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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예술, 김오안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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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work 일상예술, 김오안의 시선
    artist PRINT BAKERY
    price Editorial
    maker print bakery
    info Editorial
    code P0000IGU
    상품간략설명 50년 동안 물방울을 그린 아버지(故 김창열 화백)와 달리, 김오안의 발자취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작곡한 곡으로 콘서트에 오르는 재즈 뮤지션이자, 사진가이며 영상을 작업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예술 매체를 오가는 그는 일상에서 예술과 어떤 방식으로 마주하고 있을까요? 김오안의 일상예술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상품추가설명 번역정보 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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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년 동안 물방울을 그린 아버지(故 김창열 화백)와 달리, 김오안의 발자취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작곡한 곡으로 콘서트에 오르는 재즈 뮤지션이자, 사진가이며 영상을 작업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예술 매체를 오가는 그는 일상에서 예술과 어떤 방식으로 마주하고 있을까요? 김오안의 일상예술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김오안 ⓒBrigitte Bouillot


    50년 동안 물방울만을 그렸던 아버지와 달리, 김오안의 발자취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작곡한 곡으로 콘서트에 오르는 재즈 뮤지션이자, 사진가이며 영상을 작업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그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가 개봉하기도 했습니다. 브리짓 부이요 감독과 함께 연출한 이 영화에는 아버지, 故 김창열 화백의 삶을 내밀하고 아름답게 담아냈죠.

    김오안은 음악을 통해서 내면으로 향하는 시선을, 시각 매체를 통해서는 바깥으로 던지는 시선을 우리에게 공유해 줍니다. 다양한 예술 매체를 오가는 그는 일상에서 예술과 어떤 방식으로 마주하고 있을까요? 김오안의 일상예술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Q. 음악부터 시각예술까지 정말 여러 활동을 하고 계시네요. 물방울을 그리는 것, 한 가지에만 몰두했던 아버님(故 김창열 화백)과 달리,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어렸을 때는 아버지와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주의력이 좋고 진지한 아버지를 보며 저는 좀 덜 진지하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되고자 했죠. 조형예술과 음악 모두를 전공했지만 그 둘 사이에서 한 가지를 선택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계속해서 두 가지 모두 하고 있습니다.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포스터 ⓒ영화사 진진


    Q.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아버지를 더 깊게 이해하게 됐다고 하셨습니다. 아버지를 이해하는 건 곧 자신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부모는 나의 일부라 할 수 있으니까요. 촬영 중에 스스로에 대해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이 있나요?
    영화 제작기간 동안 두 자녀를 얻게 됐어요. 그때 제 나이가 두 아들을 보셨던 아버지의 나이와 같았죠. 자연스럽게 지금 제 나이의 아버지를 떠올려 보게 됐어요. 그제서야 당시 아버지께서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셨는지 짐작할 수 있더라고요.
    또, 저는 나이가 들수록 아버지와 더 닮아가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딱 막내아들 같았다면, 자라면서 책임감도 느끼고 신중해지면서 아버지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매일 반복적으로, 고요하게, 집중해서 일하시는 아버지의 모습, 그런 예술가로서의 존재 방식이 제게 가장 깊게 배어든 것 같아요. 아버지는 작업에 많은 의미와 풍부한 깊이를 담으셨지만 이론이나 말로 그것을 설명하지는 않으셨어요. 마찬가지로 저도 설명되지 않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며 작업을 해요. 모든 것에는 단어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지점이 분명히 있어요. 이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해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스틸컷 ⓒ영화사 진진


    Q. 아버지로서 김창열과 화백으로서 김창열은 어떻게 다른가요?
    큰 차이는 없어요. 아버지는 고집스럽고 순수한 분이었죠. 차이가 있다면 과거를 대하는 방식에 있는 것 같아요. 예술가로서 김창열은 젊은 시절에 겪은 트라우마를 많이 다루셨고, 아버지로서는 당신께서 경험한 고난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함이었는지 그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는 않으셨어요. ‘강해져야 한다, 끈기를 가져야 한다.’는 말을 언제나 강조하시긴 했지만요.



