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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뛰어넘은 샬롯 페리앙처럼, 비주얼 디렉터 조미연의 미술 취향

2021.8.18

시대를 뛰어넘은 샬롯 페리앙처럼, 비주얼 디렉터 조미연의 미술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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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를 미술관의 작품처럼 보이도록 연출한 에이치픽스, 한국적인 요소로 우리의 아름다움을 담아난 로우클래식 쇼룸, 베를린까지 다녀오며 디자인을 고민했던 로스트 성수. 조미연은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닌, 공간의 목적과 효과를 고려한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누구보다 앞서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조미연은 과연 어떤 미술 취향을 가지고 있을까요? 그와 함께 나누었던 내밀한 미술 취향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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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트베이커리가 소개하는 미술 취향, 비주얼 디렉터 조미연의 이야기를 공개합니다.

가구를 미술관의 작품처럼 보이도록 연출한 에이치픽스, 한국적인 요소로 우리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로우클래식 쇼룸, 베를린까지 다녀오며 디자인을 고민했던 로스트 성수. 조미연은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닌, 공간의 목적과 효과를 고려한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오랜 시간 패션계에서 쌓은 예민한 감각은 자신만의 디자인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었습니다.

패션에서 공간까지, 경계를 넘나드는 비주얼 디렉터로 활동하는 조미연.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은 샬롯 페리앙처럼 자신의 영역을 한정하지 않고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습니다. 샬롯 페리앙은 1세대 여성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로 르코르뷔지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창조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시대가 정한 틀에 갇히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간 샬롯 페리앙의 모습은 조미연에게 큰 영감이 되어주었습니다. 누구보다 앞서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조미연은 과연 어떤 미술 취향을 가지고 있을까요? 그와 함께 나누었던 내밀한 미술 취향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Q1. 안녕하세요 디렉터님, 패션계부터 공간 디렉팅까지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가지고 계신데요.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라라디자인컴퍼니 대표이자 비주얼 디렉터 조미연입니다. 저는 현재 공간 설계 업무를 위주로 그와 관련된 가구 스타일링, 작품 매칭, 브랜딩 작업까지 비주얼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인테리어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여러 영역의 작업이 필요한데요. 제가 담당하는 부분은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세부적인 디자인을 설계하는 일이에요. 디자인을 구현해내기 위해 인테리어 업체의 서포트를 받아 시공도 진행합니다. 이전에는 패션 회사에서 근무했어요. 24살부터 36살까지 13년 동안 다양한 브랜드에서 소재와 컬러 기획 업무를 했습니다. 당시에 우연히 지인의 의류 매장 인테리어를 디자인하게 되었는데 그걸 계기로 공간에 관한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비주얼 디렉터 조미연 ⓒpandora_rara


Q2. 에이치픽스, 로스트 성수, 로우클래식 등 디렉터님의 손을 거친 공간들은 컨셉이 뚜렷한 것 같습니다. 각 공간마다 어떤 시선으로 접근하셨나요?
우선 ‘에이치픽스’는 가구를 전시 공간에 두고 작품처럼 바라보게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어요. 기존 가구 매장은 가구가 한눈에 들어오는 평면적인 디스플레이를 갖추고 있잖아요. 그 형식을 탈피하고 공간에 가구를 보러 가는 동선을 만들었어요. 길을 따라 걸으면서 ‘다른 공간에는 뭐가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유발하고 싶었어요. 모든 가구가 한눈에 보이지 않아도 공간의 시퀀스를 거치면서 가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의도했어요. 미술관 같은 공간에서 관람했을 때 구매도 더 잘 이루어지겠다는 저의 ‘목적’도 있었죠. 덕분에 작품을 함께 두었을 때 서로 시너지가 나는 좋은 ‘효과’도 있었어요.

에이치픽스 도산 ⓒpandora_rara


‘로스트 성수’는 성수동 바이브에 맞춰 원래 있었던 곳처럼 오래된 느낌으로 만드는 게 미션이었어요. 원래 낡은 공간이긴 했지만 일부터 아트페인팅으로 오래된 흔적들을 만들기도 했어요. 1층은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로비 벽에서 영감을 받아서 오렌지 컬러와 나무를 활용했어요. 영화에서 본 몽환적인 따뜻함을 연출하고 싶었어요. 2층은 베를린의 펍이나 카페에서 느껴지는 자유롭지만 정제된 디테일을 무채색으로 풀어낸 공간이에요. 진정한 베를린 무드를 담기 위해서 실제로 베를린에 시장조사까지 다녀왔어요.

로스트 성수 ⓒpandora_rara


마지막으로 ‘로우클래식’은 제가 워낙 좋아하던 브랜드였고 함께 작업한 후에는 사랑하게 된 브랜드에요. 오랜 기간 어떤 외부 자극에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켜온 오너들의 철학을 존경하거든요. 해외에서 인지도도 높고 인기가 많은 브랜드이긴 하지만 이런 한국 브랜드가 있다는 걸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했어요. 그래서 한국적인 소재에 집중해서 한국적인 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으로 풀어갔어요. 동시에 오너들의 성향처럼 묵직하고 고급스러운 감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이전의 로우클래식보다 지금의 로우클래식이 더욱 깊이 있게 느껴질 수 있도록요.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프로젝트였고 멋진 분들을 알게 돼서 행복한 기회였어요.

