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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예술, 하시시박의 느낌표

2022.06.20

일상예술, 하시시박의 느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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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트베이커리가 사진작가 하시시박의 일상예술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그의 삶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는 예술은 무엇일까요? 하시시박의 일상에는 예술이 느슨하게 섞여 있습니다. 의도치 않은 순간에 아이들을 통해 예술과 닮은 것을 마주하기도, 익숙하게 미술관 나들이를 가기도 합니다. 그러다 ‘느낌표(!)’같은 순간을 발견하면 그것은 하시시박 작품의 조각이 됩니다. 하시시박의 일상예술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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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isi Park, Hold onto it tight! : Cherry blossom on the Seoul City Tour Bus in 2022 Spring time


꼭 미술관에 가야만 예술을 느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예상치 못한 찰나에 마주할 때가 있죠. 삶의 가장 가까운 곳에도 예술은 분명 존재합니다. ‘일상예술’은 일상 속에서 예술과 닮은 무언가를 발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해드립니다.

프린트베이커리가 사진작가 하시시박의 일상예술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그의 삶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는 예술은 무엇일까요? 하시시박(그리고 박원지)의 일상에는 예술이 느슨하게 섞여 있습니다. 의도치 않은 순간에 아이들을 통해 예술과 닮은 것을 마주하기도, 익숙하게 미술관 나들이를 가기도 합니다. 그러다 ‘느낌표(!)’같은 순간을 발견하면 그것은 하시시박 작품의 조각이 됩니다.



‘!’전시 전경 ⓒhasisipark


지난 5월 서촌 더레퍼런스 지하 전시 공간은 하시시박이 포착한 느낌표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여러 가지 표정을 한 아이들의 얼굴이 사진 속에 생생하게 담겨있었죠. 아들에게 느낌표(!)를 언제 사용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시작된 사진전은 우리를 함박웃음을 짓게 만들고 때로는 눈물 맺히게 했습니다. 하시시박은 어떻게 평범한 날들에서 우리를 웃기고 울리는 순간을 건져낼까요? 흘러가는 삶 속 어떤 생각과 순간이 그를 이리로 데려왔을까요.



전시 준비를 위해 사진을 뽑아둔 모습 ⓒhasisipark


Q. ‘느낌표(!)’라는 제목의 개인전을 하셨어요. 이전에는 ‘casual pieces’라는 이름으로 일상적 사진을 모아 5번 전시했고요. ‘casual pieces’와 다른 주제로 진행한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시네요.
이번 작업에서는 지금까지 스스로 답답하게 느낀 제 사진의 스테레오타입을 벗어나려고 노력했어요. 전시 이름부터 도전이었죠. 전시 이야기가 나오기 일주일 전에 시하(만 7세의 아들)가 도대체 느낌표는 언제 쓰는 거냐고 물어봤어요. 재미있는 질문이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마침 이번 전시 주제에 딱 맞다 생각했죠. 느낌표를 쓰는 상황의 감정은 하나의 말로 한정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아이들이 표현하는 여러 감정을 사진에 담았어요.

Q. 작가님 사진에 스테레오 타입, 고정된 방식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건 어떤 것이었나요? 전시 주제를 새로 정하는 것 외에 그것을 벗어나려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도 궁금해요.
저는 스스로에게 자유를 덜 주는 편이에요. 프레임에 뭐가 끼면 안 되고, 이건 이래야 하고 저건 저래야 하고.. 예로, 제가 좋아하는 노출값이 따로 있는 거죠. 결국 사진은 기술의 영역이기도 해요. 정해진 값으로 찍는 거예요. 그걸 벗어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렌즈, 카메라를 바꿔보며 기술적인 부분에서 변화를 주려고 했어요. 예전 같았으면 포토샵으로 열심히 지웠을 라인도 내버려 두었습니다. 사진의 톤은 기존에 잘 안 쓰는 톤을 사용했어요. ‘!’ 전시부터 새로운 챕터가 시작된 것 같기도 해요.