    김창열, 회귀4, Image 130.3x97cm, Pigment printing, ed.150 ⓒprint bakery


    Q. 특별히 좋아하는 김창열 화백님의 작품이 있으신가요?
    저는 한자가 적힌 '회귀' 시리즈를 좋아해요. 아주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물방울과 글자가 병치 되었을 때 거기에서 인간-사회의 관계가 보이는 듯합니다. 언어로 표상된 사회의 정돈된 구조 위에 벌거벗은 인간 존재가 물방울로 놓여 있는 것처럼요. 모든 것에는 자기 자리가 있다는 유교의 진리가 떠오르기도 해요.

    Q. 프린트베이커리에서도 '회귀' 시리즈를 에디션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네, 모두가 아버지의 작품에 접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점에서 에디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원화를 살 만한 경제적인 여유가 모두에게 있는 건 아니니까요. 다만 에디션이라 하더라도, 이왕이면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웃음)



    'Oan Kim and The Dirty Jazz' 바이닐 ⓒ김오안


    Q. 저희 에디션이 퀄리티는 참 좋아요! (웃음) 이제 감독님의 다른 작업에 대해서도 묻고 싶어요. 한 인터뷰에서 “사진은 나로 하여금 세상을 만나게 하고, 음악은 현재를 강렬하게 살 수 있도록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음악과 사진, 영화 같은 매체들과 각각 어떤 관계를 맺고 계신가요?
    처음 예술을 시작했을 때는 음악과 시각 예술을 분리해서 받아들였어요. 음악을 할 때는 내면을 관조하는 눈으로 감각과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게 됩니다. 내 안을 유영하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그런 면에서 음악은 감정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매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반면, 사진이나 영화는 나와 세계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하나의 방식이에요. 시각적인 측면과 함께 철학적, 정치적, 사회적 부분에 대해서도 묻죠.
    특히 영화의 장점은 제가 좋아하는 사진과 음악, 영상이 모두 섞여 있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영화는 대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사진에 비해 서술적이고 철학적인 면이 있어요. 이제는 각각의 매체를 넘나들며 종합적으로 작업하는 것을 좋아해요. 예를 들면, 모든 매체가 하나의 기획 속에 담길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나, 제가 작곡한 음악의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것이죠.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사진전 전경, 성곡미술관 ⓒ전혜림


    Q. 다양한 예술적 창구를 가지고 계신 만큼 여러 감각으로 세상을 마주하고 계신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일상 생활에 있어서도 더 섬세하고 예리한 관찰이 가능할 것 같아요.
    제가 많이 보고 듣는 건 맞지만 오히려 큰 집중 없이 세상을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에서 영감을 받아요. 아무런 의도를 가지지 않은 채로 많은 것을 받아들이다 보면, 의미를 찾기보다 혼란스럽고 신비로운 무언가를 보게 되죠. 이런 태도는 ‘명상’과도 관련이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수면 문제가 있어서 아버지께서 명상과 심호흡을 자주 시키셨거든요. 명상할 때 삶은 계속 존재하지만 우리 의식은 더 이상 삶을 움직이는 주체가 아니죠. 그래서 영감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이런 태도로 돌아와 세상을 관조하곤 해요. 어쩌면 아버지를 닮은 면이기도 하네요. 아버지께서도 항상 판단을 유보하시고, 세계가 그저 저절로 나타나길 기다리셨거든요.

