 - 일상에서 만난 광고 이미지 ⓒ모모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한묵-또 하나의 시詩질서를 위하여' 전시 전경 ⓒ박소라



    Chapter 2. GIFT

    Q5. ‘내가 그림에 재능 혹은 감각이 있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박소라 대학생 때 교수님께서 ‘너는 무심하게 그려서 좋다’라고 말씀하셨던 게 마음에 오래 남아 있어요.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라서 갸우뚱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거침없이 자유롭고 솔직하게 그려서 좋다는 말씀을 해주신 것 같아요. 캔버스 위에서 주저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져야 하잖아요. 그런 단단한 마음도 재능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요.
    모모킴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다 같이 그림을 그리는 데 제 그림이 조금 더 예뻤던 것이 기억나요(웃음). 주변에서 그림 잘 그린다는 칭찬이 시작되었던 순간이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구나, 라는 인식이 생겼던 것 같아요.
    김제언 저는 재능이나 감각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웃음). 어린아이의 순수함이나 제가 현재 가지고 있는 생각 자체를 그림에 담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Q6. 작가로 살고 싶다, 혹은 작가가 되겠다고 처음 결심했던 순간이 기억나시나요?

    박소라 그림 그릴 때만큼은 힘든 일들을 잊을 수 있어서 계속 그림을 그리며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아토피가 굉장히 심했어요. 온몸이 피와 진물로 뒤덮여서 병원에 데려가면 의사 선생님들 마저 너무 놀랐다고 해요. ‘이렇게 심한 아이는 처음이다’라고 할 정도로요. 엄마가 전국 방방곡곡 좋다는 의사를 찾아다니시기도 하고, 한센병 환자들이 사는 곳에 가서 약을 찾기도 하셨대요. 밤마다 울면서 온몸을 긁고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하나도 가렵지 않았어요. 온 신경이 그림에 집중을 하고 있어서 그랬나 봐요. 고통을 잊을 만큼 그림을 좋아했고, 운명처럼 작가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모모킴 처음 결심했던 순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주 어렸을 때부터 당연하다는 듯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중학교 생활기록부를 찾아보니 장래희망이 ‘일러스트레이터’였고,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는 ‘작가’로 적혀있더라고요. 다른 직업은 애초에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것 같아요.
    김제언 부모님의 인정을 받고 싶어서 작가가 되기를 꿈꿨어요. 아버지는 칭찬에 인색하신 분이었는데, 제 그림을 칭찬해 주셨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어떤 날보다 벅차고 행복했어요. 그때 아버지의 말씀이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확신했던 계기가 되어주었어요.


    Q7. 이제는 작가로 살아가고 계신데요, 어떤 루틴으로 하루를 보내시는지 궁금합니다.

    박소라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직업이라 솔직히 늘어질 때도 있고, 영감을 받아서 미친듯이 밤샘 작업을 할 때도 있어요. 요즘은 저만의 루틴을 만드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불규칙적인 생활이 건강에 좋지 않고 작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더라고요. 아침에는 짧게 운동을 하고, 오후엔 라디오를 들으며 작업을 시작해요. 많은 것들에 지지 않기 위해서는 ‘그럼에도 나는 나아간다’는 존버 정신이 필요한데(웃음), 규칙적인 일상이 그 힘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해요.
    모모킴 저도 라디오를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해요. 라디오를 들으며 아침에 한 시간 정도 공복 상태로 걷는데 그때의 상쾌한 기분이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어줘요. 그리고 나서는 작업실로 출근해서 청소하고, 창작의 시간을 갖습니다. 그 날의 기분에 따라 여러 포트폴리오를 바꿔가며 작업해요. 어떤 날은 작은 콜라주 작업을 할 때도 있고, 또 어느 날은 드로잉을 하기도 하고, 글을 쓰거나 찍어둔 사진을 선별하며 다음 작업을 준비하기도 해요. 매일 작은 붓 터치 한 번이라도 하려는 마음으로 일상을 보냅니다. 퇴근 후에는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 가벼운 마음으로 한 시간 정도 또 걸으러 나가요. 걷기로 아침을 시작하고 걸으며 마무리하는 루틴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김제언 조금 다른 시간대를 살며 단조롭지만 평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어요. 저는 새벽 6시에 자고 낮 12시에 일어나요. 밤이 고요하고 집중이 잘 돼서 새벽 시간에 작업해요. 일어나면 원두를 갈고 커피를 내리는 데 그 시간이 저에게는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이에요. 커피 향을 맡으며 전날 했던 작업을 보고 오늘 어떤 부분을 할지 계획하면서 일상을 보내요.

    모모킴 작가의 드로잉 ⓒ모모킴


    김제언 작가 작업실 ⓒ김제언


    Q8. 작가님에게 가장 사소한 기쁨은 무엇인가요?