로우클래식 쇼룸 ⓒpandora_rara


Q3. 공간을 만드는 ‘비주얼 디렉터’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제 머릿속에만 막연하게 존재하던 구성이 실제로 눈앞에 구현되었을 때의 쾌감과 보람이요. 그때의 감정은 엄청난 에너지를 주거든요. 사실 공간을 기획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마무리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아요. 스스로 흔들릴 때도 있지만 클라이언트에 의해 흔들리는 경우도 있어요. 클라이언트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명확하지 않을 수가 있잖아요. 그럴 때 새롭고 다양한 제안으로 디자인을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시고 저를 많이 믿어주시더라고요. 원하는 바가 분명한 클라이언트의 경우에는 그 주제를 세분화해서 깊이 파고들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의견을 합치하면 초기에 기획했던 디자인이 많이 흐트러지지 않아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좋은 결과물을 나오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Q4. 비주얼 컨셉 기획과 그것을 실현해 나가는 프로세스가 궁금합니다.
우선 프로젝트의 명확한 목적과 용도, 효과를 생각하면서 자료를 디깅(Digging)해요. 저는 그 과정이 꽤 긴 편이에요. 자료를 찾고 생각하고 다시 자료를 보고 고민하는 작업들을 반복해요. 그 과정을 이어가다 보면 프로젝트와 어울리는 주제가 떠오르는데요. 그 주제를 토대로 전체적인 그림부터 작은 소품까지 머릿속에 그려 둔 채로 설계를 시작해요. 이런 식으로 초반 작업이 길다 보니까 중간에 디자인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직접 디깅(Digging)한 자료들 ⓒpandora_rara


Q5.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많은 프로젝트들이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처음 작업했던 ‘더피터커피’에요. 한국적이고 모던한 카페 컨셉에 푹 빠져서 6개월 동안 다른 일은 전부 제쳐 두고 이 일에 몰두했어요. 클라이언트와 경주, 전주, 부산, 일본 교토, 도쿄를 누비면서 어떤 디자인이 좋을지 고민했어요. 작은 소품을 구하러 전국을 돌아다닌 적도 있고요. 빵 바구니를 고르려고 몇 십 개의 바구니를 찾았는데 결국 담양에서 대나무로 수공예 하시는 무형문화재 선생님의 바구니를 보고서야 결정할 수 있었죠. 바구니 하나에 30만 원이었지만요(웃음). 제가 우스갯소리로 더피터커피에 제 영혼이 둥둥 떠다닌다고 얘기할 정도로 애정을 쏟았던 프로젝트예요. 이젠 시간에 쫓겨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지만 그때의 열정과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더피터커피 ⓒpandora_rara


Q6. 디테일을 신경 많이 쓰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마무리의 모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공간을 접했을 때 보이는 전반적인 분위기와 잘 만들어진 모습이요. 집기나 마감 부분의 디테일은 당연히 기본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고요. 공간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분위기는 스타일링의 역할이 커요. 전체적인 밸런스와 간격 등을 잘 활용한다면 제대로 신경 쓴 것 같은 모습이 연출할 수 있어요. 물론 공간과 제품의 밸런스, 제품끼리의 밸런스가 잘 맞아야겠죠. 보이기엔 쉬워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세심하고 어려운 일이에요. 방문하는 분들도 그걸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Q7. 디렉터님이 연출한 공간에서 전시도 자주 이루어지고, 작품으로 포인트를 주시기도 하시잖아요. 작품이 공간에 주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림은 사람들에게는 위로를 주고 공간에는 단단함과 풍성함을 선사해요. 작품은 이제 하나의 대중적인 '소스(source)'가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컬렉터들 사이에만 머물렀다면 이제는 모두가 그림을 통해 삶 속에서 예술을 느끼고 있잖아요. 또 다른 ‘소스(sauce)'가 음식 맛을 풍부하게 해주듯 그림도 일상을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철재 소재의 가구와 함께 연출한 육건우의 작품 ⓒpandora_rara


Q8. 공간과 어울리는 작품을 선정하는 디렉터님만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언밸런스(unbalance)한 밸런스(balance)’에요. 제가 자주 쓰는 말인데 공간의 높낮이를 이용하는 방식이에요. 낮은 공간에는 높은 오브제를 배치하고 높은 공간에는 낮은 오브제를 배치하는 거죠. 저는 언밸런스한 것들로 밸런스를 맞추는 것들이 멋있더라고요. 이 과정이 사실 쉽지는 않아요. 많은 고민과 배치를 거쳐 밸런스를 찾았을 때 얻어지는 커다란 만족감이 있어요. 인테리어의 전반적인 톤에 어울리는 작품을 선정하는 것도 중요해요. 컬러나 사이즈, 작가님의 작업 기법 등을 살펴보면서 공간의 무드와 어울리는 작품을 선택해요. 가끔은 공간과 별도로 마음이 끌려서 구매하기도 합니다(웃음). 5년 전쯤 런던에서 soozylipsey 작가님의 작품 2점을 구매한 적이 있어요. 저희 집에 소장하고 있는 유일한 작품인데 형태가 재미있어서 한국에 가지고 왔어요. 인테리어나 작품의 가치도 중요하겠지만 내 취향에 맞는 그림을 살 때의 즐거움도 크더라고요.