    Q. 집중하지 않을 때 영감을 얻다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네요. 그럼 창작은 어떤 태도가 필요한가요?
    영감을 받는 것과 창작을 하는 것은 달라요. 명상은 집중 이 부재한 순간에 감각을 더 예민하게 만들어서 몇 초 동안 우리를 다른 세계로 데려다 놓아요. 반면에 예술가의 작업은 능동적이죠. 창작을 위해서는 한 사람이 가진 모든 지적이고 창의적인 역량을 동원해야 하거든요. 그 과정은 매우 능동적이고 집약적 행위지만, 거기에 양분을 공급하는 것은 모든 것에 거리낌 없는 명상의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사진전 전경, 성곡미술관 ⓒ전혜림


    Q. 지금까지는 창작자의 태도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 같아요. 그렇다면 감상자의 태도는요? 언제 예술이 우리에게 다가온다고 생각하세요? 온전한 집중과 집중의 부재 사이에서 감상자의 위치가 궁금해졌어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웃음) 두 가지 모두에 해당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예술 작품은 항상 우리의 이해에서 벗어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요. 그 정의하기 어려운 지점에서 매혹적인 힘이 생겨나죠.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예술작품이 가진 ‘아우라’를 ‘가까이 있음에도 멀게 느껴지는 것’으로 정의한 것처럼요.
    예술은 언제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법이 없고 아주 멀리에서 도달한 것들이 있어요. 그리고 어떤 작품이 우리를 정말 감동시킨다면 그것은 스스로에게서, 즉 감상자로부터 오는 것이죠. 그러니 당연히 하나의 작품을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텐데, 저는 그 차이가 지각의 정도에 있는 것 같아요. 작품을 수용하는 여러 단계가 있는 거죠. 가장 먼저 의식적인 차원에서는 이야기나 멜로디 같이 서술적으로 전개되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정도 명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요. 보다 무의식적인 차원에서는 의식하지 않아도 부차적인 의미가 드러나고요.
    마지막으로, 신체적인 차원이 존재해요. 머리가 아닌 우리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적인 차원이죠. 어떤 음악을 들을 때 몸이 저절로 반응하거나, 작품에서 끌림 또는 불쾌감을 느끼는 것처럼요. 이런 것들은 보통 일상에서 느끼기 힘든, 말로 하기 어려운 감각이죠. 우선 느껴졌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인간의 경험은 언제나 유동적인 상태에 있고 예술 감상 역시 여러 차원을 오가며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김오안이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사진 중 일부 ⓒ김오안


    Q. 인스타그램에 올리신 사진을 쭉 보다가 발견한 사실이 있어요. ‘손’을 유독 많이 찍으시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에서 보았던 김창열 화백님의 손들이 떠올랐어요. 유독 ‘손’에 눈길을 많이 두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무의식적인 관심 같아요. 왜 손 사진을 많이 찍기 시작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지금 와서 설명해 보자면...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에서 물방울이 얼마나 많은 종류의 감정과 현상을 담고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죠. 손도 물방울과 마찬가지로 표현력이 풍부한 것 같습니다. 손은 인간의 존재 방식을 설명해주고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요. 꽉 쥐고 있는 손, 힘없는 손, 굽어 있는 손가락 등 아주 미묘한 방식으로 사람의 생활 방식과 무의식을 보여주죠. 일반적으로 손은 우리가 말하지 않고 있을 때, 우리가 하는 일을 설명해 줍니다.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부분이지만, 제게는 아주 흥미로운 장면들이에요.



    Paris, 2015 ⓒ김오안


    Q. 아주 일상적이지만 감독님께는 흥미로운 장면이 또 있었죠.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이요. 2019년 보두앙 르봉 서울에서 'Street life'라는 전시 제목으로 미국 홈리스 청년을 담은 작업을 하셨고요. 2015년 파리 테러 당시에 거리에 나온 사람들의 얼굴을 찍으셨어요. 불특정 다수의 얼굴을 사진에 담음으로써 추구하는 미학이 있나요?
    제가 거리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공공장소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공적인 공간에서 내면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은 꼭 행인들이 지나가는 찰나의 모습에서 비밀을 찾아내는 것과 같아요. 거리의 사람들은 대부분 무표정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드물긴 해도 어떤 강력한 표정이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이 있죠. 저는 그런 것을 관찰하는 걸 좋아해요.
    테러 이후에는 파리가 굉장히 무시무시한 상황이었기에 자연히 군중 속에서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사람이 많았고, 이들을 담은 사진은 파리에서 사람들이 경험한 일에 대한 집단적 증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Street life ⓒ김오안


