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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산책하는 반려인들을 위한 안내서 - 1편

2022.05.16

미술관을 산책하는 반려인들을 위한 안내서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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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 처음으로 문을 연 PBG에 첫 발도장이 찍혔습니다. 어딘가를 실컷 돌아다니다 온건지, 흙이 잔뜩 묻어 있더군요. 이 발자국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강아지 두 마리였습니다. 그리고 이들 곁에는, 이 모든 과정을 따스한 눈길로 지켜보던 멍디님과 지은님이 있었습니다. 머리를 맞대고선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흔적들을 감상했던 우리는,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하여 긴 대화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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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 처음으로 문을 연 PBG에 첫 발도장이 찍혔습니다. 어딘가를 실컷 돌아다니다 온 건지, 흙이 잔뜩 묻어 있더군요. 이 발자국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강아지 두 마리였습니다. 강아지의 흔적을 발견한 장소가 우주의 어느 이름 모를 행성도 아니고, 대한민국 압구정 어딘가에 위치한 갤러리일 뿐인데 왜 그리 유난을 떠냐고요? 이제껏 강아지들에게 전시장이란 은하수만큼이나 아득한 미지의 공간이나 다름없었거든요.
그리고 이들 곁에는, 이 모든 과정을 따스한 눈길로 지켜보던 멍디님과 지은님이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오랜 시간 함께하며 인내하는 법을 배웠다던 두 사람은 강아지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로 발을 내디딜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었습니다. 머리를 맞대고선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흔적들을 감상했던 우리는,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하여 긴 대화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이왕이면 친구들의 발자국들을 지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좌)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는 달래 콜린이 폴 ⓒ_jieunlee (우) 아끼는 공을 물때 마다 새침한 표정을 짓는 키니 ⓒmeongdi


멍디님 지은님, 안녕하세요. 먼저 견주님들과 강아지들 소개 먼저 부탁드려도 될까요?
멍디 : 안녕하세요. 저는 푸들 키니와 함께 사는 일상을 연재 중인 인스타툰 작가 멍디입니다. (키니의 손을 잡고 흔들며) 제 만화의 주인공인 6살 키니예요. (손을 살살 무는 키니) 아악~ 손 흔들지 말래요.
지은 : 저는 달래 폴 콜린이와 지내면서 집에서 영어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강아지들을 차례차례 불러 모은 뒤 순서대로 들어올리며) 달래는 6살, 폴은 5살, 콜린이는 2살이에요.

지은님께선 세 마리를 키우시다 보니, 소개하는 데에도 오래 걸리네요. 아무래도 강아지 한 마리랑 사는 일과 세 마리랑 사는 일은 천지차이이지 않을까 싶어요.
지은 : 맞아요. 저 같은 경우는 달래가 첫 강아지였어요. 그런데 입양하고 보니 달래가 친구들을 엄청나게 좋아하더라고요. 밖에서 산책하며 만나는 것만으로는 성에 안 차는 듯 해서, 또 다른 친구랑 같이 지내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마침 폴의 입양 공고가 올라왔고 둘이 잘 맞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데려왔는데 완전히 상극인 거예요. 달래는 독립적인 편인데, 폴은 사람 껌딱지다 보니까 강아지를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요. 달래는 지금도 매번 놀자고 매달리지만, 폴은 자기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애라서 달가워하진 않아요. 콜린이는 임시 보호를 하다가 저희 집에 눌러앉은 케이스예요. 콜린이는 아가 때부터 친구들과 함께했던 지라 잘 적응하고 있고요.
멍디 : 저희 키니도 사람처럼 굴려고 하는 게 있어요. 저도 키니가 첫 강아지인데, 다른 견주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키니가 많이 새침한 편이라고들 그러시더라고요. (품에 딱 붙어있는 키니를 우쭈쭈 달래며) 너무 제가 끼고도나 싶어서 오히려 동생을 들여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제가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일단은 키니만 키우고 있어요.

혹시 강아지들과 처음 만난 순간을 기억하고 계시는지요. 그날의 풍경이라던가, 주위를 감싸던 공기, 온도, 습도... 여러모로 잊지 못할 장면으로 남았을 것 같아요.
멍디 : 저는 가정 분양을 받았는데, 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드라마틱한 감정을 느낀 건 아니었어요. 아직 정이 들기 전이라 그런지, ‘너무 작다. 어떻게 하지?’ 싶어서 덜컥 겁부터 났어요. 결정한 이상 이젠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거잖아요. ‘어떻게 하면 잘 키울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기도 해요.
지은 : 달래는 임시보호처에 있었어요. 매번 인스타그램으로 사진만 보다가 실제로 봤는데 생각보다 더 귀여운 거예요. ‘내가 이렇게 귀여운 친구를 입양해도 되는 걸까.’ 싶으면서도 ‘잘 키워봐야지' 하고 다짐하게 되었어요. 폴은 구조 후 병원에서 수술받고 회복하던 중에 데려왔어요. 입양을 결정하고 폴이 있는 병원으로 데리러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활개를 치고 있더라고요. 알고 보니 수술한 날 하루만 조용하고 계속 저 상태였다면서, 병원 직원분들께서 키우기 쉽지 않을 거라며 걱정하셨어요. 처음엔 우려가 컸지만, 지금은 제 껌딱지가 되어 잘 지내고 있답니다. 콜린이 같은 경우에는 제가 구조를 하러 간 케이스였어요. 콜린이 엄마는 묶여 지내는 믹스견이었는데 동네 자유분방한 비숑이 왔다 간 뒤로 임신하게 된 거죠. 콜린이 형제들이 꽤 여러 마리가 있었는데, 분양 업자들이 암컷 애들을 다 데려가고 수컷이었던 콜린이랑 다른 친구 두 마리만 남겨뒀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엄청나게 작고 아기 같아서 ‘좋은 가족 만나게 해줘야지’ 하고 데려왔는데, 어쩌다 보니 저희 집에 있네요?