Hasisi Park, Happiness, 2022


Q.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무엇일까요?
생각보다 감정 포착이 어려웠어요. 지하 전시 공간에 들어오기 전, 1층 공간에 시하, 본비, 남편의 사진이 크게 붙어 있어요. 그 사진에 담긴 감정은 ‘행복’이에요. 행복은 찍기 가장 쉬울 거라 생각한 표정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찍기 시작하니 명료한 행복을 찾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웃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행복을 느끼지만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었죠. 그러다 어느 날 아이들과 남편, 셋이 나란히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완전한 행복을 느꼈어요. 다른 사진은 아이들로 가득하지만 ‘행복’을 표현하는 사진에는 결국 유일하게 남편까지 등장하게 된 거죠.



Hasisi Park, Lamented : falling apart, 2022


Q. 어렸을 때 아버님이 자주 사진을 찍어주셨고 그런 영향으로 사진과 친해지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시하와 본비도 작가님의 중요한 피사체잖아요.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사진 찍히는 경험이 나중에 어떤 영향으로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특히 사진과 전시장 속 나를 발견하는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저희는 아이들에 대해서 어떠한 것도 미리 예측하거나 바라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해요. 그래서 문득 마주하는 감동적인 순간도 있는 것 같아요. 이번 ‘!’ 전시에서 시하에게 굉장히 감동했던 일이 있었어요. “이거면 됐다.” 하는 에피소드요.
전시에 아이들이 종종 찾아왔어요. 전시를 다 본 시하에게 어땠는지 물었어요. 사실 아이들은 솔직하게 대답을 잘 안 해줘요. 그래서 시하를 꼭 붙잡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죠.

“시하야, 여기, (가슴에 손을 얹으며) 여기서 네가 어떻게 느꼈는지 거짓말하지 말고 말해줘.”
“엄마가 내 말을 주의 깊게 들어줘서 감동이었어.”

깜짝 놀랐어요. 일단 시하가 전시장에 있는 글을 다 읽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어느 날 자신이 한 질문이 엄마에게 준 영향과 자신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이 작업이 펼쳐진 것, 그 과정 전체가 시하에게 위로가 됐나 봐요. ‘엄마가 나를 이만큼 생각하는구나’ 하면서요.
시하 앞에서는 못 울었지만, 남편한테 전화로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많이 울었어요. 제가 한 방향으로만 생각하고 있었고 항상 시하에게 많이 배운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저는 아이가 그렇게 느낀 것만으로 충분해요. 제가 아이들 사진을 찍는 것, 전시된 사진들 보여주는 것 모두 아이들에게 예측할 수 없는 무언가로 다가갈 거예요. 우린 무언가를 바랄 필요도 없고 예측할 필요도 없어요.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본질적인 무언가를 탁탁 던져주니까요.



작가 하시시박 ⓒhasisipark


Q. 앞으로도 ‘casual pieces’ 시리즈 외에 다른 주제의 전시도 하고 싶으신가요?
요즘은 다양한 곳에서 전시로 저를 많이 찾으세요. 최근에는 sk하이닉스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행복나눔기금’의 직원 참여 독려를 위한 기부금 수혜자 사진전을 위해 재밌는 작업도 했습니다. 제가 직접 수혜자를 만나서 촬영을 하고 왔어요. 삶에 대한 태도가 굉장히 긍정적인 분들이셨어요. 만나서 이야기하고 그분들 인생을 짧게나마 들었던 것이 저한테도 큰 힘이 됐어요.

촬영하며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학생들도 만났어요. 그 학생들은 제가 누군지 알게 뭐겠어요. 사진 찍으러온 사람이니 어색하죠. 대화를 나누면서 요즘 제일 큰 고민이 뭐냐고 물으면 남자친구 문제나 ‘엄마가 왜 자꾸 공부를 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를 해요. 그럼 저는 ‘엄마도 공부 싫어할거야, 걱정하지 마세요.’ 했죠. 이런 식의 대화 속에서 사진을 찍었어요. 근데 그냥 그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막 빛나는거 있죠. 아이들도 빛나고요. 정말 행복했어요.