    Q. 영화에 대해서도 한 가지만 더 여쭤볼게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를 너무 재밌게 봐서 감독님의 차기작이 기대됩니다. 새로 준비 중인 영화에 대해 살짝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장편 영화를 준비 중이에요. 굳이 장르를 정하자면… ‘존재론적 스릴러’? (웃음) 이 영화에 대해 구상을 시작한지는 아주 오래됐어요. 20살 때 장뤽 고다르의 초기 영화들을 많이 보며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죠. 그의 영화는 언제나 삶에 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 또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변하고 싶었습니다. 대부분의 영화는 이야기를 서술하는 데에 집중하지만 저는 고다르, 페데리코 펠리니,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와 같이 더 순간적인 것에 주목하는 감독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들은 영화를 통해 현재를 재구성하고자 했죠.
    예를 들어, 어떤 영화에서 길을 걸으며 말하는 두 사람을 보여준다고 가정해 봅시다. 모든 긴장감은 이야기하는 인물에게 향하겠죠. 그들이 무엇에 대해 말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장면의 목적일 테고요. 그런데 사실 우리가 걷고, 말하고 있는 그 순간에는 다른 수많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대화 중에 내면에서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바, 그리고 외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 이번 영화는 그것들에 주목하면 어떤 놀라운 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했어요.
    우리는 모든 순간에 어떤 방향으로든 향할 수 있어요. 완전히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은 언제나 있죠. 저는 현재가 담지하고 있는 모든 잠재성, 그 풍부함을 영화로 옮기고자 합니다.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사진전 전경, 성곡미술관 ⓒ전혜림


    Q. 마지막으로 감독님의 삶 혹은 일상에서 예술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저에게는 살기 위해 예술이 필요해요. 의식주와 마찬가지로 삶에 기본적인 요소이죠. 마르지 않는 샘처럼 깨달음을 가져오는 게 창작이 부리는 마법이에요. 제가 만들고 있는 만큼이나 무언가를 발견하거든요. 나이가 들수록 더 이상 주변의 것들이 놀랍게 느껴지지 않는데, 예술 활동은 제게 무궁무진한 경이의 순간을 되찾아줘요.



    INTERPRETER 우범하  EDITOR 전혜림  DESIGNER 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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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오안 ⓒBrigitte Bouillot


    50년 동안 물방울만을 그렸던 아버지와 달리, 김오안의 발자취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작곡한 곡으로 콘서트에 오르는 재즈 뮤지션이자, 사진가이며 영상을 작업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그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가 개봉하기도 했습니다. 브리짓 부이요 감독과 함께 연출한 이 영화에는 아버지, 故 김창열 화백의 삶을 내밀하고 아름답게 담아냈죠.

    김오안은 음악을 통해서 내면으로 향하는 시선을, 시각 매체를 통해서는 바깥으로 던지는 시선을 우리에게 공유해 줍니다. 다양한 예술 매체를 오가는 그는 일상에서 예술과 어떤 방식으로 마주하고 있을까요? 김오안의 일상예술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Q. 음악부터 시각예술까지 정말 여러 활동을 하고 계시네요. 물방울을 그리는 것, 한 가지에만 몰두했던 아버님(故 김창열 화백)과 달리,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어렸을 때는 아버지와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주의력이 좋고 진지한 아버지를 보며 저는 좀 덜 진지하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되고자 했죠. 조형예술과 음악 모두를 전공했지만 그 둘 사이에서 한 가지를 선택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계속해서 두 가지 모두 하고 있습니다.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포스터 ⓒ영화사 진진