처음부터 사랑을 느끼기보단 걱정이 더 컸나 봐요.
멍디 : 키니를 제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은 어떤 단계를 거쳐 자연스럽게 찾아왔어요. 무엇보다도 이 친구는 모든 상황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잖아요. 항상 제 눈치만 보는 게 느껴지다 보니까, 보호자로서 잘 해줘야겠다는 책임감이 강해졌죠.
지은 : 달래 같은 경우는 성견일 때 입양을 해서 손 갈 일이 크게 없었어요. 그럼에도 첫날엔 달래도 저도 어리바리했는데, 산책시키면서 너무 좋은 친구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어요. 폴은 아무래도 전에 겪어본 적 없던 천방지축 캐릭터기도 했고, 오자마자 부수고 물어뜯는 걸 보며 당황스럽긴 했어요. 지나고 보니까 그 당시 애정 결핍이 컸던 것 같더라고요. 시간이 지나 상황을 이해하고 나니, 폴의 다른 점들이 보이면서 더 큰 사랑으로 감싸줘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콜린이는 첫 만남부터 너무나도 사랑스러웠죠. 지금도, 제 머리맡에서 자는 모습을 볼 때면 벅찬 감정을 느껴요.



(좌) 가을을 한껏 느끼고 있는 키니 ⓒmeongdi (우) 정다운 산책 시간 ⓒ_jieunlee


이쯤에서 강아지 자랑 타임을 가져볼까 하는데요. 주접 대환영이니, 우리 강아지 뭐가 제일 최고인지 실컷 이야기해주세요.
멍디 : 키니는 애교가 많아요. 사랑을 받을 줄 아는 애예요. 그리고 눈치도 빨라요. 사고 치기 전에 알아서 잘 멈추는 편이죠. 더군다나 깔끔하기까지 해요. 좋은 룸메이트입니다.
지은 : 달래는 너무너무 예쁘고요. 장녀 역할을 톡톡히 해요. 폴이랑 콜린이도 잘 대해주고, 임시보호할 강아지들도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돌봐줘요. 그래서 달래 원장님이라고 불리기도 해요. 콜린이는 어디든 무던하게 잘 적응해요.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하죠. 폴은 사고뭉치여도 주인 바라기라 그런지 너무너무 귀여워요.

그렇다면 반대로 혹시 견주로써 ‘나 이런 건 좀 자랑할 만하다' 싶은 게 있나요?
멍디 : 음... 참을성이 많다? 똥도 잘 치운다...? 키니가 배변 실수해도 묵묵히 빨래를 잘한다...? 성질 한 번 안 내고 ‘그래 네가 뭘 알겠냐’ 하면서 열심히 뒤처리를 하는 편이죠.
지은 : 그거 되게 중요해요. 저는 산책을 꼼꼼하게 시키는 편이에요. 세 마리 동시에 나갈 때랑 한 마리씩 다녀올 때랑 산책의 질이 다르다 보니, 웬만하면 따로따로 시키려고 해요. 물론 제 시간을 쪼개서 하죠... 애플 워치로 시간 체크까지 하면서요.

두 분 다 평소에 친구들과 이곳저곳 다니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반려동물과 함께 얼마나 멀리까지 가보셨나요?
지은 : 저는 주로 강원도를 많이 가요.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는 바다나 예쁜 독채 펜션들이 많거든요. 그리고 주변에 강아지가 즐길 수 있는 자연환경도 잘 되어 있다 보니 같이 가서 놀기에 딱이에요. 교외로 나가면 확실히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친구들을 받아줘요. 마음이 좀 더 열려있어요.
멍디 : 저도 강원도에 자주 많이 가요. 제가 부산 사람이다 보니, 통영 섬에도 가본 적이 있는데 편히 놀다 올 수 있었어요. 섬은 빡빡한 기준 자체가 없어요. 아예 섬에 사는 개들도 엄청 많으니까요.