2016년 런던에서 구매한 soozylipsey 작품 ⓒpandora_rara


Q9. 어떤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모던함이 묻어나는 작품을 좋아해요. 김일권 작가님의 작품에는 사색의 힘이 담겨있어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따뜻한 온도가 느껴져요. 같은 맥락에서 박서보, 윤형근 선생님의 단색화 작품도 애정해요. 시간을 쌓아가는 행위를 반복하고 그것을 통해 스스로를 비워내는 과정이 존경스러워요. 도널드 저드(Donald Judd),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작품도 빼놓을 수 없네요.

김일권 '2018 05 30', 45.5x53cm, Acrylic on canvas ⓒprintbakery


Q10. 미술관은 자주 가시나요?
어느 나라를 가도 그곳의 현대미술관은 꼭 가보려고 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포르투에 있는 세랄베스 현대 미술관(Museu de Arte Contemporânea de Serralves)이에요. 제가 갔을 때 페드로 카브리타(Pedro Cabrita)라는 작가의 전시가 진행 중이었어요. 작품이 너무 멋있어서 언젠가 꼭 한국에서도 전시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행지에 가면 무거워서 책은 잘 안사는데 전시 도록을 살 정도로 좋았어요. 한국에서는 제주도에 있는 비오토피아 뮤지엄을 가보고 싶어요. 방주교회를 설계한 건축가 이타미준이 만든 공간이에요. 물과 바람, 돌을 주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건축물 자체가 작품 같은 공간이라 얼른 방문하고 싶어요.

포르투의 세랄베스 현대 미술관(Museu de Arte Contemporânea de Serralves) ⓒpandora_rara


Q11. 전시를 관람하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나요?
작품뿐만 아니라 작품이 공간에 어떻게 녹아 있는지를 유심히 관찰해요. 전시를 연출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춰서 관람하는 거죠. 벽체를 꺾어 둔 형체나 그림이 걸린 방식, 동선을 같이 보면 재밌어요. 공간 속에 기획 의도가 드러나는 부분들이 많은데 기획자들이 강조하려는 부분을 발견하는 과정도 흥미로워요. 공간을 기획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요. ‘다음에 나도 이런 식으로 응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Q12. 전시 외에는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해외 출장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패션 회사에서 일할 때 출장을 많이 갔었는데요. 외국의 낯설고 새로운 형태들을 보면서 트렌드와 감각을 익히곤 했어요. 저는 ‘감각’이라는 것은 후천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면 자연스럽게 나의 감각이 되는 거죠. 선천적인 능력이기보다는 지속적으로 노력하면서 쌓아가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패션 업계에서 일할 때 감각이 좋다는 사람들도 부단한 노력을 했기에 멋진 퍼포먼스가 가능하다는 걸 배웠어요. 또 저는 책에서도 컨셉에 대한 인사이트를 많이 얻는 편이에요. 활자가 많은 책보다는 비주얼적인 요소가 잘 보이는 책을 자주 봐요(웃음). 책의 레이아웃이나 종이의 질감, 폰트, 커버의 형태를 통해서 기획에 관한 영감을 많이 얻을 수 있어요. 좋은 책은 무조건 구매해서 생각날 때마다 펼쳐봅니다.

독일 데사우에 위치한 BAUHAUS ⓒpandora_rara


파리 르꼬르뷔지에의 Masion La Roche ⓒpandora_rara


Q13.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가구와 닮고 싶은 디자이너는 누구인가요?
장 프루베(jean Prouve)의 가구는 다 좋아해요. 심지어 장 프루베가 디자인한 건 문짝도 좋아해요(웃음).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서 에이치픽스 도어를 연출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언밸런스한 밸런스’라는 단어가 딱 맞는 디자이너인 것 같아요. 차가운 금속 소재를 활용했지만 차가워 보이지 않는 힘은 디자인에 있다고 생각해요. 가장 닮고 싶은 디자이너는 샬롯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이에요. 지금까지도 인정받는 가구 디자인과 스타일링, 나아가서는 건축을 통해 주거 양식을 변화시켰잖아요. 같은 여자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던 모습은 저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다가와요. 당시 샬롯 페리앙의 사진을 찾아보면 인테리어 현장에서도 격식 있게 갖춰 입고 일을 하는 모습이 나와요. 디자이너로서의 애티튜드를 유지하기 위한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멋있더라고요.

Galerie Patrick Seguin Paris에서 만난 장 프루베 가구 ⓒpandora_rara


샬롯 페리앙의 가구 ⓒpandora_rara


EDITOR 박세연  DESIGNER 이진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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