    Q.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아버지를 더 깊게 이해하게 됐다고 하셨습니다. 아버지를 이해하는 건 곧 자신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부모는 나의 일부라 할 수 있으니까요. 촬영 중에 스스로에 대해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이 있나요?
    영화 제작기간 동안 두 자녀를 얻게 됐어요. 그때 제 나이가 두 아들을 보셨던 아버지의 나이와 같았죠. 자연스럽게 지금 제 나이의 아버지를 떠올려 보게 됐어요. 그제서야 당시 아버지께서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셨는지 짐작할 수 있더라고요.
    또, 저는 나이가 들수록 아버지와 더 닮아가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딱 막내아들 같았다면, 자라면서 책임감도 느끼고 신중해지면서 아버지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매일 반복적으로, 고요하게, 집중해서 일하시는 아버지의 모습, 그런 예술가로서의 존재 방식이 제게 가장 깊게 배어든 것 같아요. 아버지는 작업에 많은 의미와 풍부한 깊이를 담으셨지만 이론이나 말로 그것을 설명하지는 않으셨어요. 마찬가지로 저도 설명되지 않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며 작업을 해요. 모든 것에는 단어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지점이 분명히 있어요. 이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해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스틸컷 ⓒ영화사 진진


    Q. 아버지로서 김창열과 화백으로서 김창열은 어떻게 다른가요?
    큰 차이는 없어요. 아버지는 고집스럽고 순수한 분이었죠. 차이가 있다면 과거를 대하는 방식에 있는 것 같아요. 예술가로서 김창열은 젊은 시절에 겪은 트라우마를 많이 다루셨고, 아버지로서는 당신께서 경험한 고난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함이었는지 그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는 않으셨어요. ‘강해져야 한다, 끈기를 가져야 한다.’는 말을 언제나 강조하시긴 했지만요.



    김창열, 회귀4, Image 130.3x97cm, Pigment printing, ed.150 ⓒprint bakery


    Q. 특별히 좋아하는 김창열 화백님의 작품이 있으신가요?
    저는 한자가 적힌 '회귀' 시리즈를 좋아해요. 아주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물방울과 글자가 병치 되었을 때 거기에서 인간-사회의 관계가 보이는 듯합니다. 언어로 표상된 사회의 정돈된 구조 위에 벌거벗은 인간 존재가 물방울로 놓여 있는 것처럼요. 모든 것에는 자기 자리가 있다는 유교의 진리가 떠오르기도 해요.

    Q. 프린트베이커리에서도 '회귀' 시리즈를 에디션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네, 모두가 아버지의 작품에 접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점에서 에디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원화를 살 만한 경제적인 여유가 모두에게 있는 건 아니니까요. 다만 에디션이라 하더라도, 이왕이면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웃음)



    'Oan Kim and The Dirty Jazz' 바이닐 ⓒ김오안


    Q. 저희 에디션이 퀄리티는 참 좋아요! (웃음) 이제 감독님의 다른 작업에 대해서도 묻고 싶어요. 한 인터뷰에서 “사진은 나로 하여금 세상을 만나게 하고, 음악은 현재를 강렬하게 살 수 있도록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음악과 사진, 영화 같은 매체들과 각각 어떤 관계를 맺고 계신가요?
    처음 예술을 시작했을 때는 음악과 시각 예술을 분리해서 받아들였어요. 음악을 할 때는 내면을 관조하는 눈으로 감각과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게 됩니다. 내 안을 유영하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그런 면에서 음악은 감정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매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반면, 사진이나 영화는 나와 세계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하나의 방식이에요. 시각적인 측면과 함께 철학적, 정치적, 사회적 부분에 대해서도 묻죠.
    특히 영화의 장점은 제가 좋아하는 사진과 음악, 영상이 모두 섞여 있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영화는 대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사진에 비해 서술적이고 철학적인 면이 있어요. 이제는 각각의 매체를 넘나들며 종합적으로 작업하는 것을 좋아해요. 예를 들면, 모든 매체가 하나의 기획 속에 담길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나, 제가 작곡한 음악의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것이죠.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사진전 전경, 성곡미술관 ⓒ전혜림