확실히 실내보단 실외를 많이 다니시는 군요. 실내같은 경우에는 아직까지도 강아지 출입에 제한을 둔 곳이 더 많죠?
지은 : 예전보단 나아졌는데 여전히 제한 있는 곳이 훨씬 더 많죠. 보통 어딘가를 가기 전에 검색해보면 반려동물 동반 공지 자체를 적어두지 않은 곳이 대다수예요. 일일이 DM으로 여쭤보면, 안된다는 곳이 더 많고요. 된다고 해도 한 마리만 출입할 수 있는 곳도 있어요. 저는 여러 마리를 키우다 보니까 어딘가에 가기 더 어렵죠.
멍디 : 저희는 그래도 중소형견이니까 조금 더 이곳저곳 잘 다닐 수 있는데, 대형견은 조금 더 제약이 많은 편이죠. 웬만한 반려동물 동반 가능한 카페나 식당들 다 10kg 미만만 데려올 수 있거든요. 아마 대형견 키우시는 분들은 진짜 갈 곳이 많이 없을 거예요.



전시장에 놀러온 콜린이


아이들을 데리고 이런저런 공간을 방문하실 때 어떤 점이 조금 신경이 쓰이시나요?
지은 : 저희는 동물들과 함께 다니는 게 일상적인 일인데, 비반려인들에겐 그런 경험이 적다보니 저희의 입장에서 고려하는 일이 어려운 것 같기도 해요. 스타필드 같은 대형 쇼핑몰만 해도 매장마다 강아지 출입에 대한 조건이 다 달라서 사전에 철저하게 검색을 해봐야 해요. 그래야 저랑 강아지들 모두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어요.
멍디 : 만약 그달에 강아지 관련 사건이 하나 크게 터지면, 사람들이 애들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게 느껴져요. 오해를 사는 일이 조금 속상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저는 제 강아지를 책임지는 보호자이다 보니 그런 점을 인지하고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그래서 어딘가에 들어가기 전에도 무서워하는 기색을 보이는 분들이 있는지 살피게 되죠. 그렇게 제가 먼저 챙겨야지, 나중에 부당한 일을 당해도 ‘저는 충분히 조치를 취했다'며 키니를 보호할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PBG는 좀 어떠셨나요?
지은 : 전시장 동선을 신경 써주셨다는 게 느껴져서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어요. 예전에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스토어에 방문했던 경험이 있는데, 주의해야 할 점들이 상당히 많았거든요. 그런데 PBG는 반려동물 데리고 관람하기에 적당한 규모라 안심하고 작품을 감상했던 것 같아요. 작품들 모두 동물들을 생각하며 그렸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고요.
멍디 : 저는 미술 전공자다 보니 전시장에 자주 다녔는데, 구성 자체에서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려고 했다는 게 눈에 보였어요. 곳곳에 놓여있는 스툴만 봐도 친구들을 환영하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인상 깊었고요. 다만 우려되었던 점은 소리가 다소 울리는 편이라, 강아지가 짖지 않도록 조심히 관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소음 때문에 관람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좌) 멍디님께서 픽하신 윤형택 작품들, (우) 지은님께서 픽하신 베지터블 스튜디오 작품들


키니와 콜린이도 PBG를 좋아했나요? 강아지 친구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도 궁금해요.
멍디 : 이제껏 강아지와 함께 갈 수 있는 문화공간이 거의 없었다 보니 좀 낯설어하는 것 같긴 했어요. 그래도 갤러리를 한 바퀴 쭉 둘러보면서 적응을 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무엇보다 아이들을 환영해주는 게 눈에 보여서, 키니도 오래 기억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지은 : 저희 콜린이도 낯을 가리고 겁이 있는 편인데도 편하게 관람했던 것 같아요. 현장 분위기가 따스해서 유쾌한 공간으로 생각했을 것 같아요.혹시 키니는 TV에 동물들 나오면 반응하나요?
멍디 아뇨. 그러진 않아요.
지은 저희 애도 그러진 않아서, 혹시 그런 걸 좋아하는 다른 친구들은 전시장에 오면 강아지 친구들이 등장하는 그림에 반응할지도 되게 궁금했어요.

앗, 유심히 관찰해볼 걸 그랬나 봐요. 그렇다면 견주님들께선 어떤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나요?
지은 : 저는 데이비드 슈리글리 작가님 작품이 좋았어요. ‘Old dog i still love you’라는 문장이 인상 깊었달까요. 구조 활동을 하다 보면 나이가 많이 든 친구들을 만나곤 해요. 입양해서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 많지 않다보니, 그 그림이 주는 메시지 자체가 더 와닿았어요. 또 제가 강아지 세 마리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강아지 친구들 세 마리가 나란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베지터블 플라워 스튜디오의 작품도 좋았어요.
멍디 : 저는 윤형택 작가님 작품이요. 작품 속 강아지를 보고 있자면 꼭 키니 같더라고요. 그만큼 반려인들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순간들이 그림 속에 담겨있어요. 예뻐해 줄 때 부담스러우니까 졸린 표정을 짓는다던가, 산책할 때 친구들끼리 눈치를 본다든가 하는 일상의 풍경들을 마주치니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저도 만화를 그릴 때 생활 속에서 발견한 유쾌한 순간들을 담으려고 하거든요. 그런 지점에서 여러모로 공감이 가는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인터뷰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



EDITOR 오은재 인턴 DESIGNER 이진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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