가장 좋아하는 일이 직업인 하시시박의 모습 ⓒhasisipark


Q. (작가님의 눈이 반짝 빛났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의 눈빛이 이런 것이구나 깨달았습니다.) 편하게 이야기하면서 사진을 찍으셨나 봐요. 작가님이 사진으로 전해줄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일상 속에서 사진을 남기시는 것도 그렇고 대화하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사진을 찍으셨다면, 작가님은 어떤 순간에 셔터를 누르시는지 궁금해요.
그냥 아는 것 같아요. 찍는 순간에 알게 돼요. 셀렉의 정확한 기준은 스스로도 모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어떤 기조는 있으니까. 본능적으로 아는 거죠. 자신이 있어서는 아니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막연하게 알고 있어요.



Hasisi Park, Having a big happy smile on your face , 2022


Q. 지금 하시는 일은 어떤 부분에서 예술적인가요?
스스로 아티스트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예술은 창작 활동이잖아요. 뭘 만들기는 하니 예술가인가 싶다가도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내 시선으로 편집을 하는 것이니 편집자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종종 했어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 느낀 것이 있어요. 제가 일상을 소재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일상이 전부 예술은 아니더라고요. 일에 대한 태도가 갖춰지고 마음가짐이 잡혔을 때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돼요. ‘!’ 전시를 준비하며 2주간 촬영을 했어도 매일 하지는 않았어요. 아이들은 매일 똑같이 어디를 가고, 때맞춰 밥을 먹으며 비슷하게 사는데, 왜 미묘한 차이로 이 순간에는 촬영을 했고, 지금은 안될까 고민을 했죠. 그때 알았어요. 뭔가를 포착하고자 하는 시선이 있을 때 되는 거구나! 제가 포토그래퍼라고 해서 항상 아티스틱 하진 않더라고요. 그렇게 마음을 제대로 먹어야 해요.

Q. 반복되어 평범해진 일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려면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하군요.
그런 것 같아요. 어른의 마음이죠. 그런데 아이들은 그런 게 없어요. 늘 만들고 부수며 크리에이티브한 행동을 반복해요. 매일 뭘 만들어오는 시하와 본비를 보면 놀라워요. 미술관을 가는 것보다 요새 저한테 그게 더 큰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아요.



Hasisi Park, Eccentric : Covering utensils with wet wipes which grownups would never do, 2022


Q. 작가님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보며 일상 속에서 예술을 누리고 있으시네요.
네 맞아요. 아이들이 아무 의미 없이 던지는 말에도 영감을 얻고 깜짝 놀라곤 해요. 이번 전시도 시하의 질문에서 시작했고요. 시하가 5살 때의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그때 저희는 24층 아파트를 살았어요. 어느 날은 시하네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전화가 오셨어요. “어머님, 시하가 오늘 기차를 타야 된다고 했는데 어디 가세요?” 여행 계획이 없었거든요. 시하는 24층이 너무 멀어서 기차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고 말한 거죠. 어른들은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그런 것들, 무방비 상태일 때 아이들이 던지는 말, 풀밭에서 놀다가 만들어둔 곤충의 무덤… 아이들의 말과 창작물이 지금 제 일상 속에서 가장 예술적이고 큰 행복과 영감을 줘요.



(좌) 더레퍼런스 ‘!’전시장 앞에서 하시시박과 봉태규, (우) '!' 전시 전경 ⓒhasisipark


Q. 미술 또는 예술은 작가님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예술은 저한테 큰 의미가 있지 않아요. 일반 대중의 시선에서 예술을 접하는 여러 방식이 저와 가족들에게는 비교적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저희는 매주 토요일 미술관에 가요.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미술관만큼 넓고 차가 없는 곳이 없거든요. 아이들이 놀기 좋아요. 궁이나, 미술관이요. 예술을 즐기기 위해 간다는 인식은 흐려졌고,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네요.



인터뷰 당일, 파친코 원서와 선물받은 장미를 든 하시시박 작가님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것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스쳐가는 무언가도 미간에 힘을 준 채로 보면 뭔가 달라 보이기도 합니다. 하시시박이 카메라 렌즈를 눈앞에 가져오듯, 대화를 통해 제대로 마음먹고 그의 일상을 유심히 들여다봤습니다. “!!” 오늘 제 느낌표는 하시시박의 이야기를 들으며 발견한 예술입니다!



EDITOR 전혜림  DESIGNER 제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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