    Q. 다양한 예술적 창구를 가지고 계신 만큼 여러 감각으로 세상을 마주하고 계신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일상 생활에 있어서도 더 섬세하고 예리한 관찰이 가능할 것 같아요.
    제가 많이 보고 듣는 건 맞지만 오히려 큰 집중 없이 세상을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에서 영감을 받아요. 아무런 의도를 가지지 않은 채로 많은 것을 받아들이다 보면, 의미를 찾기보다 혼란스럽고 신비로운 무언가를 보게 되죠. 이런 태도는 ‘명상’과도 관련이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수면 문제가 있어서 아버지께서 명상과 심호흡을 자주 시키셨거든요. 명상할 때 삶은 계속 존재하지만 우리 의식은 더 이상 삶을 움직이는 주체가 아니죠. 그래서 영감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이런 태도로 돌아와 세상을 관조하곤 해요. 어쩌면 아버지를 닮은 면이기도 하네요. 아버지께서도 항상 판단을 유보하시고, 세계가 그저 저절로 나타나길 기다리셨거든요.

    Q. 집중하지 않을 때 영감을 얻다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네요. 그럼 창작은 어떤 태도가 필요한가요?
    영감을 받는 것과 창작을 하는 것은 달라요. 명상은 집중 이 부재한 순간에 감각을 더 예민하게 만들어서 몇 초 동안 우리를 다른 세계로 데려다 놓아요. 반면에 예술가의 작업은 능동적이죠. 창작을 위해서는 한 사람이 가진 모든 지적이고 창의적인 역량을 동원해야 하거든요. 그 과정은 매우 능동적이고 집약적 행위지만, 거기에 양분을 공급하는 것은 모든 것에 거리낌 없는 명상의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사진전 전경, 성곡미술관 ⓒ전혜림


    Q. 지금까지는 창작자의 태도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 같아요. 그렇다면 감상자의 태도는요? 언제 예술이 우리에게 다가온다고 생각하세요? 온전한 집중과 집중의 부재 사이에서 감상자의 위치가 궁금해졌어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웃음) 두 가지 모두에 해당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예술 작품은 항상 우리의 이해에서 벗어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요. 그 정의하기 어려운 지점에서 매혹적인 힘이 생겨나죠.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예술작품이 가진 ‘아우라’를 ‘가까이 있음에도 멀게 느껴지는 것’으로 정의한 것처럼요.
    예술은 언제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법이 없고 아주 멀리에서 도달한 것들이 있어요. 그리고 어떤 작품이 우리를 정말 감동시킨다면 그것은 스스로에게서, 즉 감상자로부터 오는 것이죠. 그러니 당연히 하나의 작품을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텐데, 저는 그 차이가 지각의 정도에 있는 것 같아요. 작품을 수용하는 여러 단계가 있는 거죠. 가장 먼저 의식적인 차원에서는 이야기나 멜로디 같이 서술적으로 전개되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정도 명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요. 보다 무의식적인 차원에서는 의식하지 않아도 부차적인 의미가 드러나고요.
    마지막으로, 신체적인 차원이 존재해요. 머리가 아닌 우리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적인 차원이죠. 어떤 음악을 들을 때 몸이 저절로 반응하거나, 작품에서 끌림 또는 불쾌감을 느끼는 것처럼요. 이런 것들은 보통 일상에서 느끼기 힘든, 말로 하기 어려운 감각이죠. 우선 느껴졌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인간의 경험은 언제나 유동적인 상태에 있고 예술 감상 역시 여러 차원을 오가며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김오안이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사진 중 일부 ⓒ김오안