    박소라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재밌더라고요. 아무래도 작가라는 직업은 혼자 창작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고립되어 있잖아요(웃음). 그래서인지 제 세상 밖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많아요. 직업을 소개해 주는 유튜브나 라디오, ‘극한직업’ 프로그램을 자주 보면서 타인의 세상을 구경하고 있어요.
    모모킴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고 운전하는 것을 좋아해요. 예전에는 스쿠터를 타고 드라이브하는 것을 좋아했고요. 길 가다가 만나는 이상하게 생긴 강아지를 귀여워하기도 하고,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사연에 나 혼자 킥킥거리면서 대답할 때도 많아요. 저도 가끔 사연을 보내는 데 아직 제 이야기를 읽어준 적은 없어요. 라디오에서 제 사연이 흘러나오는 날은 또 어떤 기쁨 이 묻어나는 날일지 기대돼요.
    김제언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풍경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나만 알아차릴 수 있는 작은 발견들에 쉽게 기뻐하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돌 틈에 피어난 민들레를 찾았는데, 나의 모습 또는 우리의 모습 같아 보여 반가웠어요. 강한 생명력과 끈기로 탄생했을 그 모습을 보니 알 수 없는 꿈틀거림 같은 것들을 안쪽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그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A simple flower painting' 시리즈를 그리게 되었어요.

    (좌)김제언 작가가 관찰한 민들레, (우)모모킴 작가가 드라이브하는 길 ⓒ김제언, 모모킴



    Chapter 3. PAINTER

    Q9. 작가님은 ‘왜’ 그림을 그리게 되시는 것 같나요?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해요.

    박소라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림을 그리면서 스스로를 알게 되는 순간이 많고, 그것을 토대로 성장해나갈 수 있다고 믿어요.
    모모킴 그림은 제게 주어진 언어이자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이에요. 제 일상과 철학이 담긴 그림을 그림으로서 제가 살아있었다는 걸 증명할 수도 있고요. 미래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해요.
    김제언 제 생각을 표현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계속 그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림 그리는 순간만큼은 근심이 없어지고 저에게 가장 솔직해지거든요. 또한 그림은 세상을 보는 시선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마음과 시선을 통해 걸러진 세상을 담는다면 많은 분들에게 위로를 선물할 수 있지 않을까, 믿고 있어요.

    박소라 작가의 작업실 ⓒ박소라


    작업하고 있는 모모킴 작가 ⓒ모모킴


    김제언 작가의 작업실 ⓒ김제언


    Q10. 그림과 함께 하는 삶 속에서 가장 즐겁고 놀라운 일은 무엇인가요?

    박소라 그림에는 정답이 없다는 사실이요. 작품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삶에 정답이 없듯 그림에도 정답이 없고요. 개개인의 가진 고유의 이야기를 주관식으로 담을 수 있다는 점이 즐겁고 놀라워요.
    모모킴 제 작품으로 인해 누군가 위로를 얻거나 마음의 풍요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무엇보다 기쁘고 행복해요. 저 스스로도 그림을 그리며 위안을 얻기도 하고, 반복되는 작업을 통해 수련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데요. 그런 과정이 담긴 작품을 통해 누군가 제 진심을 전달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김제언 저는 그림을 완성할 때마다 그림이 살아 움직일 거라고 믿어요. 불 꺼진 작업실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형성들이 그들만의 호흡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언젠가는 저에게 말을 걸어올 것 같고요. 이러한 믿음 자체가 저에겐 즐거움이자 놀라운 변화에요.


    Q11. 앞으로 그리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박소라 이번 전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기 위해서 영감을 주는 노래를 물어보셨잖아요. 작업할 때 막막하고 답답한 순간이 오면 Young, Wild&Free라는 노래를 듣곤 해요. 작업을 하다 보면 자기 객관화를 통해 성장하기도 하지만, 주저하고 망설이는 자신도 마주하게 되거든요. 작업할 때만큼은 이 노래처럼 자유롭고 거침없이, 그렇지만 나처럼 무심하게 작업해 나가고 싶어요.
    모모킴 우주와 마찬가지로 예술은 무수한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창작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더 많이 실패하고 더 많이 창작하며 보는 이들의 마음에 도달하고 싶어요. 명확하게 정리되어 말하는 미래는 아니지만, 미래는 절대 명확한 게 없으니까요(웃음).
    김제언 이번 전시의 이름처럼 시작이라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모든 장애물을 보란 듯이 이겨내고 과정을 밟아 나가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부시게 아름다워요. 시작을 결심한다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런 튼튼한 믿음으로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나가고 싶습니다. 부모님께서 주신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따뜻한 마음, 그것을 내뿜을 손으로 선한 영향력을 가진 작가가 되고 싶어요.

    (좌)김제언 'Facing the past' (중)모모킴 'My collection' (우)박소라 '하나의 버전_또 하나의 시詩질서를 위하여' ⓒ김제언·모모킴·박소라


    EDITOR 박세연  DESIGNER 이진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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