    Q. 인스타그램에 올리신 사진을 쭉 보다가 발견한 사실이 있어요. ‘손’을 유독 많이 찍으시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에서 보았던 김창열 화백님의 손들이 떠올랐어요. 유독 ‘손’에 눈길을 많이 두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무의식적인 관심 같아요. 왜 손 사진을 많이 찍기 시작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지금 와서 설명해 보자면...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에서 물방울이 얼마나 많은 종류의 감정과 현상을 담고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죠. 손도 물방울과 마찬가지로 표현력이 풍부한 것 같습니다. 손은 인간의 존재 방식을 설명해주고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요. 꽉 쥐고 있는 손, 힘없는 손, 굽어 있는 손가락 등 아주 미묘한 방식으로 사람의 생활 방식과 무의식을 보여주죠. 일반적으로 손은 우리가 말하지 않고 있을 때, 우리가 하는 일을 설명해 줍니다.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부분이지만, 제게는 아주 흥미로운 장면들이에요.



    Paris, 2015 ⓒ김오안


    Q. 아주 일상적이지만 감독님께는 흥미로운 장면이 또 있었죠.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이요. 2019년 보두앙 르봉 서울에서 'Street life'라는 전시 제목으로 미국 홈리스 청년을 담은 작업을 하셨고요. 2015년 파리 테러 당시에 거리에 나온 사람들의 얼굴을 찍으셨어요. 불특정 다수의 얼굴을 사진에 담음으로써 추구하는 미학이 있나요?
    제가 거리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공공장소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공적인 공간에서 내면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은 꼭 행인들이 지나가는 찰나의 모습에서 비밀을 찾아내는 것과 같아요. 거리의 사람들은 대부분 무표정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드물긴 해도 어떤 강력한 표정이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이 있죠. 저는 그런 것을 관찰하는 걸 좋아해요.
    테러 이후에는 파리가 굉장히 무시무시한 상황이었기에 자연히 군중 속에서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사람이 많았고, 이들을 담은 사진은 파리에서 사람들이 경험한 일에 대한 집단적 증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Street life ⓒ김오안


    Q. 영화에 대해서도 한 가지만 더 여쭤볼게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를 너무 재밌게 봐서 감독님의 차기작이 기대됩니다. 새로 준비 중인 영화에 대해 살짝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장편 영화를 준비 중이에요. 굳이 장르를 정하자면… ‘존재론적 스릴러’? (웃음) 이 영화에 대해 구상을 시작한지는 아주 오래됐어요. 20살 때 장뤽 고다르의 초기 영화들을 많이 보며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죠. 그의 영화는 언제나 삶에 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 또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변하고 싶었습니다. 대부분의 영화는 이야기를 서술하는 데에 집중하지만 저는 고다르, 페데리코 펠리니,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와 같이 더 순간적인 것에 주목하는 감독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들은 영화를 통해 현재를 재구성하고자 했죠.
    예를 들어, 어떤 영화에서 길을 걸으며 말하는 두 사람을 보여준다고 가정해 봅시다. 모든 긴장감은 이야기하는 인물에게 향하겠죠. 그들이 무엇에 대해 말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장면의 목적일 테고요. 그런데 사실 우리가 걷고, 말하고 있는 그 순간에는 다른 수많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대화 중에 내면에서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바, 그리고 외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 이번 영화는 그것들에 주목하면 어떤 놀라운 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했어요.
    우리는 모든 순간에 어떤 방향으로든 향할 수 있어요. 완전히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은 언제나 있죠. 저는 현재가 담지하고 있는 모든 잠재성, 그 풍부함을 영화로 옮기고자 합니다.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사진전 전경, 성곡미술관 ⓒ전혜림


    Q. 마지막으로 감독님의 삶 혹은 일상에서 예술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저에게는 살기 위해 예술이 필요해요. 의식주와 마찬가지로 삶에 기본적인 요소이죠. 마르지 않는 샘처럼 깨달음을 가져오는 게 창작이 부리는 마법이에요. 제가 만들고 있는 만큼이나 무언가를 발견하거든요. 나이가 들수록 더 이상 주변의 것들이 놀랍게 느껴지지 않는데, 예술 활동은 제게 무궁무진한 경이의 순간을 되찾아줘요.



    INTERPRETER 우범하  EDITOR 전혜림  DESIGNER 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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